[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강원도 과학기술도서관
2024.12.31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강원도 과학기술도서관’입니다.
이달 초 강원도 원산시에 과학기술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강원도 과학기술도서관이 현대적 건축미를 담았다면서 정보봉사와 연구토론, 보급, 각종 전시회를 진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서관 시설에 대해 더이상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에 준공된 자강도 과학기술도서관은 학술토론회장과 과학영화관, 동화상 열람실이 들어섰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북한이 그렇게 내세우는 원격강의실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좀 의아했습니다. 작년 12월 그러니까 1년 전이었는데요, 황해북도 과학기술도서관이 준공됐을 때는 전자열람실과 원격강의실, 과학영화관을 갖춘 대중적 과학기술 보급거점이라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시, 군 도서관인 미래원의 준공 혹은 개건 소식을 전할 때도 내부 시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참관 기사까지 따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큰 도 단위의 도서관인 과학기술도서관들에 대해서는 소개가 너무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강원도 과학기술도서관의 사진을 보니까 5층 건물이더군요. 직사각형 모양의 일반 건물들과는 달리 건물 정면에 굴곡을 만들어서 멋을 부렸습니다. 그런데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시설과 장비는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는 더이상 사진이 없어서 알 수가 없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서 강원도 도서관이 처음 보도된 건 2008년이었습니다. 그 때 새 도서관 건설 사업이 시작됐다고 했는데, 2021년, 그러니까 13년이 지나서 나온 보도는 도 일꾼들이 협의회를 열고 기술준비를 마무리 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강원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기술준비조차 안된 도들에 비해서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습니다. 아마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도 과학기술도서관 사업에 다시 눈길을 돌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2년이 지난 작년 6월에 건설공사가 마감단계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이달 초가 돼서야 준공식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마감단계라고 해 놓고 1년 반을 끄는 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작년 6월 보도는 일본에 근거를 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서 나온 건데요, 강원도 일꾼들이 과학기술도서관 공사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알아보고 대책을 강구해서 공사가 적극 추진되게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건설자들은 도에서 자체로 만든 건재를 적극 이용하고 합리적인 작업방법들을 받아들여서 공사의 속도와 질을 다같이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도 준공까지는 1년 반이 더 필요했던 겁니다.
조선신보는 강원도 과학기술도서관에 전자열람실, 가상현실 체험실, 사회과학도서 열람실 등이 갖춰질 거라고 전했습니다. 여기서도 원격강의실은 빠져 있습니다. 북한의 교육정보화 사업을 최첨단으로 구현한 게 실시간 원격강의인데 이게 빠졌다는 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원산시의 근로자, 학생들이 첨단 시설을 갖춘 과학기술도서관에서 과학기술전당과 인민대학습당의 자료를 전자열람하고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게 내려받고 있다, 원격강의실에서는 과학기술전당과 인민대학습당에 가지 않고도 원산에서 김책공업종합대학이나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수진들로부터 강의를 듣고 있다, 이런 보도가 나올법한데 말입니다.
앞으로 자강도, 황해북도, 강원도의 과학기술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할지, 어떤 시설들에 이용자들이 몰릴지, 원격강의는 활발하게 이뤄지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