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외로움 (2)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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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만해축전 전국 고교생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이 '낮잠'과 '거짓말'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2015 만해축전 전국 고교생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이 '낮잠'과 '거짓말'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INS - 오프닝

통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남쪽에서 많이들 하는 얘깁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남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탈북자가 보는 남한 사회, 남한 사람에 대한 얘기는 그 동안 자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반대로 남한 사람들이 보는 탈북자, 북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불편한 얘기, 신랄한 비판도 피하지 않고 진솔하게 담아보겠습니다.

이 시간의 제목은 <남과 북,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상태를 함께 얘기해보고 진단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진행자 : 이 시간 함께 해주시는 분이 있죠. 탈북 청년들과 오랫동안 활동해온 북한인권단체 <나우>의 이영석 교육팀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영석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지난 시간에 곧 들통 날 핑계를 대고 약속을 깬다던지... 좀 황당하긴 하지만 늦잠자서 시험을 못 보고, 이걸 만회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결국 그 거짓말 때문에 한국 생활을 포기하고 벨기에로 간 한 탈북 학생의 얘기도 들었습니다... 오늘 얘기 계속 이어가죠.

탈북자들 사이에서도 문제라고 지적되는 게 북한에서의 경력, 학력을 속이거나 또는 방송에 나와서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를 하는 것인데요. 북쪽이 워낙 폐쇄된 사회이다 보니 무엇을 얘기해도 확인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이영석 :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잘 모르겠지 확인이 안 되니까. 그래서 경력과 과거를 속이는 경우가 있는데 일단 정보기관에서는 다 알고 있다. 북한에서 탈북자들이 들어오는 상황에 금방 소문이 난다. 한국 사람들도 관심이 있으면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작던 크던 거짓말이 드러나면 남한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 용서를 하든지 멀리하던지 둘 중 하나. 그러나 멀리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남한 사회는 소위 신용 사회. 믿지 못 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않는다. 또 주변에도 알려지게 되면 사회적으로 혼자 남게 되는 경우가 벌어지기 때문에 거짓말은 위험한 것이다.

진행자 : 신용 사회... 남한에서 많이들 하는 얘기죠. 하지만 결국 어느 사회든 신용 사회가 아닌가?

이영석 : 제가 판단하기에 북쪽은 신용 사회라기보다 결과, 성과를 아주 중요시 하는 사회라고 본다. 항상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나. 100일전투, 무슨 전투... 그걸 달성하는 게 중요하지 그 과정은 전혀 알 수가 없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어떤 일들은 대의를 위해, 당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열심히 하든 속이든 결과물만 만들어내면 된다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져 있지 않나 생각해봤다.

진행자 : 그렇지만 북쪽에서도 사회주의 도덕이라고 해서 그런 부분을 굉장히 강조해오지 않았습니까?

이영석 : 조금 다른 것 같다. 아까 말한 것처럼 여기는 신용 사회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결과가 나와도 작은 거짓말도 드러나면 그 자리를 떠나야. 장군님, 당을 위해라는 대의 앞에서 그런 작은 실수를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초등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게 토끼 가죽을 내라, 군대를 위해서 내라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그 토끼 가죽이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런 불법들도 당, 장군님의 이름 앞에서는 무마가 되고 그게 학습이 되고 몸에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행자 : 이 선생의 이 분석을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한 탈북자가 북쪽 사회에서 만들어진 이런 습관들이 족쇄처럼 남아있다고 표현하던데 청취자 여러분이 이 선생의 분석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면 정말 족쇄가 된 것인 것 같고요...

이영석 : 그렇다... 남한에서 예전에 일어난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 같은 걸 보자. 아무리 높은 고위직에 있어도 거짓말이 들통 나면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데 그 누구나 경력 위조 등으로 자신의 이득을 챙겼을 때 법적인 처벌을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남의 속이고 했을 때 혼자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 남한 정착에서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힘들게 되는 게 외로움인데 고향에 대한 그리움, 친인척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본인이 만든 자신을 고립하게 만든 것이고 본인이 해결해야지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진행자 : 외로움도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어요. 경력 위조 등으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경우 법적인 책임도 져야하지 않습니까?

이영석 : 그렇다. 또 남쪽에서는 법적인 처벌로 어디 감옥에 가는 것 이외에도 금전적인 보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본인이 갖고 있는 재산을 압류해 가는 경우도 있고요. 남에게 끼친 피해는 감옥에 얼마 있는 것으로 해결이 안 되기도 한다.

진행자 : 이 선생이 소개해주시는 사례를 들으면서 좀 안타까운 게... 어느 시점에서 솔직해졌으면 좋게 해결됐을 것 같은 사례들이었습니다.

이영석 : 오히려 솔직한 모습에 잘 된 사례도 많다. 북한에 있을 때 언니가 간호사였고 언니가 갖다 준 약으로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다 한국에 온 경우. 간호사가 되고 싶어 간호학과를 지망했는데 자기 소개서라는 문건에 자기가 북한에서 간호사를 했다고 썼다. 면접 당일 날 북쪽의 언니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서 본인이 쓴 문건은 거짓말이고 너무 대학에 오고 싶어서 그랬다, 죄송하다, 대학에 떨어져도 제 잘 못인 걸 알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면서 면접 중간에 나와.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치 않게 대학 교수에게 직접 합격 전화가 왔다. 솔직히 말한 용기를 높이 샀고 열심히 공부해 달라고.

또 2010년 남한에 온 30대 탈북남성, 한국 정착을 시작하고 전자 부품공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곳은 주야 2교대로 일하는 곳이었는데 밤 세워 일하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았던 이 남성은 낮 근무만 하고 싶어서 자신에게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낮에만 일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이 남성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회사 사장은 이 소식을 듣고 낮 근무만 하도록 하고 심장의 질병을 치료해 주기 위하여 병원을 예약하고 회사 사람들도 수술비를 조금씩 모았다. 일단 다음날 병원에 가자고 하며 그 자리를 피했지만 자신을 배려해주는 회사 동료들과 사장님에게 너무 미안해 새벽 1시에 사장님 집에 찾아가 자신이 거짓말 한 것을 솔직히 이야기 했다. 그러자 사장은 회사 동료들의 용서를 받아오면 이해해 주겠다고 해서 다음날부터 3일 동안 회사 동료 30여명에게 한 명 한 명 찾아 가며 용서를 구했다. 그 결과 오히려 회사동료들이 이 남성을 이해하고 친해지는 기회가 됐다. 그 뒤로 아직도 전자부품 회사에 다니고 승진도 했고 그 곳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도 하였다. 대신에 야간에 일을 하게 됐다. (웃음)

진행자 : 지난 시간에 문제가 커진 두 개의 사례, 잘 해결된 두 개의 사례 소개했는데 이 차이는 뭘까요?

이영석 : 상황이 급하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 해결하느냐 그 자리를 피하느냐.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는 건... 언젠가는 다 알게 된다. 남한에서는 인터넷 등에서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관심만 있으면 다 찾을 수 있다. 거짓말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북한보다 빠르고 북한 보위부 수준도 가능하다. (웃음)

진행자 : 청년들은 같은 경우에는 99% 인터넷에서 SNS 같은 사회망 서비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가능한 일 같습니다.

이영석 : 그렇다. 지금 조금 힘들어도 앞으로 다시 뻗고 잘 수 있게 솔직해지는 게 훨씬 좋은 판단이다.

진행자 : 남한이나 북한이나 거짓말 하는 사람 벌 받고,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 더 잘 사는 사회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살맛이 나지 않겠습니까?

이영석 : 아들이 10살인데 거짓말 하면 엄청 혼난다. 하루는 저 거짓말 안 했으니 칭찬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건 당연한 거다. 오히려 누구를 돕거나 자신감 있게 뭔가를 한 것이 칭찬받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거짓말은 누구나,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이고 당당한 솔직한 태도가 배려 받을 수 있는 사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회 같다.

진행자 : 네, 이 선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영석 : 감사합니다.

진행자 : <남과 북, 우리는> 오늘 얘기는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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