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의료 제도① 응급 헬기, 돈 안 내나요?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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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남동구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옥상 헬기장에서 운영요원들이 환자이송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 응급의료센터 옥상 헬기장에서 운영요원들이 환자이송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사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2012년 새해를 축하드립니다! 남쪽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인사가 보편적인데요. 요즘은 ‘대박나시라’, 돈 많이 벌고 성공해라 이런 인사말도 자주 듣습니다. 새로운 인사말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빠지지 않는 게 건강하란 인사입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갖고 있어도 건강해야 그것을 즐길 수 있는데요. 어떤 면에서 보자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바로 건강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쪽에서는 만성적인 식량난 때문에, 남쪽에서는 서양화된 식단 때문에 고질적으로 유행하는 병이 있습니다. 또 중국과 제3국을 거쳐 남쪽으로 오는 험한 여정을 겪으면서 탈북자들도 많이 아픕니다,

INS - “저는 한발은 영 들여놓고 사는데요. 탈북자들이 특히 병원에 많이 가지 않아요? 대한민국 의료 제도가 좋지 않으면 탈북자들 절반쯤은 어떻게 됐을 거예요.”

북쪽에서는 남한 의사는 환자가 오면 돈주머니에 먼저 청진기를 댄다고 비난하는데요. 이런 사회에서 탈북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에서는 남한의 의료 체제에 대한 얘기입니다.

진행자 : 병원들 자주 다니세요?

김태산 : 여기 와서 나이가 드니까 병원에 드문히 가게 되는데, 얼마 전에 눈을 수술했어요. 백내장은 아니고 눈 안에 살이 자라면서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병인데 좀 웃기는 말이지만 눈 수술을 하면 술을 석 달은 못 먹는다는 기야. 참, 거 안 되겠더라고요. 여자 의사선생이었는데 막 따졌어요. 그러면서 안 하겠다고 하니까 친구들이랑 가족들이 다 난리가 나서 결국은 했죠. 근데 눈을 수술하니까 눈앞으로 수술 칼이 왔다갔다하는 것이 다 보이고 진짜 끔찍하더라고... 지금은 괜찮습니다. 이제 감기도 제법 걸리고 병원을 정말 드문히 가게 돼요. 아, 그리고 제가 혈압이 높아서 한 달에 한번 혈압약을 타서 먹는데 이것만 한 2만원, 미화로 한 20달러 나갑니다. 한 달 먹을 약을 20달러에 산다고 생각해보면 사실 비싸진 않아요. 이게 건강 보험료가 적용되니까 싸겠죠? 그렇지 않으면 수십만 원 낸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 병원이나 약국에서 나오는 계산서를 보면 의료보험으로 얼마나 병원비를 보조해 주는지 딱 계산이 돼있어요. 이걸 보면 보험료 내는 보람을 느끼죠.

김태산 : 제가 미국에 갔을 때 혈압 약을 사먹으려니까 400-500달러를 내야한 다는 거예요? 나는 그 나라 국민이 아니니까 보험이 안 되지 않았어요? 그러니 약값이 비싼 것이죠. 남한에서는 병원에 가서 한 달에 한번 가서 혈압 재고 진료를 보면 진료비 3천원에 약값이 1만 3천원... 20달러 안 되죠. 사실 보험의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 의료 보험 제도, 북쪽 청취자들은 사실 좀 낯선 개념이실 겁니다. 남쪽 등 대부분 자본주의 나라에서 실시하는 사회 복지 제도의 한 종류입니다. 병원에 갈 때 개인들의 부담이 너무 많으면 아파도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있으니까 한 달에 한번 내 재산 정도에 따라 책정된 보험료를 다달이 내고 병원, 약국에 갈 때 보험에서 진료비, 치료비, 약값의 일부를 대신 납부해주는 제도입니다.

여기, 문성휘 씨가 또 병원 자주 가시죠.

문성휘 : 네, 저는 한발은 영 들여놓고 사는데요. 탈북자들이 특히 병원에 많이 가지 않아요? 대한민국 의료 제도가 좋지 않으면 탈북자들 절반쯤은 어떻게 됐을 거예요. 북한 사람들은 자본주의라고 하면 다 같은 법이고 다 똑같은 제도라고 생각하는데 남한의 의료 보험과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는 많이 차이가 있고 각 나라마다 다 다른데요. 한국의 의료제도는 정말 잘 돼 있습니다.

김태산 : 근데 우리 방송을 듣는 북쪽의 청취자 중에는 우리는 무상치료니까 더 좋다 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사실 북쪽에서도 지난 기한엔 병원에 가면 돈 한 푼 안내고 검진 받고 치료받고 약도 페니실린, 아스피린 정도는 그냥 줬고 무상이니 좋긴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걸 국가가 뒷받침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겁니다. 남한 같은 자본주의 사회는 병원에 가면 돈을 내요. 사실 탈북자들은 이 나라 국민들보다 대우를 더 해줘서 처음 5년 동안은 의료 보험 1급 혜택을 받으면서 병원에 가도 돈 안내요. 그러다가 5년이 지나거나 자기 직장을 가지던가 하면 그 의료보험 혜택이 이 나라 사람들이 똑같이 바뀌어서 자기 재산에 따라 건강 보험료를 냅니다. 지금 우리 집에서는 저와 딸 2명을 합해서 12만원-13만원, 약 100달러 정도 의료보험료를 내는데 자동차가 있고 집 전세가 있으니 그 재산을 따져서 의료보험료가 그렇게 정해진 거죠. 이 돈은 우리 한 가족이 병원에 한 달에 한 번도 안 가도 다달이 그렇게 내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따지면 굉장히 아까운데 내가 큰 병에 걸리거나 고혈압 약을 다달이 정기적으로 타먹는 것이랑 생각하면 그렇지 않아요. 보험 없이 혈압 약을 한 달 타먹으려면 300-400달러를 줘야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보다는 보험료가 싸지 않습니까? 북쪽 분들은 남쪽은 병원을 가면 돈을 내니까 나쁘다 하는데 내가 버는 돈에 놓고 보면 그 의료보험료가 그다지 많은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진행자 : 부담이 돼서 못 낼 정도로 많은 돈은 아니죠.

김태산 : 또 돈을 정말 못 버는 사람들, 생활이 힘든 사람들은 또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해서 혜택이 또 있어요. 여기 남한의 의료보험 체계는 다른 자본주의 나라들의 의료 체계보다도 서민들의 위한 정책들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문성휘 : 외국에 다 못 다녀봐서 다 알 수는 없지만 아직 한국의 복지 혜택이 그렇게 수준 높은 건 아니라고 하는데 의료혜택 만큼은 절대 질이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진행자 : 의료 혜택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게 잘 돼있다고 평가받습니다.

문성휘 : 그렇군요. 근데 저는 정말 이 의료혜택만큼은 잘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 건강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요. (웃음)

김태산 : 그건 뭐 누구나 생각하는 거지. 노골적으로 말하면 돈 적게 내고 치료 잘 받으면 좋다는 얘긴데 100% 일전도 안 내고 영원히 살 수는 없는 것이고... 사회주의 사회에서 한 푼도 안내고 치료받다가 여기서는 병원가면 돈을 내야한다니까 인식이 좀 나쁠 수 있지만 아까도 강조했듯이 보험료는 버는 돈에 비하면 그다지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니까....

문성휘 : 아유, 따지고 보면 북한이 오히려 돈은 더 많이 내는 거죠.

김태산 : 그렇지. 한 달 노임을 생각해보면 더 많이 내는 거죠.

문성휘 : 이젠 약도 없으니까 감기약도 다 장마당에 나가서 사야하는데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아요? 2011년부터 남쪽은 돈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결핵약은 무료로 지원한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도 국제 사회를 통해 결핵약을 엄청나게 지원받는데 주민들은 오히려 결핵약을 장마당에 나가서 사서 쓰고 있지 않습니까?

진행자 : 북한에서는 아파도 내가 치료받을 약은 내가 사와야 한다는 말인데 그럼 아프면 정말 대책이 없겠어요.

문성휘 : 대책이 없는 게 아니라 병원 의사들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어쩔 수가 없는 거죠.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북한에서 나이 들면 제일 많이 죽는 게 뇌출혈, 심근경색인데 권력 있는 사람들도 그냥 죽는데 북한 같은 의료 체제에서는 약이 있길 하나 급할 때 부를만한 구급차가 있는가? 그러니까 죽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병원에 실어가도 가만히 의사들 지켜보는 거예요. 이젠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러면 진짜 끝이에요. 주사 바늘 한번 안 꽂거든요. 남한에서 그랬다가는 벼락이 나죠. 그리고 진짜 의료 체계가 좋다는 게 제가 한번 앓으면 정말 급하게 앓는데 그게 몇 번 119를 불러서 실려 갔거든요.

진행자 : 119는 급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응급전화 번호입니다.

문성휘 : 저 처음에 한 3년 전에 119를 부를 때 정말 겁이 났거든요. 아니, 병원에 가도 돈을 내야하는데 119 구급차를 부르면 돈을 얼마나 물어야하나... 응급차가 오는데 그것도 한밤중에... 근데 돈을 안 내더라고요.(웃음)

진행자 : 네, 진짜 응급환자라면 돈 안 냅니다.

문성휘 : 그게 구급차 뿐 아니겠죠? 한국은 등산객들 산에 올라갔다가 다치면 응급 헬기가 뜨지 않아요? 그것도 다 무료겠죠? 이런 말 하면 안 되겠는데 저 아직 헬기 한번 못 타봤거든요?

김태산 : 누구 좀 혼내지 못해서 그러네요. (웃음) 여기는 산에서 다쳐서 못 내려오면 헬기 뜨고 어떤 경우엔 소방대원들이 목숨 걸고 사람들을 구하고 구급차도 보내주는데 북한에서 헬기로 누구 하나 날라주면 난리가 나죠. 분명 김정일의 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큰 난리가 나죠. 그리고 그걸 또 이용해서 선전을 얼마나 하는데요.

문성휘 : 여기서 산에 구급 헬기가 떴다면 사람 다쳐서 그러나 보다 하는데 북한에서 아픈 사람 때문에 헬기가 떴다면 응당 김정일의 지시가 있어야 하는 거니까 온 동네 사람들 다 나와야죠.

김태산 : 만세 부르고 삼창하고 뭐 대단할 걸요? 이걸 정치 행사화 한단 말이에요.

문성휘 : 네, 헬기가 뜨면 중앙촬영소 기자가 함께 따라가야 하는데 그러면 이제, 아이들 어른들 다 끌어내서 김정일 장군 만세 불러야하는 거지..... (웃음)

아플 때 돈 없어서 치료 받지 못하는 것처럼 한이 되는 일이 없는데요. 재산 정도나 권력의 유무를 벗어나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 이것도 좋은 사회의 빼놓을 수 없는 요건입니다.

병원 시설부터 문성휘 씨가 얘기한 구급차와 응급헬기 등 응급 의료 체계까지 다음 시간에 얘기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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