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반려 동물 (1) 사람의 권리와 동물의 권리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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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강아지들이 선발대회를 위해 미용을 하고 있다.
'강아지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강아지들이 선발대회를 위해 미용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출신 탈북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북쪽에서 남쪽을 비난하는 내용이 다양하지만 그 중 빠지지 않는 소재가 바로 애완동물입니다. 요즘 남쪽에선 애완동물보다 반려 동물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데요. 동물은 애완, 즉 장난감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대상이라고 해서 반려 동물이라고 합니다. 아마 청취자 여러분 중에서는 이 얘기에 더더욱 반감이 생기셨을 수도 있겠는데요. 남쪽에선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일부 부유층에만 허용되는 사치가 아닙니다.

한국의 인구 5천만 가운데 반려동물 인구는 1천만여 명으로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애완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문성휘 씨, 김태산 씨도 남한에 와서 제일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났던 게 바로 애완동물이었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에서 남쪽 사람들의 애완동물 기르기, 얘기 해봅니다.

진행자 : 강아지나 고양이 좋아하십니까? (웃음)

문성휘 : 저 같은 건 거의 모든 동물들을 다 좋아해요. 지금은 강아지 한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그전엔 앵무새도 길러봤고 금붕어도 길러 봤고... 좋아합니다.

김태산 : 문 선생 집에는 동물을 손질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네요... 나도 개는 좋아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애완동물이라는 게 품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사람 시중만큼 들어가더라고요. 우리 막내가 어느 날 햄스터를 가져왔는데 사람도 잘 따르고 물지도 않아서 그냥 뒀어요. 그런데 여름철이 되니 그 냄새가 간단치 않아서 결국 다시 갖다 줬습니다. 강아지도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시켜야지 이빨 닦아야지 손톱도 깎아 줘야지 눈물 닦아 줘야지 예방 주사도 맞춰야지... 제 주변에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있어서 잘 아는데 그런 시중이 간단치 않아요. 그리고 돈도 적지 않게 들어갑니다. 우리 딸들은 남들이 기르는 걸 보고 예쁘니까 기르자고 조르는데 너희들이 한 주일에 한번 씩 목욕시키고 드라이로 다 말리고 하겠나? 물어보면 다 한답니다. (웃음) 근데 그걸 믿을 건 못 되잖아요? 요즘 얘들이 학교, 학원에 얼마나 바빠요. 분명히 내 몫으로 떨어질 것 같아서 절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웃음) 아마 그렇게 안 했으면 벌써 한두 마리는 사다 놓았을 겁니다.

진행자 : 얘들이 애완동물을 참 좋아하고 기르고 싶어 하죠.

김태산 : 좋긴 좋더라고요. 귀엽게 놀고 사람을 잘 따르고... 노인들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반려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인간이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얘기죠.

문성휘 : 대형 상점에서 햄스터, 고슴도치, 거북이 같은 것을 팔잖습니까? 제가 들어가 보니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벌레들도 있어요? 사슴벌레, 장수 풍뎅이... (웃음)

진행자 : 애완용 벌레라고 하긴 그렇지만 아이들의 자연 교육용으로 많이 키우죠.

문성휘 : 얘들이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김태산 : 애완용 동물이 우리가 아는 수준을 벗어나죠. 우리는 강아지, 고양이, 물고기 정도만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자라도 키우고 악어도 키우고 뱀, 카멜레온도 키워요. 우리 보기는 끔찍하잖아요? 뱀 같은 건 죽어도 만지고프지 않은데 그걸 목에다 감고 키우는 사람도 있고 새끼 돼지 키우는 사람도 있고요. 아마 북쪽 사람들이 들으면 배부르니까 별짓을 다한다고 하겠는데 (웃음) 사실 나도 거기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김정일의 지시가 내려온 뒤  조금 느슨해졌지 개들 데리고 다니는 걸 영화로 보여주면서 얼마나 자본주의를 비난하고 그랬는데요. 근데 세상이 발전하면서 점차 동물과 사람이 가까이 하게 된다는 걸 여기 와서 느꼈습니다. 저도 여기 와서 아무리 돈이 남아도 짐승이야 기르겠나 했는데 이제는 나도 아파트가 아니고 단층집에 살면 큰 개를 한 마리 길러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근데 아까 얘기했듯이 안 씻어주면 냄새나고 털 날리고 밖에 나갔다오면 집에 들어오면 발자국 남기고...

진행자 : 안 키우시는 분이 더 아시네요. (웃음)

문성휘 : 그러게 말입니다! 근데 애완동물은 일단 한번 키우기 시작하면 계속 키우게 됩니다.

김태산 :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제 친구도 그걸 딸이 데려와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제 친구만 따른답니다. 우리 집에도 자꾸 개를 데려오기에 보기 싫어서 그것 좀 어디 갖다 주라고 했더니 너무 정들어서 안 된 답니다.

문성휘 : SBS 방송국에서 하는 아주 인기 프로그램이 있잖습니까? 동물 농장이라고 아시죠?

김태산 : 맞아요. 통로를 죽 돌리다가 그거 나오면 꼭 봅니다. 재밌어요. 가끔 동물 구출해주는 장면 나오면 눈물도 나고 또 사람들이 키우다 유기한 걸 보면 악독한 사람도 있다 싶고...

문성휘 : 저는 이 프로그램을 꼭 북한에 들여보내서 북쪽 사람들도 다 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남한에 처음 왔을 때 자유 시민 대학이라는 곳에 다녔습니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서 하는 곳인데 탈북자들 30-40명 씩 받아서 공부를 시키는 곳입니다. 그날도 거길 가다가 여의도 공원 앞에서 강아지가 목줄을 하고 주인과 함께 걸어가다가 차에 치여 죽는 걸 봤어요. 아... 정말 순식간에 사고가 나던데 반트럭, 여기선 봉고차라고 하죠? 봉고차가 가면서 어떻게 옆으로 쳤는데 강아지가 우리들 보는 앞에서 죽었어요. 저는 그 때 북한에서 온지 얼마 안 됐을 때인데 보면서 정말 아무 느낌도 없었습니다. 근데 주인이 막 그 강아지를 안고 우니까 옆에 선 사람들이 다 따라 울어요... 그때 진짜 막 격분했습니다. 이거 진짜 사람 못 살 세상이구나. 사람도 굶어 죽고 총으로 탕탕 쏴 죽이는데 그런 나라도 있는데 개 한 마리 죽었다고 사람이 눈물을 흘리네?

김태산 : 그렇지 처음엔 그런 생각이 들지요.

문성휘 : 그런데 제가 왜 강아지를 기르게 됐는가? 저희가 온지 2년 만에 딸애를 데려왔어요. 어린 것이 저희랑 오래 떨어져 살았죠. 처음 서울 시내를 구경시켜주느냐 손을 잡고 나갔는데 길거리에 마침 강아지 매장이 딱 보이는 거예요. 얘가 들어가더니 강아지 중에서도 좀 비싼 종을 골라 들더니 놓을 생각을 안 하는 겁니다. 일단 달래서 나오긴 했는데 얘는 계속 조르고 얘 엄마는 엄마대로 얘를 너무 오래 떨어뜨려 놓았으니까 딱해서 뭐든 다 해주려고 하는 거예요. 결국 그래서 강아지를 키우게 됐습니다. (웃음) 제가 보니까 요즘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지 않습니까? 혼자 살면 적적하니까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더 많이 키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제가 사회의 발전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부분인데요. 저희 집 식구들은 모여 있어도 별로 떠들고 뒤엉켜 놀지 않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어두워지면 전기가 안 들어오니까 누워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하는데 여긴 퇴근해 집에 오면 다 제 각각이죠. 저와 딸애는 컴퓨터를 전문 붙어 앉아있고 아들 녀석은 텔레비전, 얘들 엄마는 자격증을 딴다고 책을 보고... 제가 컴퓨터를 다 하고 이제 좀 놀아볼까 해도 누구랑 놀겠어요? 그럴 때 강아지가 만만한 거죠. (웃음) 걔는 누가 불러서 와도 꼬리를 흔들며 놀아주지 않습니까?

진행자 : 애완동물을 많이 키우게 되는 또 하나의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국민소득이 2천 달러를 넘었을 때 애완동물 수요가 급증했다고 하거든요.

문성휘 : 북한은 국민소득 천불이 안 되는데요. 북쪽도 애완동물은 기릅니다.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사람의 정서 생활에 애완동물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한 이후 애완동물 기르는 바람이 불었어요. 근데 지금도 제가 알아보니 많이 기른답니다. 애완견을 토끼집처럼 앞을 살창으로 막은 집들에 꽉꽉 넣어 집안에서 기른답니다. 주로 돈 벌이를 못하는 늙은이들이 많이 기른다는데 워낙 애완견은 작으니까 한번에 30-40마리씩 기른답니다. 그리고 개들은 짖어도 소리가 안 나게 성대 수술을 다 해놓는 답니다. 그럼 들키지 않잖아요? 이렇게 길러 이 개들을 시장이나 식당에 전문 파는 거죠.

진행자 : 북쪽 사정이 워낙 안 좋으니 그쪽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해외 나라들이나 남쪽에서 그랬다가는 난리날 얘깁니다.

문성휘 : 그렇죠. 동물을 학대하는 것도 경찰에서 잡혀가고 처벌 받지 않습니까?

김태산 : 미국에도 가서 일할 때 직접 본 일인데요. 어떤 사람이 더운 날 차 안에 개를 넣어놓고 식당에 들어와 밥을 먹었습니다. 아주 더운 날이었는데 누가 신소를 했는지 경찰차가 출동해서 개 주인을 잡아갔어요. 두말도 안 하고 족쇄를 채우더만요. 우리 식당 주인한테 물어보니까 그날 차 안에 온도에 따라 주인한테 벌금을 물리던지 처벌 받을 것이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남한에서도 처벌합니다. 우리 보건 데는 북한 인권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데 여기서는 개의 권리, 동물의 권리를 놓고 떠드는 사람도 적지 않잖습니까?

인간의 권리, 인권뿐 아니라 동물의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 인권마저 유린되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는 굉장한 사치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쪽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물의 권리도 보호하는데요. 그 이유는 동물의 생명이 무시된다면 어느 순간엔 인간의 생명도 경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 같은 생명의 문제라는 얘깁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여기까집니다. 다음 주, 이 얘기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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