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참이슬 당과 스모킹 당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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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창경궁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홍보 포스터, 선거관련 책자 등 선거 홍보 인쇄물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 창경궁로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홍보 포스터, 선거관련 책자 등 선거 홍보 인쇄물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출신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정치의 계절입니다. 남쪽에서는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데요. 각 후보의 선거 운동에 시끌시끌합니다. 뽑아주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철석같은 약속과 한번만 밀어달라는 간곡한 당부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습니다.

사실 국회의원은 상당한 권력이 보장된 고위직이지만 동시에 남쪽에선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텔레비전 보도를 보면서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더니 제대로 못한다며 차라리 내가 해본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남쪽에 많습니다.

김태산 씨, 문성휘 씨도 정치계와는 거리가 멀지만 맘에 안 드는 걸 보면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번 내가 나서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는데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얘기 한번 해봅니다.

진행자 : 남쪽에선 텔레비전 정치 보도를 보다가 맘에 안 들면 내가 한다...내가 하면 저것보다 잘 한다! 이렇게 핏대 세우잖습니까? 그러다가 진짜 여건이 되면 정치판에 한번 나서게 되는 것이죠? (웃음)

문성휘 :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했지요....

김태산 : 진짜 그렇죠. 나도 참 답답할 때는 내가 외교 통상 부장을 했으면 아니면 내가 경제 장관이라도 했으면 저렇게 안 하겠는데 또 북한을 대상하는 걸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통일부의 북한 관련 부서, 부서장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 때가 있습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해도 아무나 정치에 나갈 수 없지만 여기서는 가능성이 열려 있잖아요?

김태산 : 내 나이가 10년만 젊었으면 한번 나서 보겠는데 이제 뭐 성 쌓고 남은 돌이니까...

문성휘 : 왜요? 이회창 씨가 대통령 후보에 나섰을 때 칠순이 다 된 나이였어요. 우리 탈북자들의 입장에선 이자 그 말이 맞아요. 몇 년 동안 지지부진한 북한 인권법을 보면서 또 탈북자들의 지원정책도 우리 입장에선 너무 느리고 성차지 않는 거예요. 내가 나가서 한번 목소리를 높여보자, 내가 한번 북한 인권법, 탈북자 지원법을 확 뜯어 고쳐보자 이런 욕심이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게 하는 계기가 아니겠는가 싶네요.

김태산 : 맞아요. 그게 사실이에요. 제가 볼 땐 대북 정책을 세우고 정책을 실행하는 부서, 또 탈북자를 위한 부서와 단체엔 꼭 탈북자들을 기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탈북자들을 이끌어주려 하지 말고 탈북자들을 쓰면 성과를 보지 않겠는가... 어떤 때는 왜 탈북자를 안 쓰나, 우리를 무시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까 이런 생각하면 나도 한번 나서보고 싶어지는 거죠. (웃음)

문성휘 : 경기도청에서 일하는 탈북자들이 이제 11명이 넘습니다. 그런데 경기도보다 서울에 탈북자들이 많이 사는데 서울 시청엔 탈북자가 없어요. 이젠 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을 갖춘 탈북자들도 있으니까 복지 분야 등에선 탈북자를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 이런 하나하나의 의견들이 탈북자들로 하여금 정치판에 발 벗고 나서게 하는 거죠.

진행자 : 김 선생은 말씀 중에 남한 사회에서 탈북자를 무시한다는 말씀하셨는데 사실 그런 경향을 느끼십니까?

김태산 : 없다고 말할 순 없어요. 그렇지만 이건 탈북자 개인, 개인이 각자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무시를 당하거나 대접을 받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탈북자끼리도 네가 똑바로 못하니 무시당하지 않느냐고 충고를 합니다. 사실 남한 사회에 지난 기한에 먼저 온 탈북자 선배들이 막 술 먹고 무리지어 싸우고 그래서 나쁜 이미지가 있지만 남쪽 사회에도 그런 사람들은 있잖아요? 탈북자들을 보면서 좋은 면을 좀 봐줘야죠. 저도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일 안 하고 노는 사람들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훨씬 더 많이 봅니다. 탈북자 중에서 한 7%가 일을 안 하고 중국 왔다 갔다 하고 정착금 주는 것 타먹고 그렇게 놀지 나머지는 배달이든 일공 노동이든 식당 일이든 뭐든 일을 합니다. 근데 남한 사회에선 여론 조사를 자주하는데 탈북자들에게 가서 직업이 있냐고 물으면 좀 비뚤게 아니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다나니까 탈북자들이 정착을 못하고 직업도 없다는 통계가 자꾸 나오는데 사실 다 자기 살림은 꾸려나갑니다.

문성휘 : 그러니까 탈북자들이 더욱 정치에 관심을 돌리는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 중에 일 안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일 안해도 살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얘긴데 그 만큼 한국의 복지가 잘 돼있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로는 탈북자들이 일을 하면서도 직업이 없다고 이중적으로 답을 해야 하고 일 하는 걸 숨기면서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걸 좀 정책적으로 바꿔야겠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저희 입장에선 굉장히 안타깝고 그래서 바꿔보고 싶다는 겁니다.

진행자 : 남한 정부의 탈북자 지원 정책을 빨리 보완해야한다는 의견이시군요.

문성휘 : 너무 좋아서 악용될 여지가 있어 문제인 거죠.

김태산 : 솔직히 남한의 탈북자 정착 정책, 굉장히 좋아요! 살 집주고 한 달에 400-500 달러씩 생활비도 나오잖아요? 솔직히 쌀 한포대만 사다놓으면 한 사람이서 그 돈으로 한 달 넘게 먹고 살지 않나요?

문성휘 : 쌀도 나옵니다. (웃음)

김태산 : 아! 그렇지. 쌀도 나와요! 한 해 묵은 거죠?

문성휘 : 너무 자세한 얘기는 하지 맙시다. (웃음) 남한에 올 결심한 탈북자분들이 자금 세탁 하는 것부터 알고 올까 겁나네요. (웃음)

진행자 :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 누리당의 비례대표로 탈북자, 조명철 씨가 올라갔어요.

김태산 : 탈북자 사회에서 인텔리죠. 북한에서 김일성 대학교 교원이었고 통일 교육원 원장으로 임명도 됐고... 탈북자들도 긍지가 높습니다.

문성휘 : 저는 뭐가 기쁜가 하면 이번에 비례 대표로 공천 받은 조명철 박사 뿐 아니라 탈북자 박사, 이애란 선생도 사실 비례 대표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다가 본인이 고사했다고 해요. 그 분이 중국 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를 하며 단식을 했는데 정치계에 이름을 올리면 진심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스스로 포기했답니다. 그리고 탈북 박사 안찬일 선생도 그렇고 공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탈북자 국회의원, 이번에 처음인거죠?

진행자 : 네, 맞습니다. 이번에 처음입니다. 그래서 기대도 많은데 어떤 역할을 기대하세요?

문성휘 : 북한 인권법이든 북한 지원법이든 남북통일을 위해 필요한 법이라면 빨리 결론이 나야한다고 생각하고요. 복지 혜택이 악용되는 걸 조정해서 진짜 필요한 탈북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새롭고 이해하기 쉬운 탈북자 지원 법안들이 빠르게 추진됐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빨리 빨리요? (웃음)

김태산 : 정치계에서 새로운 사람이 나온 것이니 남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해요. 꿀 독에 빠진 사람은 단맛을 모른다는 얘기가 있듯이 남한 사람들에겐 잘 안 보이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런 걸 제대로 알려줘야죠. 그리고 대북 정책과 북한 인권, 경제 교류, 합작 문제, 통일 토론 문제에 선봉이 돼줬으면 좋겠어요. 또 탈북자들을 소리 안 나게 잘 정착시키고 인도해나갈 수 있는 좋은 정책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탄생... 큰 변화로 느껴집니다.

문성휘 : 그렇죠. 국회의원들 중에도 북한 인권 문제에 신경써주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전해들은 얘기들을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 탈북자 국회의원은 자기가 경험한 것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잖아요? 이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비례 대표는 선거 운동이 없잖아요? 앞으로 지역구에서 출마해봐야죠.

김태산 : 아, 그거 다르죠.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탈북자 김태산입니다. 몇 번입니다. 잘 하겠습니다...’ 막 이러면 진짜 세월 많이 바뀌었다 싶을 겁니다.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요? (웃음) 이번에 조명철 씨가 잘해서 국민들의 신망을 얻으면 다른 탈북자 출신의 국회 진출도 가능할 거고요.

진행자 : 그러기 위해서는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이 탈북자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줘야죠.

김태산 : 술 잘 먹기 당이 있으면 내가 거기서 출마를 해보겠는데... (웃음)

문성휘 : 그래요. 저도 참이슬 당...

김태산 : 문 동무는 스모킹 당이야...(웃음)

참이슬 당, 스모킹 당도 창당이 가능하긴 하지만 지지도가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정치는 장난이 아니고 정치적 기반이 없는 사람이 진출하기에 아직 문턱이 높지만 신념을 가진 사람 누구나 정치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남한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자 바램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저도 여러분도, 평범한 우리 누구나가 국민입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시간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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