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농업 이야기①- 임자 없는 전 인민적 소유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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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원 미곡농장 모습.
사리원 미곡농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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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쪽은 이제 가을걷이가 다 끝난 시점입니다. 북쪽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다들 농촌지원, 무사히 잘 다녀오셨습니까?

일전에 북쪽에서 오신 분들과 신문에 난 사진을 한 장 놓고 가을걷이 얘기를 하게 됐는데요. 남쪽에서는 이맘때 꼭 신문에 나오는 사진이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논 앞에서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손에는 낫을 들고 벼 베는 시늉을 하며 찍은 사진... 이 사진을 찍고 나면 바로 종합 탈곡기가 가을걷이를 한 답니다.

북쪽에서는 반대라고 하시던데요? 사진 찍을 때만 탈곡기가 동원되고 실상 벼 베는 것은 낫이 동원된다고요.

남북의 농업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기 같습니다.

오늘 <내가 사는 이야기>는 농자천하지대본,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 농사에 대해 얘기해봅니다.

진행자 : 남쪽은 이제 뭐, 가을걷이 다 끝났는데요. 북쪽도 비슷하겠죠?

김태산 : 비슷합니다. 중앙 기관 사람들은 9.9절 명절 지나면 몽땅 또 떨쳐나서서 벼 가을하고 그러죠. 북쪽도 이때 되면 거의 다 끝나긴 하는데 문제는 베어놓은 벼를 옮기는 거죠. 벼는 다 베었는데 그걸 다 밭에 쌓아 놓고 기름도 없고 하니까 탈곡을 못해요. 하긴 이렇게 말하면 남쪽 분들도 또 북쪽 분들도 다 이해 못할 거예요. 남쪽은 종합 탈곡기가 벼를 베면서 탈곡을 해서 마대에 넣어서 밭에 하나하나 떨어뜨려 주고 볏짚은 볏짚대로 한 톤 씩 묶어서 따로 떨어뜨려 주고... 그 기계 한 대가 나가면서 그렇게 다 해주더라고요. 근데 북쪽은 옛날식으로 사람이 나가서 낫으로 베서 그걸 말려서 더미로 해놓았다가 그걸 뜨락또르로 실어 나르든가 아니면 사람이 노력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데, 그거 나를 때면 저기 바닷가까지 나가서 한 짐 지고서 탈곡장 가져다 놓고 다시 점심 먹고 다시 한 짐 지어다 놓고... 거의나 10월 말, 11월 초나 되어야 벼 낟가리를 다 끌어들이니까... 같은 가을이지만 일 년 동안 기른 곡식을 걷어 들이는 남북의 모습은 많이 틀리지요.

진행자 : 그럼 농사일 마무리되려면 12월 초나 돼야할 것 같은데요?

문성휘 : 여기는 벼를 베자마자 기계에서 들어가서 쌀알로 만들어서 나오는 게 아닙니까? 근데 북한은 전기로 하는 탈곡기, 그마저도 없으면 옛날 50년대부터 쓰던 발로 하는 탈곡기 있거든요? 그것까지 동원해서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쌀은 돌이 굉장히 많아요. 쌀 함박으로 일지 않으면 돌이 많아서 밥을 못 해먹어요. 또 밭에 막 무지로 쌓아놨는데 비가 오면 벼에서 싹이 나요.

김태산 : 아, 그렇지. 일 년 농사 가뜩이나 잘 해서 먹을 것 없는데 쌓아 놓으면 썩고 쥐들이 날라 가고 새들도 날라 가고 그 다음엔 뭐 사람도 가져가고... 일 년 농사 고저 빨리 끌어들이지 못하니까 논밭에서 절반이 허실되죠.

문성휘 : 일단 사람이 제일 많이 훔치고 (웃음) 쥐와 새들이 먹는 게 적지 않아요. 훔치는 사람들이 다 농장원들입니다. 가을에 열흘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창고를 다 채우겠는데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아요.

진행자 : 전인민이 함께 짓는 농사니까 전체의 재산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임자 없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훔치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것 아닙니까?

문성휘 : 저희 직장 같은 곳도 그래요. 동원을 나갔다 들어올 때는 배가 고프니까 콩밭이 있으면 꺾어서 콩 청대도 해먹고 그래요. 그런데 지배인 동지나 초급당 비서가 먼저 물어보거든요? 거기 콩이 개인 콩이냐? 농장 콩이냐? 그래서 개인 콩이라고 하면 그냥 둬... 임자가 있다는 얘기죠. 농장 콩이라면 빨리 꺾어와 그럽니다. (웃음)

진행자 : 콩 청대, 콩대를 까맣게 태워서 먹는 거죠?

김태산 : 맞아요. 콩청대, 밀청대 다 우리 옛날 조상 때부터 함께 해먹던 것인데 서로 먹을 걱정 없을 때는 그게 재미고 그랬는데 워낙 먹을 게 없으니까 요즘 이것도 문제죠. 뭐, 가을이 왔다고는 하지만 전 일단 생각나는 것이 북한 사람들 얼마나 또 가을걷이에 동원돼서 힘들까 하는 애처로운 생각이 먼저 드네요. 저도 아직 북한에 있다면 밭에 나가서 강냉이 단을 거둬들이느라고 끙끙대고 있을 생각하면 정말 언제가야 저 북한이라는 나라의 농업이 좀 남한과 같은 괘도에 올려 세우겠는지... 이게 땅을 좀 뜯어 나눠주고 그럼 빨리 될 텐데요. 기자 선생 말씀같이 전 인민적 소유라는 게 그저 주인이 없는 것이니까 고저 들어붙어서 채가고 그렇게 살게 되는 거죠.

문성휘 : 그러니까 이제 세계적으로 보면 땅이 국유화된 나라가 북한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예로 중국도 이제 땅이 개인 소유니까 농사를 지으면 개인이 70%를 소유하고 국가가 30%를 가져가는데요. 그것도 아주 비싼 값을 쳐줘요. 북한은 이게 다 국유화되다보니 맨 처음 군량미를 걷어요. 군량미가 얼마나 많은가 하면 협동농장에서 지은 농사의 60%까지 군량미로 가져갑니다. 군량미엔 군인 식량만 있는 게 아니라 예비물자, 돌격대 식량도 함께 포함돼 있고 나머지 40% 중에 또 공장 노동자들 가을 배급도 주고 하면 농장원들은 결국 5- 6개월치 배급밖에 못 갖게되는 셈이죠. 나머지는 뙈기밭 농사지은 것 가지고 살아야죠.

김태산 : 현실적으로 농민들에게 줄 분배 몫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 할 수 없이 채는 수밖에 없는 거죠.

문성휘 : 사실 협동 농장 농민들에게 제일 큰 슬픔이 만성적인 빚에서 벗어 못 난다는 거예요. 여름에는 농약 사야하고 그리고 어쩌다 한 끼, 정말 너무 힘이 들면 5.1절, 국제노동자절 같은 때에 우리 어떻게 고기 한 키로라도 좀 나눠먹자 한다고요. 그러면 가을철에 내기로 하고 고기를 사먹는데 농사가 잘 됐을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농사가 안 됐어도 걷어가거든요.

진행자 : 아, 정말 그 얘기를 들으니까 생각이 나는데요. 북쪽에서 조선시대 지주제를 엄청나게 욕하잖습니까? 이거 뭐 별로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태산 : 아, 그렇죠.

문성휘 : 맞습니다.

김태산 : 말하자면 농장원들에게는 국가가 큰 지주죠. 노동자, 사무원들에게는 국가가 큰 자본가이고... 다른 것 없습니다. 북한은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회라고 선전하지만 제가 여기 와서 겪어보니까 북한은 국가가 국민을 착취하는 사회로구나... 결론적으로 그렇게 되더라고요. 내가 뭐, 이 방송에서 어느 제도를 비판하고 욕하자는 건 아니지만 흘러가는 걸 보면 그렇게밖에 결론이 안 나요.

문성휘 : 그러니까 농장원들이 일을 안 해요. 지도 농민이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일하러 온 사람들을 지도하면서 여기를 파라, 여기에 묻어라... 근데 그 일하러 온 사람들 먹이랴 또 엄청나게 식량이 들어요. (웃음) 결코 잘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 거죠.

진행자 : 이렇게 같이 동원 되서 농사를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왜 북쪽에서 오신 분들 여기 남한에 와서 농촌동원 없어서 좋고 총화 없어서 좋다고 하시던데요.

김태산 : 구호 자체 전당, 전민이 농촌 구호 전투에로...

진행자 : ‘전투’ 들어가잖아요?

김태산 : 말하면 죽고 사는 거지.... 제가 50세가 넘어서 남한에 들어왔는데 12살 때부터 계속 봄, 가을에 농촌지원 나오면 지겨운 거지...

남한 정부의 탈북자 정착 지원 사업 중 요즘 좀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복잡한 도시에만 탈북자를 정착시킬 것이 아니라 젊은 일손이 필요한 농촌에 탈북자를 정착시켜보자는 사업인데요. 땅도 거의 공짜로 빌려주는데도 이 사업, 사실 좀 인기가 없습니다.

남쪽 사람들 생각으로는 복잡한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한가하고 이웃 간의 정도 나눌 수 있고 또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농사일을 해봤으니 괜찮을 것 같은데 의외의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그 힘들고 지겨웠던 농촌지원의 기억 때문에 북쪽에서 오신 분들 농촌이라면 일단 싫다고 했던 겁니다.

다음 주 이 시간, 이 얘기 이어갑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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