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김치②

서울-이현주, 김태산, 문성휘 xallsl@rfa.org
201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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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은 김장철을 맞아 김치 담그기에 신이 난 평양여성들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지난달 22일 홈페이지에 올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장철을 맞아 김치 담그기에 신이 난 평양여성들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지난달 22일 홈페이지에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내가 사는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는 평양 무역 일꾼, 김태산 씨와 자강도 공무원, 문성휘 씨가 남한 땅에 정착해 살아가는 진솔한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김치얘기 나누었는데요, 오늘도 김치 얘기 이어갑니다.

저 꼭대기 함경도부터 맨 아래 제주까지 우리 김치의 종류는 300 가지가 넘습니다.

지방에 따라 김치의 특색이 아주 뚜렷한데요. 위쪽 지방으로 갈수록 김치에 국물이 많아지고 양념을 적게 사용합니다. 특히, 김치 양념이나 김치 재료에 지방색이 강하게 나타나는데요.

갯벌이 있는 서해안 쪽은 다양한 젓갈, 동해안 쪽은 생 오징어채나 말린 명태를 김치 양념에 넣습니다.

남쪽에서 가장 화려하고 다양한 김치가 있는 곳은 전라도 지방인데요. 곡창지대의 풍부한 곡식과 해산물, 산채가 어우러져 김치가 매우 다양하고 화려합니다. 또 이쪽은 기후가 따뜻해서 김치가 변질되기 쉬우니까 간은 맵고 짜게 맞추고 국물에 찹쌀 풀을 넣어 진하게 하고 감칠맛을 더합니다. 충청도 지방은 남새를 통으로 염장하는 짠지 종류가 많고 사시사철 남새가 풍부한 제주도는 김장을 하지 않는 답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김치 얘기 이어갑니다.

문성휘 : 근데 음식 문화가 꼭 잘 살 때만 발전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북한에는 요즘 인민군대 염장무가 굉장히 소문났어요. 무를 밭에서 그냥 뽑아서 씻지 않고 그대로 그냥 큰 시멘트 구덩이에 넣어 절이는 거예요. 그걸 겨울에 반찬으로 먹는데 진짜 괜찮아요. 맛있어요. 옛날 김태산 선생 시절에는 아마 무를 잘 씻어서 껍질도 벗겨서 깨끗하게 절였을 텐데 힘든 시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있어요? 그냥 씻을 것도 없이 통째로 다 넣었죠. 근데 이게 진짜 맛이 있었던 게 아니고 고난의 행군 시절이 되나서 맛있었는가? (웃음)

진행자 : 그럴 수도 있고요. 어쨌든 새로운 음식 문화도 있다는 얘기네요.

김태산 : 조건과 환경이 변화에 따라 또 새로운 것이 나오는 거죠...

진행자 : 맞습니다. 남쪽은 너무 현대화 되서 전통 음식 문화가 좀 변하고 있네요.

문성휘 : 네, 남한은 너무 현대화 되서 좀 아쉬운 게 있는데요. 남한 가정에 요즘은 김치 냉장고가 없는 집이 없잖아요? 전통대로 김치 움을 파서 김장독을 묻는 집은 거의 없어요.

김태산 : 맞아, 그건 그래요. 그 맛의 차이가 확실히 있어요. 김치를 양념 잘 해서 김치 냉장고에 넣고 먹으면 그 맛이 변치 않고 오래 유지는 됩니다. 그렇지만 땅속에서 푹 숙성된 그 맛, 미생물이 만들어 낸 그 독특한 맛은 김치 냉장고가 만들지를 못해요.

진행자 : 맞아요. 김치 냉장고의 최고 목표가 바로 장독에서 익힌 김치 맛이 아닙니까?

김태산 : 그러네 진짜. 어쨌든 자동적으로 온도 조절을 해주니 1년 열 두달 그 맛을 유지는 하는데 요렇게 땅속에다 묻었다가 12월 달에 뚜껑 딱 뜯어내고 김칫국을 꺼내서...

문성휘 : 아유...

김태산 : 강냉이 국수를 착 말아서 먹던 그 맛은 김치 냉장고로 어떻게 안 된단 말이지요. 나중에 여기 남쪽 분들도 북쪽에 막걸리 한 병씩 들고 가서 그 독에서 바로 꺼낸 김치를 썰지 말고 손가락으로 죽 찢어서 막걸리 한 사발에 한 입씩 먹으면 진짜 최고죠. 국수도 여기처럼 뜨거운 육수에 말아 먹을 게 아니라 차가운 김칫국물에 말아서 들이키면 진짜 10년 묵었던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겁니다.

문성휘 : 아, 그 겨울냉면...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국수 맛이 정말 기막힌데 한국에서는 진짜 그런 맛을 느낄 수가 없는 거예요. 아니, 진짜 한국이 우리의 음식 문화를 세계화한다고 굉장히 노력하잖아요? 이자 김 선생님 얘기를 듣고 보니 왜 그런 김칫물을 세계화시키지 않을까? 괜찮은 생각 아닌가요?

진행자 : 근데 사실 김칫물의 그 쩡한 맛을 외국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요? (웃음) 그 맛이 말로 민족적인 게 아닌가 생각되는 데요.

문성휘 : 아, 그런가요? 근데 진짜 술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겐 김칫국 이상의 약이 없어요.

김태산 : 맞아요. 근데 참 우리는 이 문화가 다른데 남쪽은 해장국이라는 게 있지요? 뜨거운 국물을 술 마신 다음날 속 푼다고 마시는데 북쪽은 술을 많이 마시고 나면 자기 전에 꼭 김치 국물을 한 사발 죽 마시고 자면 골 안 아프고 인차 깨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골이 아프고 앞에 뿌옇고 하면 김칫국에 생계란을 탁 깨서 마시면 고저 10분이면 술이 싹 날라 가요. 정말 이건 우리가 여러분 경험한 얘깁니다.

진행자 : 옛날 얘기지만 남쪽에서도 연탄가스 마셨을 때 흙바닥에 눕혀놓고 김칫국물 마시면 좋다고 했습니다.

김태산 : 옳습니다. 북쪽에서도 그런 얘기 있습니다.

문성휘 : 한국은 정말 김칫국 해장이 없어요. 해장국집 들어가면 명태를 썰어서 뜨거운 국물을 내는 북어 국이나 콩나물국을 주는데 아니 술 때문에 속에서 불이 나는데 왜 거기다가 뜨거운 국을 먹습니까? 처음에는 정말 싫더라고요. 북한은 어느 집에나 가면 술 먹어서 정신 못 차릴 때 김치 국물 가져다주잖아요?

김태산 : 그렇지...

진행자 : 그런 문화를 정말 많이 다르네요. 남쪽은 해장이라면 맵고 뜨거운 것을 떠올리는데 북쪽은 차고 시원한 김칫국물을 찾으시는 군요.

문성휘 : 그건요. 천백번도 더 양보해도 김칫국물이 나아요. 남한 분들 뭔가 잘못 생각하는 거라니까요!

김태산 : 과학적으로 보면 김치에도 해독작용이 있다고 하잖아요? 근데 북쪽 사람들은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찬 김칫국을 먹어야 시원하다고 한다고... 남쪽은 뜨거운 국물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국수하면 차가운 김칫국에 떠서 먹어야 아, 시원해서 좋다, 이집 김치 맛있게 했수다... 딱 이 소리가 나오지!

문성휘 : 아, 김치 문화가 너무 다르다... 남쪽 김치는 국물이 없고 북한 김치는 국물이 많고. 전 그래도 이현주 기자님 네가 김치를 독에서 담았다고 해서 연말에 술 마실 일이 얼마나 많아요? 그래서 술 마시고 머리가 아플 때는 좀 찾아가 볼까했더니 김칫국물이 없다니 안 되겠네요. 몰라, 또 우리가 오는 게 겁이 나서 남쪽 김치는 국물이 없다고 말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웃음)

김태산 : 그러지 말고 한주일쯤 지나서 국물을 해서 부어요. 그리고 돌로 꽉 눌러놔 봐요. 김치가 물에 착 잠기게 되면 얼마나 좋은데요. 물에 잠긴 김치는 봄에도 곰팡이가 안 펴서 우정(일부러) 그렇게 물을 붓는 겁니다.

진행자 : 네, 진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각 민족마다 ‘소울 푸드’라는 게 있답니다. 영어로 영혼의 음식이라는 뜻인데 정말 우리의 ‘소울푸드’는 두말한 것 없이 이 김치인 것 같네요.

김태산 : 그건 정말 맞아요.

문성휘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치는 북쪽이 나은 것 같아요.

진행자 : 아, 그건 먹어보고 말씀 드릴게요. (웃음)

김태산 : 근데 남쪽은 좋은 게 김치 종류가 정말 많아. 가짓수도 많고 담그는 방법과 재료에 따라서 여러 가지 김치를 담그니까 시기에 따라 이 집에 가면 이 김치, 저 집에 가면 저 김치... 많으니까 좋아. 근데 북쪽은 김치 하면 그냥 한 가지죠.

문성휘 : 그러니까 그것도 정치덕분인가?

김태산 : 그래, 그러네. (웃음)

문성휘 : 북한은 일방 독재체제이나 한가지 밖에 없고 남한은 민주주의 덕을 봐서 김치도 가지각색 이렇게 되는 거예요? 다 제 목소리를 내느냐고? (웃음) 말해놓고 보니까 진짜 그럴 듯한데요?

진행자 : 전라도, 경상도 지방 고유의 김치들이 다 있잖아요. 특히 전라도엔 여러 가지 특색 있는 김치들이 정말 많고요. 교통이 발달하고 서로서로 교류가 쉬워지면서 특색 있는 김치가 곳곳에 전파된 것이죠. 고들빼기김치 드셔보셨어요?

김태산 : 북한에선 그걸 사라구사라고 해요. 북쪽에선 토끼 먹이를 주로 하는데 여기는 그걸 김치를 담그는데 쌉쌀한 것이 그렇게 보약이라고 하데요.

진행자 : 아, 김장철에 보쌈김치를 따로 담그는 집도 있네요.

문성휘 : 북한에도 보쌈김치 있죠.

진행자 : 아, 맞습니다. 보쌈김치는 북쪽의 개성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문성휘 : 근데 재료를 구할 수 없으니까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에 있었다고 전설처럼 내려오긴 얘기긴 한데 현실적으로는 없어요.

김태산 : 전통문화에서도 음식, 피복, 언어 모든 게 다 포함되잖아요? 그리고 이것도 다 현실 정치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이자, 문 선생도 얘기했지만 정치가 망가지면서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니 음식 문화도 피복 문화도 모든 게 다 싹없어지고 마는 거예요. 근데 이쪽은 정치가 자유로워지고 경제가 살아나니까 없어지지 않고 점점 더 새로운 것이 생겨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참 안타깝지... 그런데 조금 개혁, 개방이 되고 북쪽의 경제가 좀 살아나서 제대로 된 길을 가게 되면 이런 좋은 것들은 모두 다시 다 살아날 거예요. 그 때 되면 이제 남쪽 분들이 북쪽으로 통을 들고 김치 사러가는 거지. 아니, 사러 갈 것도 없이 택배가 얼마나 잘 돼 있어요? 그런 세월이 꼭 온다니까.

문성휘 : 아, 정말 그런 세월이 올려는 지... 근데 아휴, 오늘 집에 가면 김치, 못 먹을 것 같아요. (웃음)

아닌 게 아니라 오늘, 이 두 분, 고향 김치 생각이 간절해서 남쪽 김치가 더 맛이 없을 것 같은데요.

남한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그 쩡한 김치 국물.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갈 수 없는 고향땅처럼 아련하기만 합니다.

<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김치 얘기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저는 이현주 였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릴게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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