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의 쌀값이 저렴한(?) 이유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4.05.10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의 쌀값이 저렴한(?) 이유 함경남도 락원군 공공물류센터(PDC).
/REUTERS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 안녕하세요.

 

MC: 보통 선진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를 보면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지금 북한 내의 곡물 가격도 세계 수준으로 보면 좀 낮은 편이죠

 

선진국 물가가 높은 이유

노동의 가치가 반영되기 때문

 

조현: . 그렇습니다. 지난주 북한에서 쌀 1kg이 평양에선 북한 돈으로 5300, 혜산에선 6000원이었습니다. 지역차가 있지만 쌀은 4000~6000원 사이고요. 1달러가 북한 돈으로 8000~8700원이니까 0.5~0.7달러 됩니다. 하지만 2022년에 세계적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선 쌀 1kg 3.24달러로 미국, 이란,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였습니다. 북한 주민의 입장에선 한국에서 쌀 사는 게 훨씬 힘든 일이죠.

 

MC: 가격만 보면 한국이 굉장히 비싼 편인데요. 왜죠? 자체 생산이 부족해선가요?

 

조현: 그것도 이유입니다. 한국은 먹는 양에 비해 곡물 생산량이 적은 국가입니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택했기 때문에 전자, 반도체, 그 외에 고부가가치를 가진 다양한 지식산업을 수출하고 돈을 벌지요. 외화를 충분히 벌어서 온 국민이 먹고 남을 만큼 식량을 사오기 때문에 전혀 문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자체 식량생산을 좀 더 높이는 전략을 취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요즘같이 기후변화, 전쟁, 국제 유가 변동 등의 문제가 있을 땐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수급이 불안정하거든요. 반면에, 한국에서 물가가 높은 것은 긍정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일단 한국은 선진국이니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이 많고요. 가격이란 게 원래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되는 건데, 한국은 북한과 달리 모든 가치가 돈으로 매겨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선 농민의 노동이 하나도 인정받지 못하잖아요. 한국에선 그 노동이 돈으로 환산됩니다. 그러니 곡물 가격도 높지만 대신 농민이 받아가는 돈도 많아지는 거죠. 생산된 곡물을 유통하는 단계에서 더 높아집니다만 또 그 돈으로 유통업자들도 먹고 삽니다. 당장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미국도 노동력, 농업자재, 종자, 유통업자 등의 가치가 다 합쳐져서 곡물 값에 반영되는데요. 쌀값이 1kg 4.09달러, 세계에서 제일 높은 가격입니다. 이렇게 가격 높은 순으로 1~10위 안에는 일본, 캐나다, 대만, 스위스, 싱가포르 등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들어있습니다.

 

MC: 그렇군요. 북한 같은 경우 애써 일한 농민들의 노력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가격이라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더 저렴하게 보이지만 사실 현지에서 체감하는 가격은 반대로 굉장히 무겁다는 게 문제잖아요?

 

자원 불평등으로 인한 결핍이

각종 폭력과 범죄 불러

 

조현: . 그렇죠. 북한처럼 싼 가격은 절대 좋은 게 아닙니다. 심각한 문제이자 가난한 나라의 표상이죠. 아까 한국은 유통되는 돈이 많다고 했는데 북한은 그 돈이 없어요. 한국은 한 사람의 평균 월 소득이 3000달러입니다. 매달 곡물 20kg를 구매한다면 그 가격이 약 60달러, 로임의 2%. 북한은 월 30달러도 못 버는 주민이 많은데 같은 20kg 곡물 값으로 로임의 50%를 써야 합니다. 이 정도만 봐도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얼마나 큰 지 느낄 수 있죠. 사실 북한은 곡물 가격이세계 몇 위라고 등급을 매길 수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상품가격은 생산비용에 이윤을 더한 값으로 결정되는데 북한은 노동력뿐만 아니라 토지, 자본, 농기계, 비료 등등 농업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이 국가 소유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격 책정하는 게 불가능하고요. 이런 나라의 특징이라면 통상 자원에 대한 접근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현실에서 보면 곡물도 간부들은 싸게 가져가고 힘없는 일반 주민은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내야 합니다. 다른 말로자원배분의 불평등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불평등으로 인한 결핍이 이런 나라에선 흔하게 각종 폭력, 범죄 등 사회불안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 북한에서의 가격은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말할 수 없는 거죠.

 

MC: 그렇군요. 북한도 경제 발전을 이뤄서 충분히 화폐가 유통되고, 생산 단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가치가 정상적으로 반영된 가격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그러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조현: . 사회 다각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생산을 많이 하는 것이 좋겠죠. 그래서 제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주 새로운 작물을 심는다거나, 좀 더 생산을 많이 하는 방법을 강조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북한이라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일단 국제 시장과 함께 가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의 뜻은 부족한 것은 사 먹고 남는 것은 내놓아서 돈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원래 북한은있으면 먹고 없으면 못 먹고...’ 이렇게 자력갱생하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논리가 결국 나라를 오늘처럼 만들었거든요. 그렇게 하지 말고, 현재 북한에 남는 건 없으니까 부족한 것을 수입하면서 유통 단계에서 정당하게 가치를 책정해 보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체적으로 조정 기능이 작용할 겁니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 필요 없는 것들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의 양을 가늠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에 따라서 가격도 변하게 될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소장님이 말씀하신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영양 개선이 필요한 북한 주민들도 좀 더 다양한 식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조현: 당연하죠. 북한 같은 사회에서 이같이 작은 변화는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습니다. 원래 곡물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엔 첫째, 기후가 있고요. 둘째는 종자, 연료, 비료, 농자재 등의 물품 가격이 있습니다. 셋째는 기타요인인데요. 기타요인은 워낙 다양합니다. 에너지, 환율, 금리 등도 있지만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사회가 정상 기능을 회복하고 가격이 제대로 책정되면 자연히 주민생활의 안정과 발전으로 연결되거든요. 생활이 발전하면 소비하는 식품도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곡물 위주 식단에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을 선택하죠.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은 과거 80년대에 비해서 곡물 수요량이 반 이하로 줄고 고기 소비가 늘어났습니다. 북한도 시장이 성장하면 밭 곡식류가 줄고 생선류, 가금류의 수요가 높아질 겁니다. 또 성장이 지속되면 육류, 생선류, 가금류의 수요가 늘 테니 가축용 사료 곡물도 필요하게 되겠죠. 시장은 이렇게 변동성이 계속됩니다. 수요와 공급 세력이 계속 변동하면서 가격이란 게 형성되는 건데요. 이게 바로 시장이고, 계속 변동하면서 가격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거지요. 결국 북한은 식량을 국가가 쥐고 있지 말고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라 하겠습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되어도 괜찮은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비록 가격은 높아지겠지만 소득도 높아지니까 주민 여러분이 체감하는 무게는 떨어지겠지요. 이게 바로 정상국가라는 점을 청취자 여러분도 잘 아시면 좋겠습니다.

 

MC: . 소장님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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