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북한 농촌에선 왜 도시거름을 거부하나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네. 봄입니다. 본격적으로 3월에 들어섰는데요. 거름 전투는 거의 끝났을 시기죠. 농민들이 이제 바빠질 때인데, 지금 북한 농촌에서는 제대로 삭히지 않은 도시 거름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요?

도시 거름 거부하는 농촌 분뇨 처리 비용도 농장의 몫으로

조현: 그렇습니다. 도시 거름이 아예 무익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충분히 썩히고 삭혀서 쓰면 좋지만 대부분 그냥 내다 뿌리니까 오히려 땅에 해를 입히는 겁니다. 최근 들은 소식인데요. 2월 22일 한 소식통이 전해온 얘기로는 문덕군과 안주 시 농장에선 도시에서 반출하는 거름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했나 봅니다. 반대로 도시 측에선 부리겠다(주겠다)고 해서 양측 간 논쟁이 벌어지다가 주먹다짐으로 이어져 몇 명이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고 하네요. 이 소식을 제게 보낸 농민은 “도시 거름이란 썩지 않은 인분에 연탄재를 재워 내보내는 것인데 노동당의 강제로 너무 많이 내와서 농장은 농장대로 처치 곤란이고 무게(톤)수에 따라 처리하는 비용도 농장이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해왔습니다.

MC: 결국 노동당의 잘못된 정책이 농민에게 짐만 더 지우는 셈이 됐군요. 이런 악순환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는데요. 지금 시기 북한 농민에게 진짜 필요한 비료는 어떤 겁니까?

조현: 네. 퇴비와 화학비료를 섞은 복합비료가 필요합니다. 복합비료는 각각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금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습니다. 질 좋은 퇴비는 잘 아시다시피 가축의 똥(소똥, 돼지똥, 닭똥)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에 짚, 잡초, 낙엽 등을 일정기간 쌓아두면 미생물 작용을 통해 삭혀지고 발효되어 만들어지죠. 여긴 질소 성분이 많습니다. 퇴비는 식물 뿌리에 닿아도 뿌리가 상하지 않습니다. 적은 양이지만 20~30종의 양분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고,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지만 수분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어서 가뭄에도 잘 견딥니다. 반대로 화학비료는 식물 뿌리에 닿으면 뿌리가 상할 정도로 독합니다. 화학비료는 한두 가지, 혹은 두세 가지 양분이 높은 농도로 포함되어 있어 주로 작물의 대량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요.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지만 효능이 빨리 사라지고 수분 보유량도 적어서 가뭄에는 견디기 힘듭니다.

MC: 보통 화학비료를 쓰다 보면 오염수가 많이 생겨서 땅에 해를 입히거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복합비료를 쓰면 그 위험은 좀 덜 하겠네요.

조현: 그렇습니다. 북한은 먹을 것이 워낙 없으니 당장 화학비료라도 써야 하는 실정이지만, 솔직히 그게 환경적 측면에선 좋은 건 아니죠. 그러나 퇴비와 좀 섞어 쓰면 퇴비는 토양 침식을 방지하고 흙 속에 유익한 미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해 줍니다. 그러니 좋은 퇴비에 화학비료를 섞어 복합비료를 만들어 주면 땅이 숨쉬기도 좋고 영양분도 풍부한 흙이 되어 작물이 잘 자라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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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럼 퇴비와 화학비료 중에서 먼저 퇴비에 대해서 좀 여쭤보겠습니다. 북한 농민들이 어떻게 하면 좋은 퇴비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

조현: 네. 잘 모르시면 냄새로 판단하시면 돼요. 좋은 퇴비는 일단 완숙이 된 퇴비인데요. 완숙퇴비는 열이 나지 않고요.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냄새가 나더라도 누룩 띄우는 냄새 정도입니다. 미숙퇴비는 열이 나고 나쁜 냄새가 납니다. 미숙퇴비를 사용하면 열과 가스가 발생하는데요. 이 열이나 가스는 식물의 뿌리에 피해를 줘서 잘 자랄 수 없게 만듭니다. 이게 바로, 북한 농사가 안 되는 주원인인 겁니다. 자꾸 반복하지만 노동당이 실적만 강조해서 어쩔 수 없이 땅에 뿌려진 미숙퇴비가 논밭을 망치는 겁니다. 완숙퇴비는 논밭에 뿌려주면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그 형체가 아예 없어집니다. 북한 분들께서 퇴비 만드실 때에 톱밥이나 나무 조각같은 것도 섞으시는데요.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너무 많으면 발효가 더디고 수분 보존이 되지 않아서 토양이 건조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해주시고 최대한 잘게 부수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MC: 네. 그렇군요. 그럼 이렇게 양질의 퇴비를 만들고 나면 그 후엔 화학비료를 구매해서 섞어야 할 텐데요. 농민들이 장마당에서 화학비료를 구하기가 쉬운 실정이 아니잖아요?

양질의 복합비료를 만드는 방법

조현: 그렇죠. 그래서 복합비료를 만드는 게 어렵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만드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화학비료’하면 주 성분이 질소(N), 인(P), 칼륨(K)이거든요. 작물에 필요한 양분 중에서 이 세 가지가 각각 100씩 필요하다면 마그네슘(Mg)이나 황(S) 같은 것들은 10 내외입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잘 만드는 방법을 알면 되는 거죠. ‘질소’는 돼지 분뇨나 닭똥을 이용합니다. 여기에 깨나 볏짚을 우린 물을 섞어주면 양질의 질소 비료가 됩니다. 사람의 소변도 질소 거름이 되므로 통에 받았다가 발효시켜 섞으면 효과적이지요. 그 다음 ‘인’은 식물의 호흡을 좋게 하고 꽃과 열매에 좋은 영향을 주는데요. 곡물이나 과일에 단 맛이 적은 것은 인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배설물이나 닭똥에다 쌀겨나 뼛가루를 10%정도 섞으면 훌륭한 인 비료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칼륨’은 뿌리와 줄기의 발육을 촉진시킵니다. 이것은 참깨나 볏짚을 태운 재를 물에 우려 내어서 만듭니다. 보통 북한에서는 재를 그대로 인분에 섞어서 논과 밭에 내는데요. 절대로 그러면 안 됩니다. 칼륨 비료를 제대로 만들려면 재와 물을 1:100의 비율로 섞어서 2주 정도 우려 낸 다음 그 물을 사용하면 되는 겁니다.

평양 외곽  채소농장에서 배추에 비료를 뿌리는 농민들
평양 외곽 채소농장에서 배추에 비료를 뿌리는 농민들 평양 외곽 채소농장에서 배추에 비료를 뿌리는 농민들 (AP)

MC: 소장님께서 지금 화학비료를 대체할 질소, 인, 칼륨 비료 제조법을 알려주셨는데요. 이 방법이 화학비료처럼 대량생산을 이뤄낼 수는 없겠지만, 텃밭 농사를 하는 농민들에게는 충분히 효과가 될 것 같고요. 오히려 환경에는 더 유익하겠어요?

좋은 비료는 갈색과 녹색 비율이 1: 3

조현: 당연하지요. 똥은 잘만 쓰면 정말 좋은 비료가 됩니다. 제가 화학비료를 대신할 질소, 인, 칼륨을 만드는 법을 알려드렸는데 사실상 그 방법이 기존의 퇴비 만드는 법과 비슷해서 잘 구분이 안 되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면 지금부터는 퇴비, 화학비료 이런 걸 다 접어두고 그냥 좋은 비료 만드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원래도 좋은 복합비료는 탄소와 질소의 비율이 30:1입니다. 이 두 요소의 비율이 잘 맞아야 식물이 잘 성장하는데요. 탄소와 질소의 비율을 잘 맞추는 방법은 갈색 대 녹색 재료의 비율을 1:3으로 해주는 겁니다. 갈색은 인분, 축분이 될 거고요. 녹색은 각종 텃밭 부산물이겠죠? 풀 같은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이걸 잘 섞었을 때의 수분은 약 50%정도 유지해 주면 좋습니다. 그래야 수분 속에서 필요한 미생물들이 서식합니다. 인분, 가축 분뇨와 함께 건초, 톱밥, 석회 질소, 깻묵, 볏짚, 두엄 등을 골고루 섞어 주시고요. 퇴비 통 만들 때는 통 밑에 반드시 배수구가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분뇨에는 수분이 많아서 어느 정도 빠져야 하거든요. 반면에 야외에서 비료를 섞을 때는 외부에서 물이 스며드는 걸 또 막아야 하겠죠. 그런 공간에서 만드셔야 하고요. 또 텃밭 부산물을 섞을 때는 그대로 사용하면 발효가 되지 않으므로 최대한 작게 잘라 주시면 좋겠습니다.

MC: 오늘은 양질의 비료 만드는 법을 들어봤습니다. 거름전투 때문에 싸움까지 일어났다는 걸 안다면 북한 당국도 이제는 좀 똑똑하게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비료 정책을 실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기분 좋은 봄날 되시길 바랍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