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지 시간으로 오는 13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해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4일엔 환영 행사에 이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섯 차례 이상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 간 무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미중 관계를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이전처럼 북한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꺼낼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그것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을 가능성은 크지는 않아 보입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 현안과 이란 문제, 이른바 ‘양안 관계’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북중러 관계가 안정된 지금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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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1일 발표한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관전 포인트와 전망’ 보고서에서, 핵심 의제로 무역·관세, 첨단기술·반도체, 중동·이란 문제, 대만 문제, 이민·불법 체류자 송환 문제를 꼽았습니다.
다만 북한 문제가 미중 협상 수면 위로 얼마나 부상할 것인지 눈여겨볼 필요는 여전하다며, 이번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어느 수준까지 다뤄지는지가 향후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과 한반도 정세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 의제가 회담 이면에서라도 실질적으로 논의됐다는 정황이 확인된다면, 미중 정상이 공통 인식을 시도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중 양자 회담을 넘어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간접적인 출발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6년 만에 평양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은 북한의 대미 대화 조건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협상에서 활용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포석일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의제에 오르지 않더라도 이면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회담 후 나올 발표문에도 한반도와 북한, 비핵화라는 말이 언급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회담 핵심의제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중동 전쟁을 들었습니다.
관세와 기술 패권, 대만 문제 등 기존 현안에 중동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한반도 문제가 우선 순위에 들기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일단 이란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니까 미중 정상회담 주요 의제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고, 중국에서 하는 회담이니 북한 문제가 논의되기는 하겠지만 과연 그것이 공동 성명에 포함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박 교수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 간 입장차도 언급하면서, 중국에 북한 문제 우선순위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철저히 북한 입장을 반영하려 할 것인 만큼 미국이 생각하는 해법과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든 미국과 일정 수준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중국 입장에선 이견이 클 수밖에 없는 민감한 북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꺼내려 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한 미북 접촉 가능성이 낮다는 데 의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이란 전쟁이 없었다면 미북 대화 가능성이 조금은 있었을 것”이라며 전쟁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여유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북한도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갑작스런 제의에 응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재흥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러시아를 통해 북한과 접촉하는 것과 북한에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것 모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고, 박병광 수석연구위원도 미중 간 현안이 산적한 현 상황에 북한을 굳이 관여시키려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군이 최근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 참가한 데 대해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내보이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러시아 전승절 계기에 처음으로 북한 군이 열병식에 참여함으로써 북러 간 군사적 동맹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 군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9일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열병식에 동맹국 군대 가운데 유일하게 참가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