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남의 나라 위해 싸운 군인들인데…”

앵커: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병 전사자를 기리는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참관 시 주민들에게 검은색 옷을 입을 것을 지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주민들은 러시아 파병 전사자가 빨치산 1세나 6.25전쟁 전사자보다 높은 예우를 받는 상황이 놀랍다는 반응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러시아에 파병되었다 전사한 군인들이 항일투사(빨치산 출신)나 6.25전쟁(한국 전쟁) 참전 전사자 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는다”며 이에 “의아해하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지금 평양 시내 기관, 공장, 기업소, 학교 등 모든 단위가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을 의무적으로 참관하고 있는데 모두 검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며 “당국이 그렇게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금수산태양궁전, 대성산혁명열사릉,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 애국열사릉 등 국가적인 추모시설이 여러 개 있지만 참관할 때 검은 옷을 입어야 하는 곳은 금수산태양궁전과 해외군사작전 기념관 밖에 없다”며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이 얼마나 높은 예우를 받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있는 곳이고, 대성산혁명열사릉은 빨치산 1세들이 안치된 곳이며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는 6.25전쟁 전사자들의 묘역, 그리고 애국열사릉은 국가 건립과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의 묘역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검은색 옷이 없는 경우 최대한 어두운 색 옷을 입어야 한다”며 “예외적으로 흰색이나 밝은 색 옷을 입어도 되는 대상은 교복을 입는 학생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6.25 전쟁에서 공을 세운 전사자들이 안치된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에 갈 때 흰색 옷을 입어도 된다”며 “최근 당국이 6.25전쟁 전사자와 참전자들을 인민군 열사, 전쟁 노병이라 칭하며 적극 내세우고 있지만 러시아 파병 전사자보다 급이 낮게 취급되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관련기사

북 당국 “전사한 러 파병 군인은 충성의 본보기”

북 남포시 수돗물 부족…“물지게 등장”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해외군사작전 기념관을 참관할 때 검은색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해외 군사작전 전공기념관에서 열린 북한군 전사자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 해외 군사작전 전공기념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해외 군사작전 전공기념관에서 열린 북한군 전사자 추모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FP)

소식통은 “국가 행사나 회의, 단체 견학 등으로 평양에 가는 사람은 반드시 검은색이나 어두운 색 옷을 준비해야 한다”며 “원래 금수산태양궁전 참관 때문에 그랬는데 최근 해외군사작전 기념관도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금수산태양궁전을 갈 때는 꼭 검은색 양복이나 치마저고리(한복)를 입어야 하지만 해외군사작전 기념관은 양복이 아니더라도 검은색 계통의 옷만 입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청진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전쟁 때 희생된 군인들이 안치된 인민군열사추모탑이 있지만 참관 시 아무런 복장 규정이 없다”며 “사람들이 러시아에 파병되었다 전사한 군인들이 6.25전쟁 참전 열사들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게 응당하다(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조국(북한)을 위해 싸운 전쟁 용사들이 남의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보다 낮은 취급을 받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나 뿐 아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