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효과적인 김매기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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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이젠 김매기에 돌입해야 할 시기가 됐습니다. 흔히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 "농사의 성패는 김매기에 달렸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이 아니라면 의외로 김매기에 대해선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농사의 성패는 김매기에 달려

조현: 네. 그렇습니다. 논밭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는 풀을 '기음'이라고 하는데 이걸 손이나 호미 같은 연장을 이용해 뽑거나 흙에 묻는 것을 김매기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잡초 뽑기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땅 표면의 마르고 굳은 흙을 부수게 되면 땅에 수분과 공기를 통하도록 하는 작업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잡초는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하고요. 저 역시도 김매기야말로 농부의 자질을 판가름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MC: 네. 그런데 간혹 농촌에 가서 일손을 도울 때 보면 잡초라는 게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거든요. 애초에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제초제를 사용하면 어떨까 싶은데,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현: 틀린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농약의 종류는 반드시 가려서 써야 합니다. 북한에서 김매기 할 때도 각종 벌레나 잡초를 죽이는 살초제가 사용되고 있는데요. 북한제 제초제는 퍼메트린, 알레트린, 프달트린 등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국제농약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제품들입니다. 물론 북한에선 이마저도 없어서 아쉬운 게 사실이지만 이런 약품들은 자연을 파괴하고요. 해당 작물을 먹는 사람에게도 해롭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농업 현장에서 각종 농약 및 살초제의 무리한 사용은 지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북한도 이런 제품은 안 쓰느니만 못하다는 걸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MC: 한국 소비자들도 과거엔 농약 사용을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농약 제품,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농약이나 제초제도 친환경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인체에 유해한 북한 살초제

안 쓰느니만 못해

조현: 그렇습니다. 북한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좋은 제품들이 정말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김매기에 적용해보면 북한 밖에선, 인체와 지구환경에 유해한 성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김 잡는 효과를 내는, 천연살초제 사용이 추세가 되고 있습니다. 잡초는 참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진짜 골칫거리예요. 잡초는 얄미울 정도로 똑똑해서, 반복되는 위협에 도태되지 않으려고 단기간 내에 유전적 변이를 일으킵니다. 한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제초제로는 림플러스를 들 수 있습니다. 이건 풀의 성장에 필수적인 아미노산 합성 과정을 저해하는 작용을 합니다. 잡초의 뿌리, 줄기, 잎 부분에서 약제가 흡수되어 잡초를 고사 시킵니다. 줄기와 잎이 시들어도 땅속에 뿌리나 뿌리줄기가 남아 있어서 해마다 줄기와 잎이 돋아나는 작물을 다년생 작물이라고 하는데요. 림플러스라는 제품은 쑥, 토끼풀 등 다년생 잡초도 효과적으로 방제하고요. 특히 잡초 중에 가장 많은 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새포아풀 방제에 아주 유용합니다.

다음으론 캐치풀이라는 살초제가 있는데요. 이건 발아 전 처리제로 가을이나 이른 봄의 1년생 잡초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북한에서도 흔한 잡초로 들 수 있는 망초, 명아주, 소리쟁이, 질경이, 쇠비름, 제비꽃 같은 걸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 북한의 제초제에 비해서 훨씬 약한 농도에도 높은 방제 효과를 발휘하며, 토양에 부으면 약 8개월까지 긴 시간에 걸쳐 잡초의 발아를 억제합니다. 여러 실험 결과 특별히, 이미 정착한 잔디에 대해 안정성이 높다고 합니다. 만성독성시험, 최기형성시험, 번식성시험 등 여러 장기 독성시험도 다 통과해서 사람, 가축, 어류, 다른 동식물에 대해서도 안전하다고 발표되었습니다.

MC: 네. 북한에서도 이런 제초제를 사용한다면 농민들의 수고를 훨씬 덜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매기는 사실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닙니다. 작업 규모가 워낙 크고 방대해서 우리 조상들도 두레나 품앗이라는 제도로 함께 해왔잖아요. 그러나 요샌 그럴 필요까진 없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기계도 나왔고 기술도 많이 발전했더라고요. 제가 보니 한국은 흙에 비닐 필름을 깔고 재배하는 것도 있던데요?

조현: 그걸 덮기 기술, 멀칭 기술이라고 합니다. 밭작물을 재배할 때 흙 위에 비닐 필름을 깔고, 작물이 자라는 부분만 구멍을 뚫어 성장시키는 기술이지요. 이런 기술이 도입되면서 말씀대로 김매기를 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도 덮기 기술은 알고 있는데 비닐박막과 농자재의 부족으로 전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네요. 그리고 이런 기술보다 더 훌륭한, 기계가 만들어졌잖아요. 북한은 여전히 농장들끼리 품앗이를 해야 하지만 북한 밖에선 이제 정말 기계가 다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천연제초제가 제 역할을 잘 해내기도 해서 외국 농장들에서는 이제 잡초도 많이 줄었고 말입니다.

농기계 도입하면

농촌 노력 동원 90% 이상 줄어

MC: 특히 일본 같은 경우는 농민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노인 맞춤형 농기계 개발이 너무 잘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현: 맞습니다. 김매기 기계도 다양한데요. 어떤 기계는 그 원리가 북한 농민들이 쓰는 제초기에 동력장치만 달아 쓰는, 아주 단순한 논리인데, 일본이나 한국은 부품 기술이 워낙 좋아서 고장도 안 나더라고요. 제가 써보니 기계 전체 무게가 9.4kg밖에 안 되어서 북한의 여성이나 노약자들이 쓰기에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제초의 폭을 160~260mm까지 조절할 수 있어 무, 배추, 고추, 콩, 엽연초 등 밭작물 김매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좋은 제품들이 있다는 것을 협동농장에서도 잘 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한국은 농민 자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외 농기구들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 가능해서, 필요에 따라 그렇게 하는 농가도 많고요. 저는 북한 노동당이 조금만 마음을 열고 이런 농기계를 도입한다면 모내기, 김매기에 투입되는 노동력 중에 90% 이상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필요한 또 다른 일에 전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MC: 솔직히 허리를 90도 이상 접어서 몇 시간 동안 김을 매면 허리도 너무 아프고 얼굴도 부어오르지요. 북한에서도 농기계 시장을 개방해서 농민들을 어렵고 힘든 일로부터 꼭 해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 저도 간절하네요.

조현: 다른 농작업도 마찬가지지만 김매기의 경우는 좋은 농약과 기계를 들여가지 않는 한 농민의 수고를 덜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제가 방송을 하면서 남북협력이나 국제사회의 교류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데요. 그건 이런 좋은 경험과 기술을 북한 농업에 도입하면 식량 생산도 늘리고 무엇보다 농민들을 어렵고 힘든 육체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돕겠다는 사람들은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그 무엇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같은 민족이니 고생하는 북한 사람들 생각해서 돕고 싶은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 점을 명심하고 좀 받아들이면 좋겠고요. 또 농장들에게 자율성을 주어서 선진국들과의 교류를 통해 농업생산도 늘리고 농민들도 잘 살게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드리고요. 청취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