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폭염 속 오리를 특별히 지켜야 하는 이유
2024.08.16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매년 인생 최고의 더위를 경신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은 폭염이 적어도 3~4주 이상 지속되는 상황인데요. 아마도 이번 달 말까지는 쭉 이어질 것 같네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는 큰물 피해까지 있었는데 가축 폐사가 심각하지 않았을까 우려됩니다.
폭염으로 열사병 환자 속출
평안남도 오리 5만 마리나 폐사
조현: 네. 너무 힘든 여름입니다. 일단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바로는 신의주 지역 큰물 피해복구에 동원된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논밭에서 일하는 여성들, 아이들…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계속 열사병에 걸려 쓰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걱정하신 대로 북한 농촌지역에서 올 여름 들어서 가축 폐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평안남도 농촌경리위원회 축산처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으로 소 100마리, 염소 500마리, 돼지 800마리, 닭이 2만 1천마리, 오리가 5만 마리 정도 폐사했다고 합니다. 특별히 장마당에서 오리고기 1kg 가격이 북한돈으로 22000원 정도 하는데요. 5만 마리가 죽었다면 그 가치가 9만 달러 정도 되거든요. 북한 기준으로 보면 아주 큰 손해입니다. 평안남도뿐 아니라 황해남북도, 평양, 남포 등 양덕 이남의 오리 농가에서 매년 꾸준히 폭염으로 인한 폐사가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먼저 평소보다 사육사 안의 마릿수를 10% 정도 줄여서, 마리 당 공간을 넓혀주시고 여름철엔 물이 많이 필요하니까 10~15도의 신선한 물을 항상 준비해 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축사 지붕이나 축사 주변에 물을 살포해 주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MC: 닭에 비해서 오리의 개체수가 훨씬 적을 텐데요. 반면 닭에 비해서 배 이상 죽은 거잖아요. 오리는 소장님이 특별히 방송에서도 사육을 장려하신 가축 아니었습니까?
조현: 네. 맞습니다. 북한 전체적으로 보면 닭과 오리의 개체수가 6:4정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오리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죠. 일단 오리고기가 몸에 좋은 건 모두 아실 것 같고요. 오리가 닭에 비해 사료값도 굉장히 적게 들어요. 오리는 논밭, 개울, 호수 등에서 방사 사육을 하면 여러 먹이를 알아서 찾아 먹는 장점이 있습니다. 질병에 대한 저항성도 닭보다 좋고, 닭처럼 날아다니지도 않으니까 일반 가정에서도 오리를 구석으로 밀어넣고 울타리 하나만 쳐주면 어디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키우기 쉽잖아요. 그래서 전 이번 여름에도 꼭 오리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은 겁니다. 물론 모든 가축에게 여름은 너무 힘들겠지만 이런 가금류들은 더 힘들어요. 아까 평안남도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에서도 가금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98%나 됐습니다. 그 이유는 신체구조상 땀샘이 발달해 있지 않고 피부가 깃털로 빼곡히 덮여 있으면서 기본적으로 체온이 높아요. 평소에도 체온이 40~42℃인데 외부 온도가 27℃가 넘으면 체열이 높아져서 호흡수가 증가합니다. 그러면서 혈중 산소농도가 감소하고 결국 폐사에 이르는 순서입니다. 그래서 무조건 오리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관심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MC: 사실 이건 올해만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전반적인 또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소장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북한 당국, 가축 폐사에 속수 무책
자연재해 대비한 보험제도 시급하다
조현: 네. 한국의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선 올해 가금농가에 고온 스트레스 예방 약품을 지원하고요. 양돈 농가에는 냉방시설과 제빙기, 낙농가에는 된더위 피해 예방을 위한 단열 페인트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럴 재원이나 기술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저렇게 속수무책이면 안 되죠. 북한 당국도 축산농가에 고온 스트레스 완화 약재와 사육사 지붕에 단열재 도포를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고요. 저는 무엇보다 가축재해보험을 만들고 그 가입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도 보험총국이 있습니다. 북한의 무역선들은 해외 왔다갔다하면서 사고가 나면 해결할 수 있는 보험에 다 들어있거든요. 한국은 가축재해보험 같은 경우 국가지원으로 반액, 나머지 반액은 농가 혹은 축산업자가 직접 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말로만 농촌진흥을 한다고 하지 말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농가가 살아나고 농가가 살아나야 농촌진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제유지에만 혈안이 되어서 멀리 내다볼 줄 모르는 북한 노동당이 이런 지원을 당장 할 것 같진 않고요. 현재 상태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결국 각 농가에 달려있습니다. 늘 오리 사육사를 청소하고 오리의 상태를 평소보다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보다는 적극적으로 폭염에 대처하려는 자세가 자칫 발생할 수 있는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걸 농민 여러분이 꼭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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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그럼 우리 농민들께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죠. 아까 축사 안의 마릿수를 10%정도 줄이고 깨끗한 물을 준비하라고 말씀해 주셨고요. 보통 이렇게 더울 때는 오리들도 사료를 잘 안 먹거든요. 그게 또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건데 사료를 바꾼다거나 혹은 더 잘 먹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폭염 속 오리의 체온 상승을 최소화하려면
조현: 네. 있습니다. 사실 오리들이 더울 때 사료를 적게 먹는 것도 문제지만 사료를 섭취함으로써 열 생산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거든요. 그래서 기온이 올라가면 오리 스스로 열 생산을 줄이기 위해서 사료를 적게 먹는 겁니다. 그래서 사료를 조금이라도 더 먹이면서 열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는 한낮 가장 더운 시간대에 먹이지 말고 저녁이나 밤에 사료를 급여하면 더 좋습니다. 또 한국의 경우 사료회사가 계절에 따라 약간씩 배합 비율을 조정하고 있지만 북한엔 이런 전문적인 사료 회사가 없으니까 농장과 농민이 해야 하거든요.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에너지원으로써 탄수화물 대신 지방 함량을 약간 높여주면 열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되고 식욕을 올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깨지기 쉬운 체내의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해질 제제를 첨가하거나 비타민C를 첨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죠.
MC: 여름에는 또 사육사 내에 분변 냄새 등 악취가 심각하잖아요? 환기가 중요한 건 모두가 아실 텐데 그 방법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게 있을까요?
조현: 네. 있습니다. 오리 사육사 내에 공기 이동속도가 증가하면 비록 공중 온도는 크게 감소시키지 못하더라도 오리의 체감 온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시원한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 무조건 다 열어서 자연환기를 시키는 것은, 요즘 같은 혹서기엔 너무 더워서 체온 절감이 거의 안 되더라고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밀폐된 오리 사육사 한쪽 끝에 선풍기를 설치하고 다른 한쪽엔 입구를 만들어서 사육사 내부 전체에 터널처럼 공기가 쭉 통하게 하는, 터널식 환기가 중요합니다. 북한의 국영가금목장들은 특히 창이 없는 무창식 오리 사육사가 많아서요. 이런 경우 터널식 환기를 통해 풍속을 초당 2m내외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2㎧라면 오리의 체감온도를 5℃ 이상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든 오리를 지켜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MC: 네. 사람에게도, 가축에게도 너무 더운 여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건강 잘 지키시고요.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방송 마칩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