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북한, 럼피스킨병의 심각성 인식해야
2024.08.23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폭염으로 인한 가축 폐사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서 국무총리가 살처분 등 여러 방역 조치를 긴급 지시했어요.
천정부지로 치솟은 돼지고기 가격
전염병으로 인한 사육두수 감소가 원인
조현: 네. 그랬죠. 북한도 최근 안주, 북창, 문덕, 개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서 평안남도 6곳과 정주, 영변, 구성, 박천 등 평안북도 8곳 축산 시설에 이동 제한을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살처분은 하지 못하고 발병 목장에서 10km 이내 모든 농가와 읍에 이동 제한을 걸었다고 해요. 발병되면 즉각 살처분하고 바로 이동을 금지시켜야 하는데 좀 늦었습니다. 개체수가 워낙 없어 그랬을 겁니다. 따라서 지금 시장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2만 원이었는데 지금 2만 4천원으로 상승했어요. 2019년엔 돼지고기 1kg을 1만원에도 구할 수 있었고 올해 4월만 해도 1만 5~6천원에도 구할 수 있었는데요. 갑자기 오른 건 환율 문제도 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비롯한 각종 전염병으로 사육두수가 감소한 게 주된 원인입니다.
MC: 한반도가 점점 열대화 되어가고 그에 따라 활동하는 생물이나 곤충도 바뀌어서 일어난 일일 텐데요. 점점 더 심해질 문제라 이젠 대책을 가지고 있어야겠습니다. 참, 지난주에는 북한에서 러시아 염소 4~500마리를 들여갔어요. 저희 RFA를 시작으로 한국 언론에서 많은 보도를 했는데요. 각종 전염병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라, 이 염소들 관리하는 데도 굉장한 주의가 필요하겠어요.
조현: 네. 많이 어려울 겁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기후풍토가 굉장히 다른 환경입니다. 북한이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사육환경을 먼저와 비슷하게 만들어 놓아야 했고 사료도 충분히 준비해야 했는데요. 관련된 현지 분들에게 들었을 때 사전 준비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 지금은 배합사료도 없는 형편이라 제 생각엔 그 염소들, 이제 풀만 먹일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한국처럼 배합사료를 먹여야 합니다. 북한에서 만들거나 안 되면 수입이라도 해야 하고요. 그러지 않으면 또 실패하고 전염병에 걸리고 결국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더더군다나 지금 북한은 아프리카돼지열병만큼 소들 사이에 럼피스킨병이 돌고 있거든요. 이건 굉장히 심각한 병이라서요.
MC: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우리 방송에서도 많이 다룬 부분이라 익숙한데요. 럼피스킨병은 좀 생소하네요. 어떤 병인지요?
조현: 소들 사이에 유행하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질병입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HOH) 질병목록에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올라와 있습니다. 주로 침파리, 모기 등의 흡혈 곤충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고요. 오염사료물을 섭취하거나 오염된 주사기를 통해서도 감염됩니다. 북한에선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니까 꼭 주의해야 합니다. 이게 옮으면 소의 피부와 점막에 5cm 미만의 작은 결절이 생깁니다. 이때를 시작으로 침울, 식욕부진, 쇠약, 과도한 침흘림, 눈코 분비물 증가, 가슴과 다리에 부종, 이런 증상이 생기고요. 결과적으론 우유 생산이 되지 않고 가죽의 손상, 암소의 유산, 수소의 불임 등 심각한 질환이 생깁니다. 이렇게 다양한 병과 증상을 나타내다가 폐사되는 경우는 10% 정도인데, 죽지 않더라도 더 이상의 생산은 어렵습니다. 치료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MC: 하지만 럼피스킨병이 올해 더더욱 심각하다고 하셨어요. 작년에 비해서 발병 상황이 얼마나 더 늘어난 건가요?
북한, 럼피스킨병의 심각성 인식해야
조현: 북한의 경우 지금까지는 약 1.5배 늘어난 거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축산업계인데 평안남도 가축방역소 자료에는 올해 상반기에 도내 농장에서 럼피스킨 문제가 심했다고 적혀 있고요. 다른 자료들에는 지난해 9월 황해남도 연안군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올해 7월까지 전국 확진 사례가 207건이라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미 럼피스킨병 발생을 확인하고도 ‘위기’ 경보를 발령하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위기’ 경보를 발령하면 출입과 이동에 단속이 들어가고 중국에서도 백신을 들여와서 다른 소에게 접종시키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엔 북한 당국이 이 럼피스킨병을 심각하다고 인식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구제역보다는 덜 중요한 것처럼 보는데 북한 당국이 이젠 이 병에 대해 심각성을 느껴야 합니다.
MC: 그렇군요. 소장님, 그런데 이 럼피스킨병은 지금 한국에서도 문제 아닙니까?
조현: 네. 문제입니다. 한국도 작년에 비해 많이 발병했어요. 그런데 한국은 즉각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 병이 발생한 해당 축산시설에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 중지명령을 내렸습니다. 발병 농장의 감염된 소를 살처분했고, 인접 시군 11곳 가운데 당시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6곳에 대해 국가 예산으로 백신 접종을 진행했습니다. 이게 흡혈 곤충에 의해 많이 전염되는데, 한국은 흡혈 곤충을 잡는 살충제만도 수백 가지가 넘게 생산되고 그래서 축산농장에는 허가를 받은 제품만 사용할 수 있는데, 그 허가된 살충제만도 95종이나 됩니다. 또한 한국은 이런 병들 때문에 축산물 수급 불안을 우려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럼피스킨병에 따른 살처분 마릿수는 전체의 0.0001%에 불과하고요. 지금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개체수도 0.01%정도입니다. 한국은 외국산 소고기, 돼지고기도 다양하게 수입하거든요. 북한 당국도 이 점 참고 해야겠습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참으라는 식의 자력갱생은 더 이상 아무도 인민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MC: 소장님 말씀처럼 북한 당국이 일단은 럼피스킨병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급한 대로 농민들이 직접 시도해볼 관리 방법이 있겠습니까?
농민에게 절실한 축산 전문 교육
조현: 네. 일단 방역이 가장 중요하죠. 축사의 위생 관리는 기본이고요. 지금 같은 시기엔 외부 인원의 출입을 철저히 막아야 하겠습니다. 살충제를 가지고 수시 방역을 하면 좋은데요. 살충제가 부족하다고 해서 아무거나 사용하지 말고 반드시 지정된 가축 농장과 반드시 빈 축사에 쓰길 바랍니다. 살포할 때는 사료, 물, 급수기구 등이 오염되지 않도록 조치하고요. 사람도 반드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살포 후엔 꼭 몸 세척을 하셔야 합니다. 살충제가 없으면 쑥불을 피우거나 담뱃진을 물에 풀어서 축사에 뿌려주고, 축사 도랑을 다 정리한 뒤에 풀을 쳐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게 교육인데요. 가축을 사육하는 주민들에 대한 전문 교육이 필요합니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법은 물론이고 가축질병이 농장이나 농가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나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자료도 충분히 알려줘야 농민들도 그 심각성과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가축의 규모를 정해 주체적으로 키울 수도 있고요. 북한 당국 입장에서, 북한 내 연구가 부족한 경우에는 해외의 자료를 꼭 찾아보시고요. 농민 입장에선 당국에게 강력하게 이런 정보를 달라고 요구해야 하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