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광천닭공장은 계속 운영될 수 있을까?
2024.03.15
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요즘 한국에선 건강한 밥상을 위해 탄수화물을 줄이고 고기나 삶은 계란, 두부 등의 단백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바뀌어 가는데요. 북한은 아직 식량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조현: 가장 저렴하고 쉽게 채울 수 있는 방법이 계란이겠죠. 계란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첫 번째 콜린(Choline) 때문입니다. 콜린은 인지 기능 저하를 막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강화시킵니다. 또 운동 도중에 상처를 입었을 때 더 빨리 회복시킵니다. 계란 노른자의 단백질은 정말로 순수하고 완전한 단백질인데요. 바꿔 말하면 신체가 제대로 기능하는데 필요한 모든 아미노산을 포함한다는 뜻입니다.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비타민D도 들어있고, 무엇보다 식욕을 억제시킵니다. 단백질 함량이 높아서 먹으면 포만감이 드니까 남한에선 통통한 사람들에게 살을 빼는 용도로 훌륭하고, 북한에선 허기를 줄여주는 아주 좋은 식품이지요.
MC: 네. 그런 계란을 북한에서도 많이 생산하면 좋겠는데, 소장님께선 북한 농촌에서 닭의 사육환경이 미비하다고 수차례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정도 상황인가요?
북한의 현재 달걀 생산량
1980년대 절반에 불과
조현: 네. 농촌 얘기만 해 보면요. 가정에서 소규모로 계란을 먹기 위해 마당에서 4~5마리씩 기르는 수준이고요. 각 농장 탈곡장에서도 100마리 전후로 키우고 있고, 좀 큰 규모로는 정미소에서 100~500마리씩 기르고 있습니다. 북한에선 사육 기술이 발달되지 못해서 소규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계란 최대 생산 년도를 1980년대로 꼽습니다. 1년에 약 12억 개로 추정하는데요. 현재는 그때의 50%에도 못 미칩니다. 한국은 통계상으로, 1년에 한 사람이 300개 이상 먹을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먹고 싶은 사람은 하루에 10개씩도 마음대로 먹을 만큼 공급이 원활합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에선 계란 생산 늘리는 게 시급하고요. 생산성 좋은 산란계 품종과 컴퓨터로 조정하는 현대식 부화기를 들여다가 병아리 부화장을 농장마다 최소 1개씩은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또 양계용 배합사료도 어서 만들어야 합니다.
MC: 네. 대량생산이 시급하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대규모 양계장과 부화장도 짓고 좋은 품종도 들여와야 하겠지만 당장엔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좀더 쉽게 가는 방법이 있을까요?
대형 설비 없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조현: 네. 대형 설비 없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요. 한국에 본받을 만한 방법이 있긴 합니다. 임대사육이라고 할까, 혹은 재배계약이라고 할까요? 계란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유통회사나 가금회사에서 지방의 각 농가마다 후보닭을 나눠줍니다. 그럼 농가에선 그 후보가 닭이 되어 알을 낳을 때까지 키우고 2년 동안 계란 생산을 하는데요. 그동안 유통회사에서 농가에 사료도 계속 가져다 주고, 생산된 계란은 그 회사가 다 가지고 가서 팔게 됩니다. 판 돈을 나눠서 회사가 좀 가져가고 농민에게도 주는 거죠. 회사 입장에선 큰 시설을 짓지 않고 노력 인원에게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계란을 유통시키기만 해도 회사는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농민은 농민대로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이걸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도시군 농촌경영위원회나 가금총국 또는 축산관리국이 유통회사가 되고 농가에선 정성스럽게 키우기만 하면 되겠죠.
MC: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소장님이 속해 있는 굿파머스연구소에서도 라오스 농가에 닭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농가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까?
조현: 네. 당연하죠. 저희 단체에선 라오스에 한 농가당 닭 100마리씩 나눠주거든요. 100마리 정도 키우면 한 달에 계란 생산으로 100달러를 벌 수 있대요. 100달러면, 현재 북한에선 쌀 1kg이 0.6달러 되니까 매달 70~80kg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희 단체가 라오스에서 진행하는 일들을 차후 북한에 도입하는 것이 제 목표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게 2년만 잘 생산하면 농가에 기반이 잡혀서 그 이후엔 도와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 돈 가지고 이밥에 고깃국도 먹을 수 있고, 또 계란을 생산할 병아리도 구입할 수 있죠. 남은 돈으로는 닭장 수리하고 그렇게 밑돈이 마련되는 겁니다. 지금 북한 농촌 아이들은 먹지 못해서 뼈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애들에게 계란 잘 먹이면 단백질이 공급되고, 어른들은 건강하면 농사도 더 잘하잖아요.
MC: 네. 북한 아동들의 기아 문제는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데요. 북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당국의 빠른 움직임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난달 초에 북한 당국이 광천닭공장에서 생산된 닭고기를 평양시민에게 공급한 적이 있었잖아요. 한국 언론에도 보도되었고요.
광천닭공장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이유
조현: 네. 잘 알고 있죠. 비록 평양만이라고 해도 시중 가격보다 7분의 1이나 싸게 공급했다고 해서 한국 분들이 많이 놀랐는데요. 그러나 평양만 혜택을 받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까 저나 북한 출신 분들에게는 놀랍지는 않은 일입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회성 같습니다. 광천닭공장은 연간 3천~5천 개의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후속 보도가 이어지지 않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제가 보기엔 광천닭공장은 현재 그 생산 기능의 50%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아마도 앞으로 100%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MC: 앞으로도 쭉 지속될 것 같지 않다는 말씀이네요. 왜 그렇게 보시죠?
조현: 네. 평양에 만경대닭공장, 삼석닭공장, 하단닭공장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세 개의 공장이 제대로 기능만 하면 광천닭공장을 새로 지을 필요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북한이 광천닭공장을 만들어 이렇게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닭을 공급한 이유는 좋은 시설을 번듯하게 지어놓고 현대적인 설비가 도입되었다고 자랑하려는, 이른바 보여주기식 의도였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컴퓨터 등 설비 사진들이 좀 보였잖아요. 그러나 광천닭공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설비보다 앞서야 할 것, 바로 사료를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닭이 한 개의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옥수수 120g 정도를 먹어야 하는데요. 굳이 계산을 하지 않아도 그 많은 닭을 먹일 사료가 없다는 건 북한 안팎의 모든 분들이 알 것 같아요. 제가 현장 설비에 대해 조사한 바로는 광천닭공장에, 계란을 세척해서 포장하는 현대적인 기계를 하나 갖다 놓긴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충분한 사료, 그리고 분쇄와 혼합을 자동화 할 수 있는 장비, 또한 충분하고 건강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장치가 우선되어야 광천닭공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 같아요. 또 우량 품종도 도입되어야 하죠. 북한의 산란계는 1년에 200개도 알을 못 낳는데, 한국이나 외국은 350개 정도 생산합니다. 그렇다고 북한 닭이 덜 먹는 건 아니잖아요. 우량 품종이 들어가면 사료도 절약되니까요. 지속성이 불가한 광천닭공장은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농민들과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단백질이 충분히 공급되는 날이 하루 속히 다가오길 기대합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