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현장] 가을파종 전 꼭 챙겨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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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농업과 축산업은 세상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산업이죠. 특히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북한의 경우 자신의 먹거리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에 더욱 강조되는 현실입니다. 이 시간엔 남과 북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농축산 전문가와 함께, 북한 농축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적용 가능한 개선방법도 함께 찾아봅니다.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는 농축산 전문가, 사단법인 굿파머스연구소의 조현 소장과 함께 합니다.

MC: 조현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조현: 네. 안녕하세요.

MC: 모내기도 다 마쳤고 감자와 밀보리 수확도 거의 끝나갑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땅도 좀 쉬면서 지력을 회복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소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7월 초, 지금은 땅을 점검할 시기

조현: 네. 그게 맞는 말입니다. 올 봄에 평안북도 시군 농업경영위원회에서 도내 토질 검사를 실시했는데요. 전기전도도(EC), 토양산도(PH), 토양 내의 유기물 상태까지 농사를 짓기 어려운 상태로 판정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북한 땅은 정말로 좀 쉬면서 지력을 회복해야 합니다만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선 그럴 수가 없죠. 반대로 식량이 없다고 계속 토지에 부담을 주면 토양의 질이 더욱 떨어져 황폐해질 겁니다. 결국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지금 이 시기는 북한 어느 지역이든지 땅을 꼭 한번 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MC: 네. 곧 가을 파종도 할 텐데 반드시 땅을 한번 점검해야 하겠네요. 땅을 비옥하게 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한국에선 녹비식물 씨앗들도 팔더라고요. 소장님께서 일전에 녹비식물 심기를 추천하신 적도 있었죠?

조현: 네. 그랬습니다. 녹비라는 말은 우리말로 풋거름을 뜻하는데요. 생나무나 생풀 등의 썩지 않은 거름을 말합니다. 식물이 푸른 상태일 때 토양에 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그런 풀들이 있어요. 야생작물로는 산야초, 자운영, 클로버 등이 있고 볏과에 해당하는 녹비식물도 있습니다. 귀리, 보리 등입니다. 이런 걸 심는 것도 땅의 지력을 회복하는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한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클로버를 일부러 더 심고 그러지는 않아요. 자연의 이치대로 놓아두면 그런 야생풀들이 자라면서 지력을 회복하는 건데요. 북한은 지금 그 정도도 되지 않는 상태니까 녹비식물을 심을 수 있다면 구해서 하시는 것이 방법입니다.

MC: 그렇군요. 하지만 우리가 방송에서 수확량 증대를 위해서, 종종 이모작을 통해 여러 작물이나 채소를 재배할 것을 강조해왔는데요. 사실 녹비식물은 땅을 비옥하게 만들긴 하겠지만 식량으로 사용할 수는 없잖아요. 먹는 작물을 심어서는 안 되는 걸까요?

지력 개선에 탁월한 작물은?

조현: 아니오.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우린 토양의 질도 좋게 하고 농장이 돈도 버는, 그런 방법을 열심히 고민해야 하겠죠. 북한 농장과 농민이 돈을 좀 만지려면 가축을 사육하거나 돈이 되는 작물을 재배해야 하는데요. 그런 작물이 사실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중 하나 토양의 질도 개선하고 영양 좋은 식품도 얻고 가축 사료도 얻을 수 있는 작물이 바로 콩입니다. 콩은 뿌리에, 공중의 질소를 땅에 고정시키는 균이 있어서 토양의 질을 개선해주고요. 또 두부나 기름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그 부산물은 질 좋은 가축사료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방송에서 제가 콩을 많이 강조해왔는데 못 들으신 분도 있을 것 같아서 오늘 한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지력 개선을 위한 방법도 많지 않아서 꼭 강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MC: 하지만 북한에선 콩이 제일 부족한 작물 중에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구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지 않나요?

조현: 아예 못 구할 종자까진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 멀리 발품을 팔거나, 농장 단위로 다른 지방에 사람을 보내서 구해올 정도는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종자를 구해놓고, 대신에 재배기술을 좀 더 개선하는 게 좋겠습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정성을 다해야 하는 건 어떤 작물이나 다 해당되는 얘기지만 우수한 품질을 생산하기 위해서, 특히 콩은 어떻게 심는지에 따라 생산성이 아주 크게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MC: 그렇군요. 서리태의 경우는 5월 중순~6월 중순 정도 심잖아요? 지금은 좀 늦지 않았을까요?

조현: 그렇게 알고 계신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후 변화의 이득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북한의 황해도, 평안도, 강원도, 함경남도 등 함흥 이남 지역에선 얼마든지… 감자나 밀보리 수확 후에 파종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제 견해로는 7월 초순이나 중순까지, 각 지역마다 평년보다 한 달 정도 더 늦어져도 괜찮을 것 같아요. 북한에서 콩을 구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선택해서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심어서 빨리 거두는 조생종 품종을 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심을 때는 300평을 기준으로 석회 100~200kg과 퇴비 1통을 살포하고 땅을 갈아줍니다. 비료는 안 뿌려도 되고요. 대신 높은 이랑을 만들어 파종하는 게 좋습니다. 파종할 때 이랑에 2~3개씩 점뿌리기(씨앗을 한 곳에 몇 개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뿌림)를 하는데요. 제가 해 보니 한 이랑에 두 줄씩 재배해도 괜찮더라고요. 두 줄씩 재배할 때는 줄 사이 간격을 40cm 유지하면 되겠습니다. 보통 이랑 사이는 60~70cm, 포기 사이는 10~20cm 간격을 유지시켜야 합니다. 북한에서 보통 심는 방법보다 간격을 좀 더 넓혀 주시는 것이 잘 재배하는 방법입니다.

MC: 한국에서도 지금 가을 파종 전에 지력 개선에 힘써야 하긴 마찬가지일 텐데요. 한국의 농법 중에 눈여겨봐야 할 비법이 있을까요?

이모작에서 반드시 선택해야 할 ‘그것’

조현: 사실 한국은 지력 개선을 위해서 매년, 매 시기마다 좋은 비료를 쓰고 작물을 수시로 바꿔 심기 때문에 따로 더 특별하게 해야 하는 건 없습니다. 지금 시기에 반드시 꼭 뭘 하지는 않고요. 오히려 추운 겨울, 진짜 땅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그때 녹비식물을 좀 심는 정도죠. 그런데 이모작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니까 북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보였습니다. 한국에선 최근 벼와 밀의 이모작을 했을 때, 이모작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총 수확량이 1정보에서 총 67% 증가했고요. 밀과 들깨 이모작을 할 때는 역시 이모작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1정보당 73%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또 벼와 밀의 이모작 때는 두 작물의 총 생육일수가 355일인데 그에 비해 밀과 들깨 이모작 때는 생육일수가 326일, 밀과 참깨 이모작 때는 298일이어서, 벼와 밀의 이모작 때보다 기간이 짧아 여유가 좀 있었다고 하네요. 북한에서도 이모작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이런 결과를 볼 때 평안도나 황해도, 강원도 농장에서 밀과 참깨, 밀과 들깨, 이렇게 이모작 도입을 하면 현재 북한에서 많이 하는 벼나 밀의 이모작보다 시간이 좀 더 여유가 있고 농가 소득도 증가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깨도 콩처럼 지력을 개선하는 작물 중에 하나이니까요.

MC: 좋네요. 안 그래도 들깨로 만든 들기름은 요즘 건강식으로 주목 받으면서 세계적으로도 인기 있는 추세잖아요?

조현: 네. 사실 식량의 의미가 북한에서는 배를 채워야 하는 음식이지만 한국, 미국, 유럽,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에선 병을 고치고 체질을 바꾸는 건강식을 뜻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참깨도 좋지만 전 들깨 심는 것을 더 추천합니다. 들기름에 들어있는 알파-리놀렌산과 오메가3-지방산은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을 예방하고요. 이런 기능이 알려지면서 들깨 재배면적은 세계적으로도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가격도 뛰어올라서 국제시장에서도 굉장히 비싸졌거든요. 들깨도 파종시기가 늦어져서 7월 중순까지는 파종이 가능하고 담배, 양파, 마늘, 보리 등의 작물과 앞뒤 재배가 가능합니다. 오늘 제가 드린 말씀을 종합하면, 7월 초인 지금은 반드시 땅의 지력을 한번 개선한 후에 가을 파종으로 넘어가야 하고요. 지력 개선과 또 농가 소득 증산 및 식량으로도 쓸 수 있는 작물은 콩이랑 깨다… 이걸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MC: 네. 소장님, 오늘도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농축산, 현장이 답이다>였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