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칭찬합니다] 한국으로 떠난 첫사랑 찾아 탈북한 여자(2)
2024.03.28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때, 내 뜻대로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결국은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혹시 있으셨나요? 그럴 때 누군가 단지 손 내밀어주는 것만으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툰 탈북민들의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준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당신을 칭찬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이지요: 뭘 메고 오셨어요?
고연희: 이게 저희 특허 제품입니다. 혼자 치는 배드민턴이라는 제품이에요. 제가 한번 세워보겠습니다. 여기에 셔틀콕이 달려 있는 거예요. 한 단씩 한 단씩 빼주는 겁니다.
이지요: 엄청 올라갔어. 롱다리네. 어머어머. 이게 일반 배드민턴 치는 것보다 장소적인 효율도 있겠어요. 이게 둘이 이렇게도 되네. 한쪽 벽을 보고.
북한에서 헤어졌던 첫사랑이 한국으로 떠나자 무작정 탈북해 한국에서 그 첫사랑과 만나 결혼에 성공한 고연희 씨, 그 과감함으로 첫사랑, 아니 남편과 함께 태양광 구조물 제작을 하는 공장을 차리고 직접 용접까지 하며 공장 규모를 키워 왔는데요. 알고 보니 연희 씨에겐 회사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창성헬스테크라는 발명품 개발 회사. 지금 연희 씨가 열심히 소개하고 있는 발명품은 배드민턴에 낚싯대의 원리를 결합한 건데요. 일명 혼자 치는 배드민턴! 땅 위에 봉을 세로로 놓고 잡아당기니 2, 3미터쯤 높아지고요. 그 끝에 달린 긴 낚싯줄에 배드민턴 공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공을 치면 반원을 그리며 멀리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와 혼자서도, 둘이서도 귀찮게 공 주우러 갈 필요없이 편하게 칠 수 있는 거죠.
이지요: 이게 튕겨져 나올 때도 이게 손맛이 있네. 이거 진짜 운동이 되네요. 몇 분 안 했는데 혼자 막 치는데도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이런 손재미가 있고 이거는 그럼 누가 개발을 하신 거예요?
고연희: 이거 개발하신 분은 이제 따로 계십니다. 여기 저희 유명한 좋은 제품을 개발하신 분입니다.
이지요: 이거 직접 개발하시면서 같이 일을 하시는 거세요?
최병진: 그렇죠. 지금 이것뿐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것도 전부 다 같이 회사에서 모든 조언을 들으면서 같이 이렇게 일하는 거죠.
이지요: 보니까 뭐 여러 가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고연희: 일단 앉아서 어르신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하는 유산소 운동 기구라고 보시면 돼요.
이지요: 이거를 그럼 같이 개발하신 거예요? 아니면…
고연희: 이사님이시죠.
운동센터나 공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리운동 기구와는 조금 달라 보이는데요. 앉아서 다리로는 바퀴를 돌리고, 팔은 양 옆에 매달린 줄을 잡아당기거나 앞에 달려 있는 작은 바퀴를 좌우로 돌려 팔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신박한 운동기구를 개발한 건 바로 창성헬스테크의 최병진 이사님이라고 하는데요.
이지요: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재미도 있네요. 이렇게 하시면서 박수도 치면서 운동하시고 내 나이가 어때서~ 하시면서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셔서 같이 일을 하게 되셨어요?
최병진: 처음 봤을 때 이제 제가 공장을 하고 있었어요. 집사람하고, 그러다가 이제 한 2년 정도 같이 병원에 있다가 아내를 하늘로 보냈죠. 그러고 혼자 하려다 보니까 힘들었죠. 그래서 공장 접기는 그렇고 해서…
고연희: 그때 사장님 사업을 하시고 계실 때 우리가 들어갔던 거죠.
최병진: 아마 거의 못 믿으실 거야. 컨테이너 박스 그 반쪽짜리 하나 사무실로 시작해서 이렇게 왔다는 거는 설마 하는 그런 생각도 가질 거예요. 저녁에는 9시, 10시 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어요. 저 또한 덩달아서 어쩔 수 없어. 토요일하고 일요일 거의 안 쉬어요. 그렇게 해서 여기까지 이렇게 해서 온 거예요.
공장을 운영하던 최병진 씨는 아내와의 사별 후 고연희 씨 부부에게 작은 사무실을 세주면서 처음 만났는데요. 아내의 죽음 이후 모든 의욕을 잃었던 최병진 씨는 부부가 너무나 열심히 사는 모습에 일을 아예 관두려던 마음을 접고 지금의 동업자가 되었던 겁니다.
고연희: 사실 저희 같은 햇병아리를 모른척 해도 되고 굳이 신경 안 써도 되는 부분인데 이렇게 막 힘들어할 때는 ‘무슨 일이세요’ 하고 해줬던 그 위로의 말 한마디가, 그 물어봐 주는 말 한마디가 저는 엄청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이사님이 저한테 주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나고 보면 다 맞는 거예요. 이게 항상 아버지 같은 느낌 좀 이런 느낌이 좀 컸었어요.
최병진: 제가 겪었던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달라요. 일단 해보고 우리 나중에 결정해요 하면서 무조건 추진하는 거, 해보고 안 된 거는 거기에 대한 미련이 전혀 없더라고요.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다른 사람 원망도 없고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믿음이 생긴 거고 같이 어떤 일을 해도 아무 문제없겠다. 이런 거 만들고 뭐 하고 하는 거는 다른 데서 못 하잖아요. 근데 여기에서는 내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뭘 원한다 하면 다 그냥 알아서 지원해주고 그냥 하라고 하니까. 내가 이렇게 일할 수 있는 동안 이렇게 모든 걸 내가 해줘도 아무 미련이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현장음)
이지요: 아니 어디 가셨나 했더니 웬 고기를?
고연희: 삼겹살 파티하고 있습니다.
이지요: 그런데 지금 이런 게 굉장히 특이하네요. 뭐예요?
고연희: 하나밖에 없는 거, 우리 최 이사님 작품입니다.
이지요: 이런 것도 진짜 아이디어가 너무 좋으시다.
공장 마당에서 드럼통 위에 가마솥을 뒤집어 지글지글 돼지고기를 굽고 있는데 연기가 하나도 나질 않습니다. 바로 생활용품 발명가 최병진 이사님이 연통을 멀리 달아 불편함을 없앤 거죠. 자~이제 고기도 맛있게 잘 익었으니 상추에 잘 싸서 먹어볼까요?
이지요: 열심히 일하시고 준비해 주신 우리 대표님한테 먼저 아~스승님께도~
고연희: 최 이사님은 그러시거든요. 번듯한 회사라는 거는 참 힘든 길이에요. 그걸 선택하는 거는… 전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어요. 이 회사를 북한에서 와서 남의 도움만 받는 회사가 아니라 누군가한테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초심을 잃지 말고 사람을 상대할 때도 그 초심 그대로. 전 항상 그런 얘기를 해요.
이지요: 오늘 저는 이 고연희 대표님을 보면서 같은 여자로서 많은 걸 느꼈거든요. 정말 칭찬하는 마음으로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우시지만 저희가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준비했어요.
고연희: 감사합니다. 너무 예쁘네요. 당신을 칭찬합니다. 남과 북을 잇는 고마운 인연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 마음을 저희 최 이사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이지요: 아니 좀 쑥스러워하시네요.
직원: 눈물 보이셨어.
최병진: 처음에 만났을 때 생각하니까 울컥하네요.
고연희: 앞으로도 쭉 같이, 끝까지 가는 걸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연희 씨는 앞으로도 퇴근이 늦더라도, 주말에 쉬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 최 이사님과 함께, 또 탈북 후배들과 함께 번듯한 회사를 운영하고 싶으니까요. 그땐 새로운 발명품도 더 많아지겠죠? <당신을 칭찬합니다>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주인공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