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ASF발병, 국경 넘나드는 야생돼지로 南 돼지농장 전파 가능; 남북 방역 협력 시급해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06-25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강원 접경지역인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가축방역 관계자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ASF 발생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정부는 이날 접경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강원 접경지역인 양구군의 한 양돈 농가에서 가축방역 관계자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ASF 발생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정부는 이날 접경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탁상우 박사와 함께 아프리카돼지열병 (ASF)의 확산과 남북 방역 협력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과 몽골, 베트남, 북한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해 각국이 초긴장 상태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만 감염되는데 각국이 잔뜩 긴장하는 이유는 뭘까요? 탁상우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이 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출혈열 증상을 보이면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치명적인 병원체입니다. 높은 치사율 때문에도 긴장을 해야 됩니다. 문제는 예방을 위한 백신이 아직 없다는 점, 그리고 감염된 경우에도 특이한 증상 없이 갑자기 돼지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질병에 대한 신속한 감지와 대비가 어렵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최근에 대유행이 보고되기 전에도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에서 유행하던 동물 질병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서 유행하다가 작년에 처음 중국에서 보고되면서 아시아 국가들로 퍼져나가는 상황입니다. 이게 식량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를 불러오기 때문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합니다.

예컨대, 베트남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대도시와 지방성 63곳 중 55곳으로 확산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11일 기준으로 베트남에서 살처분된 돼지의 규모는 무려 245만마리에 달합니다.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으로 베트남은 현재까지 3조6000억동, 미화로 약 1억5천만달러의 경제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탁 박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이처럼 확산하는 것은 전파경로가 다양한 것도 한 이유라고 말합니다.

(탁상우) 먼저, 바이러스 자체가 생존력이 매우 강해 자연상태에서도 몇 달, 몇 년씩 생존 가능합니다. 주로 혈액이나 소변 등에 있는 체액에서 높은 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공 돼지고기에서도 생존해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인체에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질병으로 죽은 돼지의 고기를 소비할 경우, 그 이후에는 인간에 의한 전파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복, 신발에 죽은 돼지의 혈액이나 체액이 묻어 다른 환경에 있는 돼지에게 전파되거나, 소비하고 남은 음식을 재가공해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사용하는 경우 전파의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세계동물보건기구와 세계식량기구가 이 질병의 확산을 막으려고 돼지고기가 사용된 음식 잔반을 다시 동물들의 사료로 사용하지 말아라, 또, 이를 최우선적인 금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남한의 문턱까지 다가왔습니다. 지난 5월 말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보고된 이후 북한에서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접경지대를 넘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섭니다. 농장돼지도 아닌 야생 멧돼지가 왜 위험한지 물었습니다. 탁 박사의 설명입니다.

(탁상우) 우선, 물렁진드기라고 하는 곤충이 야생돼지간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로 알려졌습니다. 이 진드기에 물리거나, 농장돼지가 야생돼지와 직접 접촉, 혹은 야생돼지의 대변에 노출되면 농장에서 사육되는 돼지들에게도 전파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처럼 대규모 농장 환경에서는 이 질병을 막는 게 현재로서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동물을 살처분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중국도 지금까지 살처분된 돼지가 4천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질병을 몇 년 전에 퇴치했다고 하는 체코나 루마니아 등의 나라들도 나라 안에 있는 대부분의 돼지들을 처분한 뒤에야 박멸 선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남한 당국은 야생 멧돼지를 막기 위한 울타리 시설을 624개 농가 가운데 74%인 465곳에 설치했습니다. 나머지 156개 농가에는 조속히 울타리를 설치·보완할 계획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서울시에서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중국산 돼지고기 가공식품이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었습니다.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일선 자치구들은 지난달 시내 외국인 밀집구역 수입식품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중국산 돼지고기 가공품 유통 실태 점검을 진행했는데요, 점검 결과, 신고 없이 남한 내에 반입된 중국산 소시지가 주로 적발됐습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닌데요, 자유아시아방송이 접촉한 평안남도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영목장들이 전염병에 걸린 돼지들을 매몰 처분하지 않고 소시지 공장에 헐값으로 판매한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오염된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가공식품을 사람이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탁 박사의 말입니다.

(탁상우) 연구에 의하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고기나 가공식품을 섭취한다고 해도 인간에게는 감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다만, 이 질병에 감염된 돼지가 약해진 면역체계 때문에 다른 병원균에도 노출됐을 수가 있어서 보다 안전한 섭취를 위해서는 반드시 고온에 충분히 익히는 등의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섭취뿐만 아니라 감염된 고기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농장에 전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북한 발병은 남북간 방역 공동 협력이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이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북한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 진단 장비, 소독약, 소독 장비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 정부의 방역협력 제의에 아직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탁 박사의 설명, 들어보시죠.

(탁상우) 현재까지 공동 협력이라고 부를 정도의 교류는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상, 북한에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문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국경을 넘나드는 야생돼지 때문에 언제든지 남한의 돼지농장으로의 전파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를 남북한 공동의 문제로 인식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우선 민간수준에서 기본적인 방역을 위한 진단장비나 소독약 등을 지원하는 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유엔의 경제제재로 쉽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북한의 농장이나 이 질병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 대한 정보만이라도 공유가 된다면, 남한에서는 방역 대비에 조금 더 만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남북이 협력한다면, 공히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실로 국경을 초월한 협력이 지금보다 절실할 때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남한의 일간지 한국일보는 최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관련 논의가 남한 내 대북민간단체와 북한 간에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측에서는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민족화해협의회가 창구 역할을 한다는데요, 남한의 한 대북 민간단체가 이달 5일 중국에서 북측 관계자와 만나 현 상황을 청취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남하 방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과 남북 방역 협력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