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해 오셨나요?
도명학: 네, 오늘은 북한 문학계에서 가장 역량 있는 작가들로만 구성된 창작집단인 '4.15 문학 창작단'(April 15 Literary Production Unit)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MC: '4.15 문학창작단'라고 하면, 지난주 저희 프로그램에서 소개해 드렸던 북한의 유명 소설가 안동춘 작가가 소속돼 있는 조직 아닌가요? 이 조직은 북한인 일반 주민들도 잘 모르는 조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주에는 시간이 없어서 자세한 얘기를 나누지 못했습니다만, 먼저 '4.15 문학창작단'은 어떤 조직인지 소개 좀 해 주시죠.
도명학: 네, '4.15 문학창작단'은 1962년 김일성의 55회 생일 4월 15일에 발족했습니다. 그의 생일날에서 이름을 따온 창작 집단으로 김일성, 김정일을 직접 주인공으로 형상한 소설 창작이 기본 사명입니다. 즉, '4.15 문학창작단'은 김일성 주체사상의 철저한 구현을 위한 집체창작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집체창작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 '주체사상'이 등장한 이후부터입니다. 1967년 김일성의 「당의 유일사상 체계를 철저히 세울 데 대한 방침」에서 볼 수 있듯이 이때부터 북한의 문학예술 정책은 명실공히 '사회주의의 완전 승리'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 과업을 수행하는데 집중되면서 그 선봉에서 '4.15문학창작단'이 역할 했습니다.

MC: 북한의 지도자가 이 조직을 만들면서 기대했던 것은 또 무엇이 있었을까요?
도명학: 북한 당국은, 특히 당시 문학예술부문에 직접 관여하던 김정일에 의해 문학예술에 주체사상을 철저히 구현시키기 위해 작가들을 새롭게 조직화하고 통제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집체창작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정한 의미를 갖는 것이지만, 사회주의 인간관 자체가 '개인주의적 인간'을 인정하지 않고, '집단속에서의 인간'만을 인정하는 만큼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개인은 의미가 없습니다. 개인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문학작품이 꼭 개인 창작이어야 할 필요가 없고, 심지어 개인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 '개인영웅주의'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은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상당한 기간 4.15문학창작단에서 창작된 작품들에 개별작가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고 집체작이라고만 되어 있어 누가 쓴 작품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MC: 이 조직을 통해 문학활동에도 천리마운동을 적용시켰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도명학: 여기에서 더 나아가 북한에서는 '주체사상의 시기'에 이르러 '천리마 운동'의 발전 형태로 '속도전' 이론이 등장합니다. '속도전'의 이론은 김정일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서 '생산의 질과 양을 함께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속도전'의 이론이 문학창작에 적용될 때는 "문학예술창작에서 속도전을 힘있게 벌리려면 또한 옳은 조직, 지도사업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조직'을 통한 창작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MC: 4.15문학창작단과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는 예술조직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조직인가요?
도명학: 4.15 문학창작단은 '백두산문학창작단'과 함께 협력하여 집체창작을 하기도 하는데 '백두산창작단' 역시 김씨일가를 우상화하는 작품을 기본으로 하는 기구인데, 다만 소설이나 시가 아니라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또한 4.15 문학창작단은 김일성이 소위 '항일투쟁 혁명시기'에 창작했다고 주장하는 연극 대본 『피바다』, 『한자위단원의 운명』 등을 장편소설화 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MC: 4.15문학창작단에 들어가면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설명 좀 해 주시죠.
도명학: 4.15 문학창작단에 속하는 작가들은 일정한 작가 아파트에 집단 거주하면서 일상생활을 통제받고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4.15문학창작단 소속 작가들 취재의 부자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실지론 오히려 4.15문학창작단에 속하지 않은 작가들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취재할 수 있는 특혜가 있습니다. 그들은 아무나 볼 수 없는 비밀 역사자료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될수록 많은 자료를 취합해야 우상화 작품을 더 개연성 있는 내용으로 창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MC: 이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서 작가들은 어떤 자격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건가요?
도명학: 4.15문학창작단에 영입되기 위해선 첫 번째 조건이 창작기량이 높아야 합니다. 주로 소설작품 위주이기 때문에 북한 소설가들 중에서도 가장 재능이 뛰어난 작가들을 물색합니다. 물론 시인이나 희곡 작가도 선택될 수 있지만 기본은 소설가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영입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조건으로는 당에 대한 충실성일 것입니다. 치명적인 정치사상적 오유를 범한 경우가 있다면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낫겠죠. 세 번째로는 인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문단의 간부나 영향력 있는 원로들, 혹은 중앙당 선전선동부나 내각 문화성 등에 인지도가 각인된 작가들이 선정될 확률이 높습니다.

MC: 이 창작단에 들어가면 북한 당국의 대우가 달라질 거 같은데 어떤가요? 창작단원은 단원이 아닌 일반 작가들에 비해 얼마나 좋은 대우를 받게 되나요?
도명학: 당연히 다릅니다. 이들은 원고료도 받지 않습니다. 국가에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작가들 본인이 김정일한테 4.15문학창작단은 원고료를 받지 않겠다고 집단 제기했었습니다. 김정일은 그 제기를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가들이 글을 쓰면 원고료를 주는 것이 당연한 데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작가들이 계속 원고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니까 김정일이 수락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4.15문학창작가들은 원고료 인세 같은 것에 무관하게 창작을 합니다. 그런데 작가들이 스스로 원고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김정일은 돈 대신 다른 것으로 이들에게 원고료에 비교할 수 없는 혜택을 돌렸습니다. 예컨대 10만원을 원고료로 받아야 할 만큼의 창작 성과를 달성했다면 그 돈 대신 표창장이나 감사장, 국기훈장, 김일성훈장, 노력영웅, 김일성상 등 정치적인 포상이 따르고 물질적으로는 선물을 비롯해 많은 혜택이 있습니다. 사실 원고료를 받기보다 훨씬 낫기에 작가들은 오히려 감지덕지하여 더 좋은 작품으로 독재자에게 잘 보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4.15 문학창작단 작가들은 중앙당 고위 간부쯤 되는 지위를 가지고 있고 우대물자 공급도 중앙당 고위 간부들만큼 받습니다.
MC: 일반 작가들에게 창작단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어찌 보면 최고의 목표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실제로 작가들 사이에서 4.15 창작단은 어떤 존재입니까?
도명학: 네, 그렇습니다. 4.15문학창작단 창립 당시까지만 해도 문단에서는 그곳을 그저 조선작가동맹 산하 별도 기구가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4.15문학창작단이 본격 가동하면서 비록 작가 개인 명의로 된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 말고는 많은 특혜가 있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문단에서 4.15문학창작단 일원이 된다는 건 귀족 작가가 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MC: 남한에도 이런 조직이 있나요?
도명학: 없습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독재자도 정당도 없는 민주주의 사회에 그런 특별 창작 조직이 만들어질 이유가 없는 겁니다. 4.15문학창작단이 생긴 목적 자체가 김일성과 그 일가를 우상화하는 작품, 즉 "수령형상문학" 창작이었습니다. 남한과는 체제가 완전히 다르기에 생겨난 조직일 뿐입니다. 북한에 비해 수령에 대한 개인 우상화가 덜했던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도 이런 조직이 만들어진 사례가 없습니다. 오직 북한에만 생겼습니다.
MC: 4.15문학창작단 단원들은 주로 어떤 작품들 써야 하나요?
도명학: 기본이 소설작품입니다. 그것도 총서형식 장편소설입니다. 물론 다른 장르도 창작할 때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내용은 김일성, 김정일 등 수령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씁니다.
MC: 작가 각자에게 북한 당국으로부터 작업량과 주제 같은 것이 주어지게 되나요?
도명학: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4.15문학창작단이야말로 당의 주문 작품 생산공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알 순 없었지만 이곳 작가들은 개인적으로 쓰고 싶은 작품을 창작할만한 여유가 거의 없을 것 같았습니다.

MC: 문학 작가가 최상의 창작품을 이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 어떤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도명학: 4.15문학창작단 작가들이 수준 높은 작품을 끊임없이 내놓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작가가 의식주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아도 글에만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주어져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4.15문학창작단에 뽑힌 작가들은 창작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매일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렵게 산다면 재능이 별 효과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어차피 이름 석자를 남기고자 작품을 쓰는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작가의 개성과 창의력 등이 자유롭게 발휘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MC: 네, '도명학의 남북 문학기행'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