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동요사 큰별 ‘따오기’ 월남작가 한정동
2025.02.01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함께 떠나는 남북문학기행 시간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도명학 작가와 함께 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얼마 전부터 이곳 워싱턴 수도권지역에 한파가 몰려 오면서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선생님, 북한은 여기보다 더 춥겠죠?
도명학: 네, 워싱턴도 평양도 같은 위도 39도 선에 있는데도 평양이 더 춥습니다. 서울은 위도 37도 선에 있는데도 요즘 워싱턴보다 더 기온이 낮습니다. 북한은 평양 이북으로 가면서 점점 더 춥습니다. 제일 추운 곳은 양강도 지방이고 그다음 함경북도, 자강도, 함경남도 순입니다. 특히 백두산이 있는 양강도는 개마고원, 백무고원 등 평균 해발고 1,000미터 이상 고원이고 위도 41도 부근이라 시베리아 날씨에 가깝습니다. 러시아 연해주와 접한 함경북도 일부 지방도 시베리아 칼바람이 내려와 바람이 센 날에는 밖에 나다니기 힘들 정도입니다.
MC: 그런데, 북한의 일반 가정에서는 어떻게 난방문제를 해결하나요?
도명학: 북한은 어디를 막론하고 거의 다 석탄과 나무로 난방을 해야 합니다. 전기, 석유, 가스 난방은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또 옛날 경제가 비교적 양호했던 시기엔 석탄 생산량이 많아 월동용 석탄을 직장들에서 일괄적으로 공급했는데,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부터 탄광들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석탄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니 땔나무 때문에 삼림이 작살날 수밖에 없어 산마다 민둥산이 되어 버렸습니다. 군중을 동원해 나무 심기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묘목이 장작개비만큼도 자라기 전에 절단 나는 판이죠. 법에 걸리는 걸 알면서도 막무가내고 삼림에 관해서는 산을 아무렇게 해도 잡아가지 않을 정도로 법이 사문화됐습니다.
MC: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옷도 매우 중요한데요. 겨울용 옷이나 양말, 그리고 장갑 같은 것은 제대로 지급이 되나요?
도명학: 그런 걸 지급하던 것도 옛날 얘기고, 군대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군인들이 사비로 시장에서 개인들이 만든 군복을 사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민들이 겨울옷과 신발을 자체로 해결한 지 오래됐습니다. 돈 있는 사람은 좋은 걸 사 입고 형편이 안되면 안되는 수준만큼 입는 거죠.
MC: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이들에게 겨울은 정말이지 혹독한 계절일텐데 말이죠.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왜 문학이야기는 안 하고 날씨 이야기를 하나 하실텐데요. 오늘 작가가 어린이와 관련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선생님, 오늘 소개해 주실 작가는 누구인가요?
도명학: 네, 오늘 역시 월남한 작가인데, 아동문학작가 한정동을 소개하려 합니다. 6.25전쟁 시기 월남했고 작고 하신 지도 오래됐지만 한국 아동문학 발전에 업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한정동 작가는 1894년 평안남도 강서에서 농부의 3남으로 태어나 11세까지 한문을 공부하다가 12세 때부터 신학문을 배웠습니다. 25세 나던 1918년에 평양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였는데, 졸업 전후에 평양시청에서 잠시 서기로 근무 하기도 하였습니다. 1925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요 <따오기>와 <소금쟁이>가 당선되어 [어린이] 3월호에 발표되면서 문단에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따오기>는 작곡가 윤극영의 작곡으로 광복 전부터 널리 애창된 동요입니다. 그는 한때 국민학교 교사로 있다가 1936년부터 1939까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진 남포지국장 겸 기자로 활동하였습니다. 이어 진남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8ㆍ15광 복을 맞았습니다. 그 뒤 진남포 영정국민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에 취임하였습니다.
그리고 57세 때인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고 북진했던 유엔군이 후퇴할 때 월남 한 이후 부산 국제신문사의 기자를 역임하면서 한때 한국아동문학회 회장의 중책을 맡았습니다. 그 후 75세 때인 1968년에 제46회 어린이날 행사인 노래동산회에서 시상하는 '고마우신 선생님상'을 수상하여 이 상금과 그동안 모아 둔 원고료로 이듬해 1969년에 '한정동아동문학상'을 제정하였습니다. ‘한정동 아동문학상’은 지금도 매년 수여되고 있습니다.
한정동 작가는 월남할 때 북에 가족을 남겨두고 딸 한 명만 데리고 내려왔는데 딸이 성장해 결혼한 후 사위에게 살림을 맡긴 뒤부터 몇 푼 안 되는 동요 원고료를 저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돈을 모으려 교통비를 아끼느라 안국동에서 상도동까지 걸어다녔을 정도였는데 그렇게 해서 마련한 것이 1959년에 내놓은 ‘한정동아동문학상’ 기금입니다. 작은 체구에 목소리마저 나지막한 그는 남에게 싫은 소리 않고, 손도 내밀지 않고 그 일을 혼자 해 내면서 짧은 다리로 걸어 다니며 살았습니다. 말년의 수필을 보면, 가족을 남기고 온 고향에 대한 애수가 안개처럼 짙어 실향민의 글로만 읽을 수 없는 인간 갈등과 조용한 비극의 극기가 서려 있습니다. 작가 사망 후 경기도 시흥군 수암면 물왕리 남대문교회 묘지에 한정동의 묘소와 함께 <따오기> 노래비가 아동문학가들에 의해 건립됐습니다.
한정동 작가가 남긴 동요 작품들로는 <따오기> <일편단심> <진달래> <소금쟁이> <어머니 생각> <고향 생각> <갈잎피리> <할미꽃> <제비> <구름> <봄나비> <잠자리> <여름밤> <이상한 달나라> <의좋은 동무> <반딧불> <수양버들>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동화 작품으로는 <제비와 복남> <촛불> <새동무> <눈보라 속의 우정> <신 신은 꾀꼬리> <거룩한 선물> 등이 있습니다. 이외 수필과 평론들도 썼습니다.

MC: 이 시간에 아동문학가를 소개해 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말이죠. 북한에도 '아동문학가'라고 해서 따로 불리는 작가들이 있나요?
도명학: 당연히 북한에도 아동문학 작가들이 있습니다. 조선작가동맹 내에 소설분과, 시분과, 등 장르별로 부서가 나뉘어져 있는데, 아동문학도 한 개 분과로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문학 작가 수가 매우 적습니다. 그래서 아동문학 작가 양성을 많이 해야 하는데 재능있는 어린 작가 지망생들이 동요, 동시 같은 것을 쓰다가도 대부분이 성인이 되면 아동문학을 그만두고 성인 문학을 합니다.
MC : 남한의 아동문학가와 북한의 아동문학가를 비해볼 때, 공통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도명학: 공통점은 아동문학 본연의 성질인 아동의 심리와 정서에 맞고 눈높이에 맞는 작품을 쓰는 작가라는 점이죠. 차이점은 남한의 아동문학 작가는 문자 그대로 아동을 위한, 아동의 심리에 맞는 작품을 쓰는 사람이겠지만 북한의 아동문학 작가는 아동에게 작품을 통해 이념을 주입시키는 선전자 역할을 하는 작가입니다. 동요, 동시, 동화, 우화 등을 통해 독재자를 자애로운 어버이로 인식시키는 한편 미국에 대한 증오심과 계급투쟁 의식, 사회주의 정당성 등을 주입합니다.
MC: 선생님께서 남한에 오셔서 아동문학 작품을 보시고 처음 느끼신 것은 무엇인가요?
도명학: 남한 아동문학 작품들에 어떤 이념이나 정치적 색채를 의도적으로 집어넣지 않고 아동의 심리와 정서에 맞는 내용들로 되어 있는 것이 순수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북한 아동문학 작품들에 비해 동심이 아주 짙은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북한 아동문학작품들은 동심이 남한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작품은 어른이 아이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인데, 그래서 동심을 잘 담으라는 비판과 충고를 많이 받는데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정치적, 이념적인 것을 주입하려다 보니 자꾸 작품이 어른 옷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념 주입과 동심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잘 잡는 작가들도 있습니다만 극히 소수입니다.
MC: 북한의 동요 작가와 남한의 동요 작가를 좀 비교해 주시죠.
도명학: 반복되는 얘기 같은데, 북한의 동요 작가는 동요를 창작할 때 반드시 사상성을 집어 넣어야 하는데, 남한 동요 작가는 그런 것에 구애되지 않고 창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남한 동요 작가가 아동에게 더 친근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동요가 사상성을 곁들이다 보니 동심이 잘 느껴지지 않는 단점을 보완한 것이 유년 동요인데, 남한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형태입니다. 유년 동요는 학령 전 아동만을 대상으로 한 동요인데 사상성이 매우 약하고 어떤 작품은 순수 동심만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남한 동요와 가장 유사한 것이 유년 동요인 것같습니다.
MC: 한정동 작가의 대표 작품을 좀 소개해 주시죠.
도명학: 한정동 작가가 좋은 작품을 많이 썼지만 그 중에도 단연 첫 번째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이 <따오기>입니다. 모두 4절로 되어 있으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원래 제목은 “두루미”였는데, 광복 후 「따오기」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내용도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동요로 바뀌었습니다. 심금을 울려주는 애상조의 노래이지만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작품입니다.
MC: 오늘은 아동문학가이자 동요 작가인 한정동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