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 탈북민 현실을 대변하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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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도명학의 남북문학기행'입니다. 저는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도 서울의 탈북 소설가 도명학 작가와 남북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도명학: 네 안녕하십니까.

MC: 선생님, 오늘 소개해 주실 작품은 뭔가요?

도명학: 네 오늘도 시를 준비했습니다. 천준집 시인의 시 "애원"을 가지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MC: 오래간만에 사랑 이야기를 가룬 작품 같은데 맞나요? 어떤 작품인가요?

도명학: 맞습니다. 남녀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잘 담아낸 시입니다.

MC: 이 시를 쓴 작가는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집니다.

도명학: 이 시를 쓴 천준집 시인은 경상북도 포항시에 거주하고 있고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하였습니다. 시인은 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회 와 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문인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시인에 선정된 바 있고 한국문학 향토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MC: 이 작품을 고르신 이유는 뭔가요? 북한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도명학: 북한과의 연관성은 없습니다만 남북한을 통틀어 사랑에 대한 보편적 감성을 아주 잘 살려낸 작품이라서 북한 청취자들도 좋아할 것 같아 골랐습니다.

MC: 멋진 시낭송이 있는데 잠시 듣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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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피로연이 열리는 평양의 한 식당에서 신랑, 신부가 양가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액트]애원(천준집)

(출처: 유투브채널 '시낭송작가 고은하)

그대 내게 머물러 주십시오.

오늘같이 내 가슴이 우울하고

까닭없이 눈물이 흐를 때

그대 내게 머물러 주십시오.

당신없는 텅빈 자리에

바람 같은 외로움이 찾아오면

초라한 나는 마음 줄 곳이 없습니다.

부디 내 곁에 머물러 주십시오

굳이 사랑한다는 표현은 하지 않아도

따스한 눈빛 하나면 충분한 당신

애써 사랑이란 말을 담지 않아도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는 당신

강이 흘러 바다를 만나듯

내 외로움은 그대 품속으로 스며들게 해 주십시오 (이하 생략)

MC: 전체적인 시의 분위기를 보면 좀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화자가 이렇게 우울(?)한 이유는 뭘까요?

도명학: 시의 내용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떠나지 말아주기를 바라는 내용입니다. 사람이 살아보면 늘 함께 하던 사람과 불가피하게 이별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중에도 사랑하는 남녀의 이별은 특별한 아픔입니다. 탈북민 대다수가 경험한 것이기도 하죠. 북한에 사랑하는 아내나 남편을 두고 온 경우가 허다합니다. 북에 남은 남편이나 아내도 탈북한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그립겠습니까. 남과 북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그리워해야만 하는 비극이죠. 그래서 더 이 시가 먹먹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MC: 이 시를 단순히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그 뒤에 숨어 있는 뭔가가 있는 걸가요? 배경이 궁금합니다.

도명학: 순수한 사랑의 감정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뒤에 숨겨진 것이 있다면 서정적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지 말라고 애원해야만 하는 사연일 것입니다. 그걸 풀어내면 또 한편의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 흔히 시를 북극해의 빙산에 비교하는데 빙산은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물밑에 있는 덩치가 훨씬 더 크지 않습니까. 물밑의 그 부분을 보여주는 방법이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MC: 이 시를 처음 읽었을때 느낌이 어땠나요?

도명학: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아 원치 않는 이별을 두려워하는 서정적 주인공의 마음을 담았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읽다 보니 문득 이 시가 탈북민들의 처지와 잘 맞는 시로구나 하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

MC: 북한에 계실 때 이런 종류의 시를 써 보신 적이 있나요? 어땠습니까?

도명학: 북한 사람들, 특히 청춘남녀들이 이런 종류의 시, 아니 시라기보단 연애편지 수준의 글들을 쓰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다만 그런 시들을 발표할 수는 없습니다. 사상적인 것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그것도 비애와 애잔한 색채로 쓴 시는 부르주아적 미학관이라고 해서 검열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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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평양 시내에서 다정하게 걷고 있는 젊은 연인의 모습. /연합

MC: 북한 주민들도 이런 종류의 시를 좋아하나요 어떻습니까

도명학: 상당히 좋아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 한국 노래들이 얼마나 많이 유포되었습니까. 그 노래 가사 대부분이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시를 북한 주민들이 보게 된다면 특히 청춘남녀들은 수첩에 옮겨적고 외우고 또 나름대로 각색해서 유포하리라 봅니다.

MC: 궁금한게 몇가지 있습니다. 먼저, 북한에서 문학 공부를 하는 학과를 뭐라고 하나요? 인기가 많은가요?

도명학: 네, 문학을 전공할 수 있는 학과인 국어국문학과, 창작과 등을 가진 대학들이 있습니다. 우선 도마다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 있는 사범대학에 국문과가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에는 문학대학이 있습니다. 또 평양영화연극 대학에 영화문학창작과가 있는데 시나리오작가를 전문 양성하는 학과입니다.

MC: 그 학과가 가장 유명한 대학은 어디이고, 그 학교를 졸업했다고 그게 사회생활하는데, 또는 인간관계 맺는 것에 큰 도움이 되나요?

도명학: 당연히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이죠. 문학대학은 원래 없다가 생긴 대학인데 그전에는 김일성의 아버지 이름을 단 김형직사범대학 내에 작가양성반이라는 것이 있었는게 그것을 문학대학으로 승격시켰습니다. 하지만 교수진을 확보하기 어려워 김일성종합대학에 포함시켜 해결했습니다 , 그전에는 김일성종합대학에 조선어문학부가 있었는데 문학대학이 생기면서 합쳐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문학대학을 나와도 작가의 길을 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작가가 되어 봐야 굶는 문인 소리나 듣는 가난한 생활을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럼에도 문학대학이나 국어국문과가 인기 있는 것은 기자가 되거나 당 간부가 되기 쉽다는 점 때문입니다 실지로 국문과 출신들이 당 간부가 많이 됩니다. 도움이 많이 되는 학과죠.

MC: 한국 대학교에서는 국어국문학과 같은 곳을 통해 문학작가가 양성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명학: 북한은 약간 다른데, 국문과를 사범대학에 둔 이유는 국어교원, 문학교원 양성이 기본 목적입니다. 작가양성 목적은 김일성종합대학, 평화연극영화대학이 하지 사범대학은 작가 양성이 목적이 아닙니다. 졸업 후 작가가 되고 말고는 교사 생활을 하든 기자 생활을 하든 당간부가 되든 상관없이 본인이 알아서 등단해야 할 사안입니다.

MC: 시인 등 문학작가가 되는데 있어 대학교육 같은 것이 꼭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그 이유를 좀 말씀해 주시죠.

도명학: 저는 대학은 문학을 안내해주는 곳일 뿐 작가를 키우는 곳은 아니라고 봅니다. 문예창작과는 어느 정도 기여하겠으나 단정적으로 말하긴 무리가 있습니다. 그런 학과를 졸업하고도 정말 작가가 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작가가 되는 길은 피타는 노력이 동반해야 하고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커야 하는 길입니다. 또 생활 체험이 많아야 합니다. 체험이 부족하면 손끝 재간에 매달려 작품을 쓰게 되고 그렇게 쓰여 진 작품은 진실감이 부족해 매력이 떨어집니다. 북한에도 보면 국문과나 창작과를 나온 작가보다 오히려 생활 체험이 많은 노동자, 농민 등 근로자 출신 작가들이 더 많습니다. 근로자 출신의 단점은 전문교육을 받지 못한 것인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조선작가동맹 추천으로 문학대학에 가거나 사범대학 국군과를 통신으로 공부합니다. 명작도 대개 그들에게서 나옵니다. 물론 처음부터 대학 교육을 받으면 출발점이 달라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만 졸업하고 나면 작가가 될 궁리보다 먹고 살기 좋은 당간부가 될 궁리를 하기때문에 작가가 적게 나옵니다.

MC: 네, 오늘 도명학 선생님과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도명학: 수고했습니다.

MC::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