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김충성입니다. 배운 게 없어서 자신 없을 때 있어요. 뒤처지는 나와 다르게 세상은 갈수록 높은 지식과 기술을 원합니다. 그럼 뭘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사람의 감성을 토닥여주는 일이 하나의 답일 것 같아요. 지난 시간 만화방 카페 얘기를 하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인데요. 싹 사라져 버리는가 싶던 만화방이요. 다시 전성기를 만난 이유가 바로 우리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앞으론 가장 성공할 사업은요. 첨단 지식과 기술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분야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성공을 부르는 사업이죠. 지난 시간에 이어 만화방 카페에 대한 나머지 절반의 이야기 이어나가겠습니다. 김지현 씨 안녕하세요.
김지현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지난 시간 방송 못 들으신 분들을 위해서요. 우리가 나눴던 얘기들 한 번 짚고 넘어가보죠. 만화방 카페, 말 그대로 만화방과 카페를 결합한 가게죠?
김지현 : 네. 만화방 카페가 한 지붕 두 가족이라고 할까요. 요새는 한 지붕 아래 두 가지 종류의 장사를 함께하는 게 인기인데요. 가령 제가 하고 싶은 만화방 카페가 만화방도 되고 카페도 되는 것처럼요. 북카페나 애견카페, 키즈카페도 그런 겁니다. 하나의 공간을 두 가지 이상의 목적으로 결합해서 창업하는 추세입니다.
진행자 : 결국 만화책도 보고 카페처럼 음식이나 음료도 마실 수 있다는 거죠. 만화방 카페가 자취를 감추는가 싶었던 만화방이 다시 살아난 이유가 카페처럼 변신한 것도 있겠지만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요?
김지현 : 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쉴 수 있고 마음을 위로받기 때문인 것 같아요 힐링의 장소죠. 요즘 세상이 워낙 빠르게 돌아가잖아요. 잠깐이라도 쉬면 금방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 그런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 많아요. 마음이 많이 힘들죠. 앞서 말씀하셨지만 세상이 제아무리 빨리 발전해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 같아요. 사람들은 그렇게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쉬고 싶어 해요. 그런 공간이 바로 만화방 카페입니다. 만화책이란 게 온 신경을 써서 읽는 어려운 책이 아니잖아요. 정말 심심풀이로 머리 식히기 좋은, 편안한 곳이거든요. 그래서 만화방 카페가 다시 인기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만화방 카페가 단순하게 놀고 쉬는 공간만이 아니고요. 복합적인 문화공간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화책 뿐 아니라 다양한 책과 잡지책도 읽고요. 보드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도 즐길 수 있어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뿐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찾아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 그래요. 만화방 카페가 그런 이유로 살아남아서 요즘 각광받고 있는 거군요. 지현 씨는 책 대여도 가능한 만화방 카페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일단 보유하고 있는 책이 많아야겠어요.
김지현 : 네. 저도 제가 당장 이 사업을 하겠다는 게 아니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잖아요. 그래서 좀 알아보기도 했는데요. 만화방 카페를 하려면 보통 2만 권의 책이 필요하다고 해요.
진행자 : 2만 권요? 엄청 많네요.
김지현 : 새 책만이 아니라 중고 책도 갖다놓고 할 수 있으니까 창업 비용은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만화책도 대중만화, 역사만화, 연애만화, 교양만화, 그 종류가 엄청 많잖아요. 일단 책이 많아야 좋지요 만화방인데… 그럼 어떤 장소가 만화방 카페 하기에 안성맞춤일까요?
김지현 : 젊은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니까요. 대학가 주변도 좋을 것 같고요. 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나 온가족들의 여가 장소로도 좋다고 하니까 일단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좋다고 생각해요.
진행자 : 결국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좋다 그 말씀이죠. 만화방 카페에 대한 많은 얘기가 나왔어요. 어차피 북한의 환경과 여건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지금 이 방송을 듣는 분들이 당장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남한의 만화방 카페에 착안해서 달리 이용해볼 수 있는 방법을 좀 함께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이 방송 듣는 분들이 어떡하면 지현 씨의 만화방 카페를 달리 이용해 볼 수 있을까요?
김지현 : 제가 만화방 카페를 계획하게 된 건 사실 할머니 영향이 크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만화책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저희 할머니께서 책 빌려주는 일을 하셨거든요. 사실 북한엔 책 빌려주는 책방이 많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가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니까요. 그 이야기가 담긴 게 바로 책인데요. 지적인 호기심이든 재미 때문이든 사람들은 책을 보고 싶어 하는 거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고향에 있을 때 친구들과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돌려보기도 했고요. 장마당에서 장사하시는 아주머니가 손님을 기다리면서 책보는 모습도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저는 굳이 카페식이 아니어도 책 빌려주는 일은 어디서든 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행자님은 생각은 어떤지요? 저보다 잘 아실 것 같아 여쭤 봐요.
진행자 : 북한의 시, 군마다 도서관이 있어요. 학생도서관 1개, 성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 도서관 1개 밖에 없어요. 그러나 도서관이 소장하는 책들이 많이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외국 소설이나 외국 만화 등은 평양에서부터 내려오기 때문에 이런 책들을 수집을 해서 북한의 가게가 아닌, 개인의 공간에서 서로가 동네주민들끼리 책을 돌려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북한의 사상을 얘기하는 책들은 이제 많이들 지겨울 겁니다. 오히려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책이라던가 한국의 가요나 영화 등을 북한 당국이 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보게 해주면 이 카페도 아주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김지현 : 책을 빌려보는 이유가 뭘까요? 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는데요. 첫째는 돈이 없어서일 것 같아요. 책값이 비싸서 살 수는 없으니까 빌리는 거죠. 둘째는 돈이 있어도 “굳이 그 책을 소유해야할까?” 그런 소장의 가치를 따지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즉 책의 가치를 따져서 굳이 사서 갖고 싶지 않다면 빌려보는 게 낫다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만화책은 한 번 보고 다시 보지 않는, 그런 소장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여점이 잘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북한 현실에선 만화책이든 아니든 소장 가치를 따지고 말 것도 없이 일단 책값이 비싸니까 빌려서 보는 책 대여점이 될 것 같아요.
진행자 : 네. 비싼 돈을 주고 사느니 빌려 읽는 게 낫다! 해서 북한 현실에서도 책 대여 같은 장사는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죠?
김지현 : 네. 그렇습니다.
진행자 : 지현 씨가 책을 대여해주는 만화방 카페를 계획하게 된 게 할머니 덕분이기도 하지만요. 사실 또 다른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요?
김지현 : 우린 책을 통해서 참 많은 걸 배우잖아요. 책 속에 인생길이 있다는 말도 하고요. 제 만화방 카페에는 만화 뿐 아니라 다양한 책을 갖다놓을 건데요. 북한에서 그런 책이 거의 없죠. 제가 고향에 돌아갔을 땐 사람들이 뭔가를 알고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많을 것 같아요. 전 그것이 지적인 욕구이길 더 바라는데요. 그래서 북한 주민이 책을 읽어서 많이 알고 똑똑해지길 바랍니다. 남한에는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많잖아요. 서울에서는 동네마다 도서관들이 너무 잘 꾸며져 있습니다. 지방도 그렇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고향에 다시 돌아갔을 때 그렇게 책을 무료로 빌려주는 도서관을 해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 가장 큰 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꿈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니, 일단 만화방 카페로 성공해보겠습니다.
진행자 : 그런 곱디고운 마음이 있었군요. 어느새 우리 얘기를 마쳐야 할 시간이 다 됐는데요. 그렇다면 지현 씨가 고향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특별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지현 : 남한에 와서 책과 TV, 영화를 보면서 북한에서 알지 못했던 지식과 역사를 많이 배웠어요. 이것을 저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에 살고 있는 내 친구들도 같이 알게 되길 바래요. 지금 맘놓고 책을 읽지는 못하겠지만, 나중에라도 친구들과 도서관을 만들어서 북한 사람들에게 많은 책을 읽게 해줄 기회를 만드는 그 역할을 (친구들과 함께) 해보고 싶어요.
진행자 : 네, 어디선가 지현씨 친구들이 그 말을 다 듣고 “알겠다 지현야” 그렇게 말 할 것 같은데요? 네. 지금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지현 : 저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진행자 : 저도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김충성이었습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