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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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돈주의 황금알' 새롭게 진행을 맡게 된 이현주 입니다. 남한에서는 너무 흔한데 북한에는 없는 물건이 많죠. 특히 남한에선 그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북한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하면 속상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오늘 '돈주의 황금알'은요. 바로 그런 물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한에는 있고 북한에는 없는 것, 그러나 남한보다 북한에서 더 가치있게 쓸 수 있는 것! 이 물건은 뭘까요? 무척 궁금하시죠? 오늘 그 물건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이 분! 빨리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광성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일단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이광성 : 제 이름은 이광성이라고 합니다. 고향은 청진이고요. 올해 스물 두 살입니다. 대학교 2학년으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온 지는 7년 정도 됐고요. 제가 열 네 살때 왔습니다.

진행자 : 반갑습니다. 14살에 왔다면 한창 사춘기라 남한 학교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이광성 : 아닙니다. 저는 활발한 성격이어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수월하게 보냈습니다.

진행자 :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이광성 씨가 하고 싶다는 그 장사가 뭐예요? 너무 너무 궁금합니다.

이광성 : 이런 중요한 순간엔 두구두구두구... 이런 거 해야 하는 아닌가요?

진행자 : 알겠습니다. (웃음) 제가 해드릴게요. 두구두구두구..

이광성 : 제가 하고 싶은 장사는 바로 텐트 장사입니다.

진행자 : 텐트장사요? 그럼 북한엔 아직 텐트가 없나요?

이광성 : 제가 알기로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진행자 : 어쩌다 텐트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광성 : 남한에서는 캠핑족이라고 할 만큼 주말이면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저도 캠핑을 몇 번 가봤는데요. 캠핑이라는 게 산이나 바다 같은데서 텐트를 치고 놀다 오는 것인데 텐트 안에서 안에서 잠도 자고 음식도 해 먹으면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텐트에 관심이 생겨서 '이거 북한에 가지고 가면 장사 잘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진행자 : 그렇군요. 북한 분들은 캠핑도 텐트도 생소하실 것 같아요. 북쪽에 없는 단어이니까요. 쉽게 말씀드리면 캠핑은 야영과 비슷하고 텐트는 천막입니다. 그렇죠?

이광성 : 그렇습니다. 일단 텐트가 어떤 물건인지 알아야 청취자분들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텐트가 뭔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텐트는 천막과 비슷한 것인데요. 천막은 사방이 다 뻥 트여있는 거라면 텐트는 사방이 다 막혀있는 공간으로 외부와 차단이 됩니다. 보통 폴(pole)이라고 '기둥'이나 '대'라고 하는 걸 세워서 그 위에 천을 완전 덮어씌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 분해해서 접을 수도 있는 이동식 집을 말하는 것이지요.

진행자 : 네 천막 안에 얇은 기둥을 세우고 천으로 둘러서 집같이 만들어 놓은 것을 텐트라고 합니다. 남쪽에서 텐트는 캠핑에서 이것을 많이 사용합니다. 반면에 북한 분들은 여가를 어떻게 즐기고 계신가요?

이광성 : 제가 북한에 살았을 때는 어디 놀러가서 자고오거나 이런 적은 거의 없었고요. 강이나 산으로 놀러 간다고 하면 냄비하나에 쌀 좀 갖고 가서 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 먹었어요. 사실 북한에서는 어디 놀러가거나 그것도 하룻밤 잠을 자면서 놀러갈 일이 많지 않아요.

진행자 : 그렇군요. 남쪽은 반대로 주로 하루밤 자고 오는 여행이 많아요. 그 가운데 광성 씨가 지금 얘기하는 텐트에서 자고 오는 경우도 많죠. 몽골의 게르나 중국식 파오를 떠올리면 쉽겠네요. 근데 텐트 그 천은 비나 눈이 와도 안으로 젖지 않게 방수 기능이 다 돼 있잖아요?

이광성 : 맞습니다. 바깥에다 천막을 쳐놓으면 비나 바람에 약할 가능성이 크죠. 그러나 텐트 천은 비와 바람을 견딜 수 있고 햇볕을 가리며 강한 방수기능이나 자외선 차단 처리가 된 기능성 천입니다. 남한에서 전문적으로 캠핑하시는 분들을 보면요. 집 한 채를 갖다놨다고 할 만큼 텐트 안을 살림집처럼 꾸며놨는데요. 텐트 안에 침대나 소형 TV, 냉장고, 선풍기까지 갖다 놨더라고요. 오토캠핑이라고 해서 자동차에 다 싣고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 많은 짐이 다 들어갈만큼 텐트 하나가 집 한 채 구실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진행자 : 맞아요. 엄청 큰 텐트도 많죠. 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먹고 자고 놀고 다양하더라고요. 텐트하나가 집한 채 구실을 하는 거죠. (하하)

이광성 : 그렇습니다. 텐트 크기나 종류가 참 여러 가지인데요. 그런데 제가 주목한 건 바로 '원터치 텐트'입니다.

진행자 : 원터치 텐트요? 몹시 궁금하네요. 원터치 텐트가 뭘까요?

이광성 : 원터치 텐트는 뚝딱뚝딱 짓는 것이 아니라 휙~ 던지기만 하면 자동으로 펴지는 텐트입니다. 원터치 텐트를 두고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2초만에 펴고 10초만에 접는다고요. 앞서 말씀드린 일반 텐트는 사실 크기가 커요. 그래서 무겁기도 하고 텐트를 세우고 접기가 좀 복잡해서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이 원터치 텐트는 말 그대로 단추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펴져요. 엄청 편한거죠. 높이는 한 110cm에서 120cm정도? 크기는 성인 두 명이 잘 수 있는 2인용부터 4,5인용까지 있는데요. 모양은 보통 원통형, 타원형 같은 동굴 모양이죠. 접으면 지름이 약 76cm정도 되어서 지퍼 가방에 쏙 들어갑니다. 갖고 다니기도 편하다는 거죠.

진행자 : 가까운 한강 둔치만 가봐도 주말이면 그렇게 잔디 위에 원터치 텐트를 쳐놓고 쉬는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햇볕도 가리고 안에 들어가서 잠도 자고요. 가볍고 쉽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그런 편리함 때문인 것 같아요.

이광성 : 원터치 텐트를 그렇게 쉽게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것은요. 원터치 텐트는 텐트를 세우는 뼈대가 '형상기억합금 와이어'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텐트하고는 다르죠. 일반텐트는 설치하고 또 철거하는 것이 힘들고 복잡해요. 그런데 이 형상기억합금이 뭐냐면요. 어떤 모양으로 변형이 되도 원래모양대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진 금속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원터치 텐트가 접었을 때 구겨져있더라도 폈을 때 텐트 모양을 유지하는 거지요. 더 쉽게 설명드리자면 이런 예를 말씀드려도 될까요?

진행자 : 네. 말씀하세요.

이광성 : 여성 속옷 중 브래지어 있잖아요. 북한에서는 가슴띠라고 하는데요. 이 브래지어 안에 와이어라고 딱딱한 줄이 하나 들어가 있는데 이게 형상기억합금으로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탁을 해도 브래지어 모양이 망가지지 않고 다시 원래 모양대로 돌아오는것이죠. 이런 형상기억합금 와이어가 들어간 원터치 텐트는요. 가벼워서 접으면 무게가 2kg정도 밖에 안돼요. 사람들이 밖에 나갔다 들어왔다 할 수 있게 출입문은 한 쪽 방향에 지퍼형식으로 되어 있고요.

진행자 : 제일 중요한 게 또 값이겠죠. 그렇게 신통방통한 기능을 가진 원터치 텐트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이광성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몇 인용이냐, 그 크기나 기능에 따라 값이 다를 수 있는데요, 보통 2,3인용 원터치 텐트는 5만원, 약 5십 달러부터 10만원, 약 100 달러정도 주면 살 수 있습니다.

진행자 : 원터치 텐트에 대한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잘 들었습니다. 잘 이해하신 분들은 벌써 쓸만한 물건이라고 '감' 잡으신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그런데 광성 씨는 왜 원터치 텐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광성 : 제가 이제 말씀드리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원터치 텐트가 어떤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지 하는 거요. 그 얘기는 시간 관계상 다음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렇군요. 네 방송 마쳐야 할 시간이 다 되서 그 얘기는 다음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아쉽지만 다음번에 꼭 다시한번 뵙도록해요.

이광성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자 : 원터치 텐트를 어디에 맞춤하게 쓰면 좋을지 여러분도 생각해 보셨나요? 그것이 이광성 씨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 답은 다음 이 시간 확인할 수 있겠죠? 그럼 저도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지원하는 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