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외무성의 실세는 ‘북미라인’과 ‘1부상’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24.06.19
[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외무성의 실세는 ‘북미라인’과 ‘1부상’ 2024년 1월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 참석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
/Reuters

[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외무성의 실세는 북미라인‘1부상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오늘 방송에서는 북한 외무성에 대한 좀 더 내밀한 얘기를 다뤄볼 예정인데요.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최선희가 외무상이 된 이후로는 외무성 내 기존 권력 구도의 변화가 생긴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이와 관련해 류 전 대사대리와 함께하겠습니다.

 

진행자: 앞선 방송에서 최선희 외무상의 위상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요.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류현우: 최선희가 외무상이 됐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무상에게 권력이 집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최선희가 1부상을 할 때까지만 해도 1부상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세라고 하면 1부상을 얘기합니다. 외무상의 역할은 대외 활동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바지저고리와 같은 역할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를 1부상을 역임했던 최선희는 다 알지 않습니까? 그러니, 최선희가 승진하면서 김정은에게 인사권, 정책 작성권, 집행권 등을 자신이 맡도록 해주십사라고 요청했을 것으로 봅니다. 외무상의 권한이 조금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최선희의 행보를 본다면 김정은의 외교 정책을 뒷받침해 주는 외교 담당 보좌관, 비서로서의 역할과 함께 전반적인 국가 외교를 총괄하는 업무도 기본적으로 수행할 겁니다.

 

진행자: 김계관이나 강석주 같이 외무성에서 큰 역할을 했던 외교관들의 공통점은 최선희와는 달리 1부상에서 직책이 멈췄다는 것입니다. 외무상을 한 적이 없더라고요. 인정을 못 받고 외무상을 하지 못한 것인지요?

 

류현우: 아닙니다. 최선희 1부상이 상으로 되기 전까지 외무성의 실제적인 권한은 1부상이 가지고 있었어요. 1993년부터 북미회담이 진행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외무성의 위상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외무성 1부상이 북미회담을 관장했습니다. 북미관계가 초미의 문제로 대두된 때입니다. 북한 외무성의 기본 사명이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의 고립, 압살 책동으로부터 북한의 사회주의 제도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북한 사회를 지금 붕괴시키려고 날뛰는 나라로 북한 사람들이 제일 처음으로 꼽는 게 미국이거든요. 그래서 1부상의 지위와 역할이 그때부터 쭉 높아지기 시작했고 인사권이 1부상에게 집중이 되기 시작합니다. 북미 국장, 북미 담당 부상, 중국 국장, 러시아 담당 국장, 이런 핵심적인 자리와 제네바 주재 대사, 뉴욕 주재 대표,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1부상과 같이 일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인사 사업의 70%를 강석주 1부상이 맡아 했습니다. 이것이 이어지면서 김계관이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2016년 리수용 당시 외무상이 노동당 국제사업 부장 겸 비서로 옮기지 않았습니까? 외무상으로 와 보니 인사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당시 김계관 1부상하고 마찰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로 당 조직지도부에서도 검열이 내려왔고 이 때문에 리수용이 더는 외무성에 있을 형편이 못 되면서 당 국제사업부로 자리를 옮긴 것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외무상과 제1부상의 역할 구분, 어떻게 되는지 다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류현우: 1부상이라면 김정은의 외교 책사로서 외교 정책을 보좌하는 비서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이와 함께 북한 외교를 총괄하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한마디로 북한의 국가 외교 전반을 다 총괄하는 사람이 1부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대외 활동을 하는 사람은 외무상입니다. 유엔 총회라든가 아세안 회의 등에 참가해서 북한을 선전하는, 대외 활동을 기본적으로 담당해 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1부상인 경우 북한에서 (외무성의) 실세라고 하거든요. 1부상한테 인사권이 주어져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부상 혼자 독단적으로 모든 인사권을 다 가진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외무상, 외무성 초급당 비서, 1부상 등 3명이 외무성 인사 사업의 수표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 유엔 북한 대사, 중국 및 러시아를 비롯해서 큰 나라들, 그리고 주요 나라들의 대사를 선정해서 파견하는 사업, 북미 국장, 중국 담당 국장, 러시아 국장 등 굵직한 나라들을 담당하는 인사들은 대체로 1부상이 결정합니다. 그 이외에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서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때는 외무상도 할 수도 있고 초급당 비서도 할 수도 있죠.

 

진행자: 현재 외무상은 최선희인데 제1부상 출신이 외무상이 된 적이 있습니까?

 

류현우: 없는 것으로 압니다. 제가 (외무성에) 들어와서 백남순 외무상 그 이후에는 박의춘, 리수용 외무상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 리용호도 미국 담당 부상을 하다가 바로 상이 된 케이스입니다. 그리고 리선권, 최선희, 이렇게 되는데요. 1부상이 외무상이 된 케이스는 없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최선희는 1부상이었다가 외무상이 된 건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류현우: 김정일과 김정은의 성격상 차이라고 할까요. 김정일은 운둔의 지도자로서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기껏 가야 러시아, 중국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간 나라가 없거든요. 그런데 김정은 파격적으로 싱가포르, 베트남도 가고 트럼프와 만나기도 하고 중국, 러시아도 가면서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외무성 1부상이 (국내에) 앉아 있으면서 김정은을 보필하는 역할도 하지만 공개 활동할 때에도 같이 따라다니면서 연속성 있게 보필하는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그러니까 김정은이 자리를 비우면 따라 나가야 하니까 외무성 1부상의 역할까지 하는 외무상이 더 필요하지 않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행자: 최선희가 과거 외무상들과는 달리 주요 인사권까지 갖고 있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게 보시는 근거는 뭡니까?

 

류현우: 과거 사례를 보십시오.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리용호가 (차량의) 앞에 타고 그 뒤에 김정은과 최선희가 탔었습니다. 김정은이 가는 곳에 외무상과 1부상이 함께 동행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부상이라는 존재 자체가 아예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최선희가 러시아에 가서 푸틴도 만나는 등 외교 행보를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걸 봤을 때는 1부상보다는 외무상에 더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외무성 1부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최선희가 인사권을 1부상에게 남겨두고 상이 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거든요. 자기가 이를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인사권을 놓게 되면 유명무실한 외무상이지 않습니까?

 

진행자: 그럼 1부상은미국통만 할 수 있는 겁니까?

 

류현우: 외무성의 기본 사명이 미국을 비롯한 적대 세력의 고립, 압살 책동으로부터 사회주의 체제, 김 씨 독재 시스템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의 사업은 당연히 외무성의 1순위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동이라든가 유럽국에 있던 사람은 북미국의 잔뼈가 굵은 사람하고 완전히 다릅니다. 미국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이 1부상 자리에 간다고 해도 1년도 못 가서 떨어질 겁니다. 외무성의 기본 사명이 북미관계를 잘 다루어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득불 1부상은 미국통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앞으로도 외무성에 떠오르는 인사를 평가할 때는 북미 과장 등을 거쳤는지 등을 확인해야겠네요?

 

류현우: 북미라인, 미국통이여야 합니다. 한마디로 1부상이라든가, 상이라든가 차례로 승진을 하려면 북한 외무성의 기본 사명에 맞게끔 미국을 상대해야 합니다. 미국을 상대하려면 미국 전문가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북미국에서 잔뼈를 굵은 사람이 아무래도 넘버1이 되겠죠. 저 같은 중동국이나 유럽 담당국에서 종사한 사람을 앉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국에서 종사하던 사람들이 (고위) 간부로 발탁될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진행자: 오늘은 북한 외무성 내 권력 구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마디로 북미국 계통, 이른바 미국통이 실세라는 말씀인데요. 북한이 얼마나 대미외교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류현우의 블랙北스, 다음 시간에도 류현우 전 대사대리께서 북한 외무성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주시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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