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북 외교관의 리얼라이프⑥ ‘인터넷 금지’에 ‘눈 가리고 아웅’하며 서핑
2024.08.07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국제 무대 최전방에서 북한 외교의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북한 내에서는 정보의 유통이 차단돼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파견된 북한 외교관들은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접하게 되고 이를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 한국전쟁의 진실을 알고 ‘멘붕’, 즉 큰 충격에 빠진다고 하는데요.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해외 공관에 파견된 외교관들에게 과연 조금이라도 자유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의 직접적인 통제로부터 떨어진 곳에 있으니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 즉 SNS 등을 어느정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류현우: 원칙적으로 해외 공관에서도 자유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해외 및 대외활동 원칙에 ‘2인 1조’로 활동하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SNS를 이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허됩니다. 그런데 대사관에 정세를 담당하는 사람이 1명 있습니다. 이 사람은 인터넷을 이용할 때 이용 대장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것을 승인 받고 인터넷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쿠웨이트 (대사관)의 경우, 쿠웨이트 한 나라뿐 아니라 걸프 지역에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업무까지 겸임합니다. 이 나라들의 정세도 취합해서 평양에 보고해야 하는데 혼자서 한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사관 직원들이) 각자 담당한 나라의 정세를 연구하고 취합해서 보고합니다. 그러자면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데, 대사도 할 수 없으니 눈 감고 아웅하면서 인터넷 사용을 허락합니다. 실례로 주재국 외교부와의 관계, 현지 외교단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이메일과 SNS를 통해서 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접하게끔 돼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외교관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서 한 명씩 데리고 나가서 공부를 시키는데 아이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게끔 돼 있습니다. 자신이 공부하는 학교 웹사이트로 들어가서 자신의 ID, 암호를 입력해서 우리 반 수학 숙제가 뭔지, 국어 숙제가 뭔지 등을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빠들이 몰래 인터넷을 하게끔 허락하죠.
진행자: 인터넷을 업무적으로든 교육 목적으로든 사용하다 보면 다른 곳으로 빠질 것 같습니다. 가령, 이상한 것도 찾아보고 말입니다. 이런 경험은 없습니까?
류현우: 당연히 있죠. 그러니까 흥미로운 것들부터 먼저 검색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해외에 처음 나와서 검색 했던 것이 김정일, 김일성 등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으니까 그 사람들에 대해서 검색했습니다. 하나하나 검색하면서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밟고 그러면서 지식을 습득하는 거죠.
진행자: 그 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내용이라든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은 뭐가 있었나요?
류현우: 김정일을 검색하면서 깜짝 놀랐던 사실은 와이프가 4명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외무성을 비롯해서 국가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대체로 이혼 경력이 있으면 출세를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수차례 이혼 경력이 있고 4번씩이나 장가를 갔습니다.
진행자: 최고지도자한테 배신감 같은 걸 느끼셨겠네요.
류현우: ‘멘붕’이 오는 거죠. 그러니까 자기네 세계는 따로 있고 주민들한테 요구하는 건 또 따로 있구나란 것을 느낀 거죠. 이중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우리 장군님께서는 쪽잠에 줴귀밥을 드시면서 고난의 행군을 승리로 이끌어 나가시었다고 교육을 받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김정일은 ‘배뚱뚱이’, 남산 만하게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무슨 쪽잠에 줴귀밥입니까?
진행자: 북한 외교관들 같은 경우 해외로 파견되면 모두 인터넷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류현우: 모두 인터넷을 하게끔 돼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메일을 비롯해서 SNS 등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주재국 외무성과의 사업 그리고 현지에 있는 외교단과의 사업을 하려고 해도 모두 이메일을 통해, SNS를 통해서 합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인터넷을 하게끔 돼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외로 파견된 외교관들 자체를 체제 위험 요소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에 대한 본국 차원에서 마련된 대책 등이 있습니까?
류현우: 눈 감고 아웅하는 짓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면담 일정을 정하는 것도 모두 이메일을 통해서 진행하고 전화로 통지하기 전에도 이메일, SNS 등을 통해 일정 등을 조율하거든요. (인터넷 없이)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외교 활동에서도 인터넷 사용이 사활적인 것으로 되어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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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대사님 가족들, 그러니까 따님이나 아내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을 어떤 식으로 쓰셨을까요?
류현우: 저희 딸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니까 인터넷으로 이를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통제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내의 경우에도) 영화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인터넷을 통해 다 봤습니다.
진행자: 다른 외교관들도 이렇게 비슷하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류현우: 네. 다 같을 겁니다. 북한 내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백두밀영 고향집 답사라는 것을 해야 합니다. 대학 졸업반쯤 되면 백두산 전적지들을 답사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때 보니까 소백산 바로 옆, 백두밀영 고향집이라고 실제 생가라고 해서 저희가 직접 가서 그곳의 물건도 만져봤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모두 완전 사기 아닙니까? (관련 진실을 인터넷을 통해) 제가 보면서 김 씨 부자가 전 국민을 상대로 완전히 사기친 것 아닙니까. 이런 거짓말까지 어떻게 할 수 있냐는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정말 사이비 종교로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진행자: 대사님께서는 북한에서 고위층인데,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셨습니까?
류현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는 알 수 있는 영역이 못 됩니다. 북한이 모든 자료 유입의 자체를 다 차단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지금도 차단하고 있는 것이고요. 일반인들이 이런 내용을 접하기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보가 유입되면 북한 정권은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에 이걸 계속 막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탈북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에 와서 한국전쟁과 관련해 검색을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류현우: 네 맞습니다. 저도 6.25 전쟁을 쳐서 봤습니다. 저희는 어릴 때부터 북침으로 배웠거든요. 그러니까 미국과 남조선 괴뢰도당이 우리 공화국을 무력 침공했다고 배웠는데 (북한을) 나와서 보니, 거꾸로 남침을 했다는 겁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관련 문건들이 다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그 내용에 스탈린과 모택동, 김일성 사이 오고 간 전보 내용이 다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보고서는 ‘멘붕’이 왔습니다.
진행자: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북한으로 다시 들어가는 아이들의 경우 혼란스러움을 많이 느낄 것 같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경우에도 자녀 교육 문제를 탈북을 감행한 이유 중 하나로 꼽기도 했는데요.
류현우: 대부분 외교관들의 자녀들이 인터넷을 하면서 저와 같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의 단어들을 검색하면서 북한의 실상을 하나하나 알아갑니다. 그들도 똑같이 저처럼 ‘멘붕’이 올 겁니다. 그런데 이를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죠. 또 아빠와 엄마를 보면서 자기들도 “아 이것은 우리가 살면서 침묵해야 되는 일이구나”라는 걸로 스스로 이해할 겁니다. 그래서 북한에 돌아가게 되면 모두가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까 또 그런가 보다라고 넘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인터넷을 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금요일에는 금요노동 나가야지, 토요일에는 토요학습해야지, 봄철과 가을철에는 모내기, 추수 등 매번 노동을 해야 합니다. 눈이 오면 눈을 치우러 나가야 되고 잔디도 뽑으러 나가야 합니다. 쉴 시간이 있습니까? (북한 당국이)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들어 놓으니까 사람들 모두 다른 정신이 없습니다.
진행자: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류현우 전 쿠웨이트주재 북한 대사대리로부터 북한 외교관들의 ‘리얼 라이프’, 즉 그들의 현지 실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국제무대에서 북한 당국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궤변을 일삼는 북한 외교관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류현우의 블랙북스, 다음시간에 더욱 유익한 내용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