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의 블랙北스] 연평도 도발 후 북한 공포에 떨어
2024.11.20
안녕하세요. 류현우의 블랙북스,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께서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북한의 3대 세습 체계 구축을 위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업적 쌓기의 일환이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오늘은 류 전 대사대리께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북한 내부에서 한국의 자주포, K-9에 대한 공포가 확산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다. 당시 한국의 대응사격을 경험한 북한 군인들로부터 시작된 한국 자주포의 위력이 북한 내에 일파만파로 퍼졌다고 합니다. K-9은 해외로도 수출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력인데요. 오늘은 이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 먼저 드릴 질문은, 당시 포격 도발을 주도한 것은 지금은 사망한 김격식 인민무력부장과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이들이 당시 사건을 기획 및 주도한 것으로 봐야 할까요?
[류현우] 당시 김격식은 인민군 4군단장이었고 김영철은 인민군 정찰총국장이었습니다. 4군단은 황해남도에 전개된 1제대 전연 군단인데 대외적으로는 제212대연합부대라고 부릅니다. 당시 김정은이 직접 설계하고 기획한 연평도 포격전을 4군단이 집행했습니다. 당연히 작전 시작부터 마감까지 김격식 군단장이 지휘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격식이 주모자의 한 사람이지요. 그러나 알다시피 군대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명령 체계입니다. 상급의 명령에는 오직 “알았습니다” 밖에 몰라야 합니다. 김격식도 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의 명령과 그의 위임을 받은 김정은의 명령을 집행해야 합니다. 저는 김격식은 허수아비이고 연평도 포격 도발의 진범은 김정일과 김정은이라고 단언합니다. 북한에서는 최고사령관의 명령 없이 총 한 발, 포 한 발 쏠 수 없습니다. 이걸 어기면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총살당합니다. 그런데 김격식이 아무리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해도 남북관계를 파멸로 몰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군사 작전을 자기 마음대로 기획하고 집행했을리 만무합니다.
[진행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국 측보다는 북한 측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북한 측의 피해는 당시 어땠습니까?
[류현우]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한국군의 집중 포화로 북한군 30여 명이 살상당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가장 큰 이슈로 됐던 것은 인명 피해보다 한국군의 K-9 자주포였습니다. 북한 군인들 사이에서 K-9 자주포에 대한 공포 의식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습니다. 자동화된 K-9 자주포는 1분에 6발 이상의 포탄이 발사되는데 북한의 해안포는 장전하고 발사하는 데까지 1분이 걸리는 구식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행화에 자동화까지 겸비한 K-9 자주포는 북한 군인들에게 공포의 무기였습니다. 북한군 해안포 진지인 개머리 포진지는 벌 둥지로 변했다고 합니다. 북한군 지도부는 연평도 포격전을 통해 한국군의 최신 무기를 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공군에서 군 복무하면서 고사포를 다루었는데 포신을 올리고 내리는 것을 사람이 수동으로 했습니다. 자동으로 포탄을 발사하는 신식 K-9 자주포와 북한 군의 포는 비교 불가입니다.
[진행자] 김격식의 경우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책임으로 일시적으로 강등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해주실 부분이 있을까요?
[류현우] 연평도 포격전에서 한국군의 대응 사격으로 북한군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데다 무도와 개머리 해안포 진지들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4군단장 김격식은 한 달 전부터 연평도 포격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북한군 포진지들이 박살이 났으니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김격식은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강등당하고 말았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연평도 포격도발을 내부 매체를 통해 언급할 때 한국이 먼저 도발을 해서 대응했고 이에 승리했다는 식으로 선전합니다. 당시 실제 내부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류현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당시 북한 주민들 속에서도 한국군의 K-9 자주포가 큰 화제 거리였습니다. 우리 포는 1분에 1발이 발사되는데 남조선의 K-9 자주포는 1분에 몇 발씩 포탄이 발사되지 않나, 그런 고물 같은 포를 가지고 싸우면 질 것이 뻔하지 않나라는 화제가 기본이었습니다. 사실 북한이 승리했다면 K-9 자주포에 대한 공포의식이 왜 생기겠습니까? 연평도 포격전을 통해 한국의 K-9 자주포의 위력을 다 알고 있는 북한군 병사들의 입을 통해 북한 전역에 소문이 퍼졌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선전해도 믿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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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당시 북한 주민들에게 ‘K-9’ 이라는 한국 자주포 명칭까지 구체적으로 확산됐던 건가요?
[류현우] 사실 북한에서는 ‘K-9’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자주포’라고 부릅니다. 북한에도 자행포가 있는데 포를 무한궤도가 있는 장갑차 위에 올려놓은 것입니다. 이 포가 ‘주체포’입니다. 저도 한국에 와서 연평도 포격전 당시 투입된 한국의 자주포가 K-9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한국 자주포의 위력이 주체포와 비교도 안 되게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계기가 바로 연평도 포격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군인들 속에서 떠도는 소문이 사회에도 퍼져나가 지금은 북한 주민들도 한국의 자행포, 즉 자주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는데요. 이와 관련해 외무성, 일선의 외교관들에게 특별히 하달된 지침 같은 것이 있었나요?
[류현우] 당시 외무성에서 대사관들에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대외 활동 지침이 내려갔습니다. 지침 내용을 요약하면 ‘남조선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공화국을 자극하는 군사훈련을 강행했다는 것, 우리는 휴전상태에 있는 일방을 자극하는 군사 행동이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고조시키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는 데 대해 거듭 경고했다는 것, 남조선군은 군사훈련을 빌미로 우리를 향해 포사격을 가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 우리는 지체 없이 우리의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적들의 포사격 원점을 타격했다는 식으로 대외활동 시 적극 선전하라는 지시였습니다. 북한 외무성 직원들은 국내에서 인터넷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인민군 총참모부에서 보내온 자료에 근거해서 대외활동 지침을 만들어 해외 대사관들에 하달합니다. 한마디로 한국이 먼저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는 식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연대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그때 저는 한국군이 먼저 북한 해역에 일방적으로 포사격을 하면서 도발한 줄로 알았습니다. 그렇게 총참모부에서 자료를 보내왔으니 곧이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훗날 해외에 나와서 인터넷을 통해 연평도 포격전에 대해 검색해보니 북한군이 먼저 도발했고 한국군 사상자까지 발생시켰다고 씌어져 있었습니다. 하기야 6.25전쟁도 한국이 먼저 북침했다는 새빨간 거짓말까지 하는데 이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지요. 아마도 북한 외교관들이 연평도 포격전에 대해 말할 때 주재국 외교관들이 속으로 얼마나 어처구니없어 했겠습니까? 도적이 먼저 다른 이를 보고 “도적이야”하는 격이 됐으니 말이죠.
[진행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방한 시 연평도 주민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류현우] 살인자가 사람을 죽여놓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나 뭐가 다르지요? 김정은이 유가족들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해도 시원치 않겠는데 위로를 전하고 싶다 말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지요. 저는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는 진정성 있는 말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희생된 문광욱 일병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는 TV 화면을 보면서 저도 따라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마음 아프겠습니까? 연평도 포격전에서 희생된 전사자들의 유족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김정은의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평화는 강력한 국방력에 의해 수호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진행자] 연평도 포격 도발이 일어난 지 14년을 맞이하는 연평도에는 당시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당시 전사한 서정우 하사의 모표가 대표적인데요. 휴가를 떠나다가 북한의 포격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복귀하던 서 하사는 북한의 포탄을 맞고 산화하고 그의 모표만 그가 전사한 곳 인근 나무에 박혀 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던 문광욱 일병과 연평도 현장에 있던 민간인들까지 희생당했습니다. 북한이 언젠가는 이 같은 만행에 대한 책임을 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오늘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