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사랑에 있다, 황선희 씨 (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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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ssary.jpg 5일 강남구 SETEC에서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 참가 업체가 액세서리 도구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김인선: 벌써 겨울이 왔나 싶을 정도로 아침기온이 뚝 떨어졌어요. 하지만 낮엔 또 푹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일교차가 큰데요. 아무래도 날씨가 확 변한 걸 느끼게 되는 건 여성들의 옷차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한 몫 하는 게 액세서리죠.

 

마순희: 맞습니다. 아직 한 겨울옷을 꺼내 입기는 이르다는 생각에 저도 스카프를 자주 두르고 다니는데요. 따뜻하기도 하고 살짝 멋을 부릴 수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귀걸이나 목걸이까지 날씨에 어울리게 갖춘다면 완전 멋쟁이가 된답니다. 그래서 액세서리를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오늘 성공시대 주인공도 액세서리와 연관된 분이네요.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황선희 씨인데요. 참! 액세서리라고 하면 잘 모를 수 있는데 북한말로는 치레용 장식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희 씨는 목걸이, 귀걸이, 반지, 손목걸이 등 예쁜 장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분인데요. 저와 만났을 때 자신이 만든 거라며 저에게도 예쁜 휴대폰 고리를 선물로 주기도 했었답니다.

 

김인선: 성공시대가 직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액세서리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분은 처음 소개하는 것 같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있지만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분은 저도 처음 만났었거든요. 선희 씨가 직접 액세서리 모양을 구상하고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요. 본보기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를 보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 일이라고 해요. 자동차를 만들 때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듯이 액세서리를 만들 때에도 여러 부품이 들어가는데 그 부품조립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직접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지는 않고 꼼꼼함, 섬세함 정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선희 씨도 전업주부로 있다가 집 가까이에 액세서리 공장이 있어서 지금의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탈북 여성의 경우 먹고 살기 위해서 반드시 취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일을 선택하기도 하는데요. 결혼한 여성들인 경우에는 육아와 가정살림 등을 하면서 전업주부로 사는 분들도 많아요. 선희 씨의 경우 한국정착 초기에는 혼자라서 당연히 일을 해야 했었는데요. 2004년 한국 정착 후 하루빨리 돈을 벌어서 북한의 가족을 데려오고 싶은 마음에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식당일부터 시작했습니다. 29살, 많은 나이도 아니었고 말투 때문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합니다. 탈북민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어떤 일이든지 열심히 하겠다고 했더니 바로 취직이 되더랍니다.

 

김인선: 20대 젊은이라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시기라 더 많이 공부하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가족을 위해 단순한 일부터 시작했군요.

 

마순희: 맞아요. 사실 한국에 오자마자 급하게 일을 시작하면 사람들과 잘 안 맞거나 몸이 힘들어 쉽게 그만두기도 하지만 선희 씨는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몸은 힘들어도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선희 씨에게도 힘든 것이 있었는데요. 육신이 아니라 마음, 바로 외로움이었습니다. 힘들게 식당에서 일하고 돌아와도 반겨주는 이도 없었고 빈 방에서 고향을 그리며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그때마다 돈을 벌면 고향의 식구들을 데려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겨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던 선희 씨에게, 어느 날 운명의 상대가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바로 지금의 남편입니다.

 

선희 씨가 일하는 식당에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 있는데, 그 손님이 지금의 남편을 데리고 온 것입니다. 그냥 가볍게 식사하기 위해 왔던 건데 단골손님의 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은 선희 씨를 보고 첫 눈에 반했던 거죠. 그 후로도 자주 식당을 찾았던 선희 씨의 남편은 착하고 성실한 선희 씨의 됨됨이를 알아봤나 봅니다. 적극적으로 선희 씨에게 만남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틈틈이 만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두 사람은 결혼했고 사랑하는 두 딸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식당일을 그리 오래한 편은 아닙니다. 거의 한국정착 초반부터 선희 씨는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편안한 삶을 살게 됐으니까요.

 

김인선: 솔직히 착하고 경제력 있는 남자 만나서 안락한 삶을 바라는 여성들이 있기도 하거든요. 남한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남편 덕에 편히 살면 남한에 와서 성공한 걸로는 잘 안 쳐주더라고요. 전업주부로 지내는 황선희 씨의 경우도 비슷할 것 같은데요. 성공시대 주인공으로 소개될 정도면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마순희: 아무래도 탈북민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게 결국은 낯선 곳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을 해 나간다는 것이니까요. 결혼을 통해 안정을 찾는다는 건 지름길처럼 보일 수 있죠. 하지만 그 역시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니까요. 우리 탈북민들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면 행복하고 성공한 정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직업적인 성공이 뒷받침되거나 사회적인 명성까지 따라준다면, 또 그 성공을 혼자의 힘으로 이루었다면 더 특별해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삶 속에서 만족을 느끼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탈북민들은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행복을 가까이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생하고 한국에 온 만큼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선희 씨도 결혼 후 편안한 생활을 했지만 그 일상 속에서도 마음 한 구석이 늘 불편했었다고 합니다.

 

선희 씨의 남편은 그리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고 시댁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선희 씨 남편은 도배 일부터 목수 일까지 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일감이 없을 때에는 택시 운전까지 하면서 밤낮없이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편 혼자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하던 선희 씨였습니다. 남편은 안정된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소중함이 있다며 선희 씨에게는 엄마와 부인의 역할을 잘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남편의 사랑과 헌신을 너무도 잘 알지만 선희 씨는 조금이라도 남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큰 딸이 초등학교에, 작은 딸이 유치원에 들어가게 되자 남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당신 혼자 힘들게 일하는데 늘 집에서 혼자만 편히 사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이제부터는 애들도 어지간히 컸으니 나도 일하러 나가고 싶은데 허락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남편의 동의를 구한 후 선희 씨는 동네에 있는 지금의 액세서리 공장에 취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김인선: 요즘은 아내가 취업을 한다고 하면 남편들이 좋아하더라요. 배우자가 함께 경제활동을 해주면 아무래도 수입이 많아지고 여유가 생기니까요. 제가 보기에 선희 씨 남편은 드문 경우 같은데요.

 

마순희: 네. 선희 씨 남편은 늘 자신의 힘든 것보다 아내와 두 딸들이 편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늘 자신만 믿고 걱정하지 말고 애들이나 잘 키우라고, 일하러 나가는 것은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었던 것입니다. 선희 씨도 그런 남편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남편을 돕고 싶은 마음이 컸었나 봅니다. 남편도 선희 씨의 마음을 잘 알기에 이젠 함께 일하고 싶다는 선희 씨의 청을 더는 거절하지 못 했다고 합니다.

 

김인선: 가정주부로 7-8년을 집에 있다가 뒤늦게 시작한 선희 씨의 사회생활은 과연 어땠을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들어볼게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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