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추억의 옛날 드라마를 함께 보는 시간으로 ‘겨울연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배용준 배우에게 바로 전설의 ‘욘사마’라는 별명을 만들어 준 드라마죠. 2002년 1월부터 3월까지 총 20부작으로 매주 월요일, 화요일에 한국 방송 채널 KBS에서 방송됐습니다. 배용준, 최지우, 박용하, 박솔미 등 네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했는데요. 배용준 배우는 이미 당대 인기스타였지만, 이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일본 등에 한류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최지우도 일본에서 ‘지후히메’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몰이했는데요. 그럼 화제의 겨울연가 드라마를 살펴보기에 앞서 명장면 함께 볼까요?
한 남자가 그림자 나라에 갔는데 다들 그림자들이어서 아무도 말을 시키지 않더라 . 그래서 ? 그래서 그 남자는 혼자 외로웠대 . 그게 끝이야 . 왜 ? 그냥 재미있어서 . 나 처음에 너 무지 이상한 아이인 줄 알았다 . 잘 웃지도 않고 맨날 혼자 다니고 사회에 불만이 되게 많은 아이인 줄 알았어 . 내가 볼 땐 너한테 친구가 필요해 얘들하고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거 없잖아 , 안 그래 ? 그런 거 필요 없어 . 내가 친구 만드는 법 알려줄까 ? 무지 쉬워 . 서로에게 한 발짝만 다가서면 되는 거야 . 그렇다고 한 사람만 다가서면 안 되고 . 봐봐 ,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 차곡차곡 쌓여야 친구가 되는 거지 .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 잡아 . 한 발짝씩 다가서는 거라며 .
[ 기자 ] 배용준과 최지우가 학창 시절 남이섬을 걸으며 나누는 이야기인데요. 이 대화 이후에 둘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크게 화제가 됐었죠.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 모셨는데요. 오늘 살펴볼 겨울연가는 어떤 드라마인가요?
[ 김헌식 ] 겨울연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되겠습니다. 한 남자와 여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드라마인데요. <봄의 왈츠>, <여름 향기>, <가을동화>, <겨울연가> 네 가지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가을 동화>라고 하는 작품이 2000년대 하반기에 크게 인기 있었는데 그 드라마 뒤로 겨울연가가 방영됐습니다. 2002년 1월부터 3월까지 총 20부작으로 방영됐고 20여 년이 흘렀는데요. 한류 드라마의 폭발적인 일본 인기를 본격적으로 일으켰던 작품이 되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의 줄거리 설명 부탁드립니다.
[ 김헌식 ] 공간적 배경인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첫사랑인 강준상과 정유진이 알콩달콩 사랑을 쌓아가게 되는데요. 하지만 강준상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드라마에서는 처음에 죽은 것처럼 비춰져 다들 슬퍼하게 되는데요. 10년의 시간이 흐르고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정유진 (최지우)는 라디오 PD이며 과거 준상과의 연적이었던 김상혁 (박용화)와 약혼을 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길거리에 강준상 (배용준)이 거리에 나타납니다. 죽은 강준상의 모습과 너무 똑같았기 때문에 유진은 혼란스러워하죠. 그렇지만 이민형(배용준)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데, 이민형은 강준상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고교 때의 유진이의 친구인 오채린(박솔미)의 남자 친구로 나타납니다. 더구나 채린이 자기 남자 친구가 된 이민형에게 유진에 대해서 좋지 않게 얘기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꼬여 갑니다. 배용준 배우는 '강준상'과 '이민형' 두 사람 역을 하게 되고요. 배용준은 피아니스트인 강미희의 아들로 나옵니다. 사실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준상은 10년 후 이민형으로 되돌아왔던 것입니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이민형이 과연 진짜 강준상인지'에 궁금증이 일으키고 10여 회를 넘게 되면 점차 그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정유진 (최지우)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춘천에서 살았고요. 정의롭고 명랑한 성격인데 강준상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그를 잊지 못합니다. 김상혁 (박용화)는 방송국의 라디오 PD고 고교 때부터 유진을 사랑하고 절대 강준상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집착하게 됩니다. 오채린 (박솔미)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오만하지만은 항상 유진에게 경쟁의식을 느껴서 이민형이 강준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구하고 숨깁니다. 마찬가지로 김상혁도 이민형이 강준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유진에게 숨기는 내용이 펼쳐집니다.
[ 기자 ] 전개 순서대로 드라마 내용 찬찬히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인 준상과 유진은 학교 등굣길 버스에서 처음 만났는데요. 전학 첫날이던 준상과 버스 안에서 잠들어버린 유진은 나란히 학교를 지나쳐버립니다. 유진은 준상이 전학생인 줄 모르고 큰소리치게 됩니다.
[ 정유진 ]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 안 깨우고 뭐한 거예요 ! 몇 학년이에요 ?
[ 강준상 ] 2 학년 .
[ 정유진 ] 야 , 너는 가가멜이 무섭지도 않아 ? 2 학년 중에 너처럼 간 큰애는 네가 처음이다 . 안 오고 뭐해 ? 같이 타야 택시비라도 줄지 .
[ 기자 ] 유진은 결국 가가멜 다시 말해 교문 앞에서 지각생들은 잡는 박종오 선생님에게 딱 걸리고 마는데요. 한국 학교에서는 보통 이처럼 교문 앞에서 지각생이나 복장이 불량한 학생들을 잡아서 벌을 주는 담당 선생님이 있었죠?
[ 김헌식 ] 주로 이분들은 학생과 선생님인데요. 학생과는 학생 지도를 담당하는 부서가 되겠습니다. 주로 이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부딪히는 곳이 바로 교문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등교할 때 지각하는 사람을 벌세우거나 교칙을 위반하는 경우 예를 들어 명찰이라든지, 머리 모양이라든지, 교복은 제대로 입었는지, 신발은 제대로 신었는지 등을 점검하게 되는데요.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지각을 한 학생들을 따로 불러 세워 몽둥이를 휘두르고 벌을 세우는 장면들이 펼쳐지게 되는데요. 복장이나 두발 검사를 하는 경우가 예전만 있는 게 아니고 오늘날에도 있는데 학생회나 선도부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했었습니다. 대개 선도부나 학생회는 선배들이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학생 인권조례가 생겨서 함부로 체벌이나 가혹 행위를 할 수 없고요. 그렇지만 여전히 복장이나 두발을 단속하고요.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조치는 여전히 있습니다. 다만 2021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두발 복장을 과하게 제한하고 이를 어길 시에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학생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서울 소재 31개의 중고등학교가 학생의 두발·복장 등 용모를 제한하는 규칙을 두고 있는데요. 요즘에는 체벌을 가한다기보다는 벌점을 줘서 위반 사항에 대해 기재하는데 이것도 학생 인권을 너무 과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 기자 ] 선생님 별명으로 붙여진 '가가멜'은 어떻게 생긴 별명이죠?
[ 김헌식 ] '가가멜'은 만화 영화에 나오는 악역입니다. 그래서 <개구쟁이 스머프>라고 하는 벨기에 만화 영화의 주요 주인공인 가가멜은 작은 난쟁이 요정인 스머프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침입해서 잡아먹으려고 하거나 황금을 만드는 데 주재료로 쓰려고 스머프 사냥을 합니다. 그러니까 악역이죠. 이 가가멜은 이유가 분명하지 않않지만, 스머프들을 싫어하고 혐오합니다. 아무래도 가가멜은 혼자 고양이와 사는데 스머프들은 모여서 행복하게 사니까 이걸 시샘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쨌든 당시에는 성격이 나쁘거나 못된 사람들을 가가멜에게 빗대어 표현했는데요. 학생들은 학교에서 엄한 선생님들을 가가멜이라고 칭하면서 놀리거나 뒷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도 가가멜이 등장하는데요. 박종오라는 선생님인데 나중에 실제로는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교사로 나옵니다.
[ 기자 ] 제 학창 시절 때도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생김새나 특징으로 별명을 붙였던 기억이 나는데요. 선생님들도 이 별명을 인자하게 웃어넘기시는 분들도 있어서 학창 시절의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럼 잠시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음악 듣고 올까요?
( 겨울연가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상혁이 다니는 고등학교로 일부러 전학 온 준상은 상혁을 따라 방송부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방송부원인 유진은 준상과 함께 점심 방송을 하기로 약속해 기다렸지만, 준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정유진 ] 그러면 그렇지 . 네가 올 턱이 없지 . 두고 보자 , 강준상 .
[ 방송부 음악 소리 ]
[ 정유진 ] 안녕하세요 . JDS 점심 방송 시작합니다 . 오늘은 잠시 책임감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은데요 . 오늘 전 같이 방송하기로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 그런데 그 친구가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전 점심도 못 먹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방송을 진행해야 할 것 같네요 . 누구라고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가슴에 새겨두길 바라요 . 자신의 작은 이기심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요 . 어머 , 제가 방송을 통해서 사적인 감정을 풀었다고요 ? 한 번만 봐주세요 . 아바 (ABBA) 가 부릅니다 댄싱퀸 (Dancing Queen).
[ 기자 ] 이 방송을 듣고 양심에 찔린 준상은 방송부실로 오는데요. 댄싱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유진을 보고 미소 짓습니다. 유진도 그런 준상을 발견하고 쑥스러운 듯 자리에 돌아가 앉아서 방송을 진행하는데요. 이 장면 정말 풋풋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처럼 한국 중고등학교에는 방송반이 하나씩 있는데요. 일종의 방과 후 클럽활동인 거죠?
[ 김헌식 ] 중고등학교에는 방송반이 꼭 하나씩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교실마다 스피커(확성기)가 달려 있고 그 확성기를 통해서 공지합니다. 또 야외에서 조회할 때도 방송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축제한다든지 운동회를 할 때도 방송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학생들의 동아리∙클럽 활동 예전에는 구락부라고 했는데, 창의적인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송부가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보통 한 학년에 3~4명, 작은 학교에서는 2~3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고요. 특히 행사가 있게 되면 남보다 한두 시간 일찍 오거나 또 한두 시간 늦게 갑니다. 보통 방송사처럼 엔지니어, PD, 아나운서, 작가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요. 방송국에서 근무하고 싶은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했던 곳이 방송반이 되겠습니다.
[ 기자 ] 요즘 학교들에는 또 어떤 클럽 활동이 있죠?
[ 김헌식 ] 크게 정규 수업 시간에 활동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인 동아리와 정규 수업 외에 활동하는 자율 동아리로 나뉘게 됩니다. 그동안에는 동아리 활동들이 대입 시험에 자기소개서의 이력으로 포함이 됐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너무 값비싼 동아리들이 많이 횡행해서 위화감을 준다","차별을 준다"는 의견으로 2024년부터는 대학 입학시험 자기소개서에 동아리 활동을 기재하지 못하게 됩니다. 어쨌든 동아리 활동은 다양합니다. 여행 동아리도 있는데 국내만이 아니고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일이 다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고요. 또 북한에도 있습니다만 봉산탈춤을 추는 동아리도 있습니다. 비록 남한이지만 북한의 탈춤도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채택되고 있기 때문에 배우고요. 또 요즘에 환경오염 때문에 꿀벌이 많이 없다고 합니다. 꿀벌이 과실을 맺어주는 데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래서 양봉 동아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뮤지컬 동아리나 음악 동아리도 많이 활성화되는 상황입니다.
[ 기자 ] 준상과 유진은 투닥거리면서도 점점 서로에게 호감을 쌓아가는데요. 그러다가 앞서 살펴봤던 명장면이죠, 학교 수업을 빼먹고 남이섬에서 데이트하게 됩니다. 한국말로 '땡땡이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다음 시간에 이어서 내용 계속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추억의 드라마 겨울연가 줄거리와 한국 고등학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로 인해 화제가 됐던 촬영지와 유행 살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