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중원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추억의 옛날 드라마를 함께 보는 시간으로 ‘가을동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을동화는 한국 방송 채널 KBS에서 2000년 9월부터 11월까지 방영된 드라마로 윤석호 감독의 사계절 시리즈의 첫 시작이었는데요. 윤석호 감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테마로 드라마 한 작품씩 제작했습니다. 그 중 첫 번째인 가을동화는 송승헌, 송혜교 주연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많은 시청자들을 눈물 흘리게 하며 출연한 배우들도 톱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원빈의 “얼마면 돼”라는 명대사로 유명한데요. 그럼 가을동화의 명장면 먼저 함께 듣고 오시죠.
사랑 ? 웃기지 마 . 이젠 돈으로 사겠어 . 돈으로 사면 될 거 아니야 . 얼마면 될까 ? 얼마면 되겠냐 ?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 나 돈 필요해요 .
[ 기자 ] 이 장면은 원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송혜교에게 사랑을 돈으로 사겠다며 나쁜 놈 역할을 자처한 상황입니다.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 드라마 살펴보겠습니다.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았거나 오래 전에 봐서 내용을 잊어버렸을 청취자 분들을 위해 가을동화 줄거리부터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가을동화는 화목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윤준서와 윤은서 남매가 있고요.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최신애가 있는데, 이 세 사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은서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검사를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윤 교수 부부의 친딸이 은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알고 봤더니 어린 시절 병원에서 아이가 바뀐 건데요. 설상가상으로 그 아이는 은서와 같은 반에 다니고 있는 신애였던 겁니다. 진짜 딸아이를 찾은 윤 교수 부부는 신애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납니다. 시간이 흘러서 은서는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고 이 호텔 경영자의 아들이자 이사인 한태석은 은서에게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그때 준서도 미국에서 돌아와서 은서의 행방을 수소문하게 되고요. 준서가 우연히 은서를 목격하게 되면서 그녀를 찾아다니는데, 결과적으로는 머물던 호텔 방에 전화 연결을 해주는 교환원이 은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감격적으로 상봉하게 됩니다. 은서와 준서는 이미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이 과정에서 태석도 은서를 사랑하는 사이가 돼서 삼각관계, 사각관계가 펼쳐지게 됩니다. 윤준서는 송승헌 배우, 윤은서는 송혜교 배우, 한태석은 원빈 배우, 신유미라고 하는 윤준석(송승헌)의 약혼녀는 한나나가 맡았습니다. 그리고 신애 역할은 한채영 배우가 맡아서 열연했습니다.
[ 기자 ] 가을동화의 두 주인공인 윤준서와 윤은서는 어린 시절 남매로 등장하는데요. 알고 보니 은서는 산부인과에서 같은 반 친구였던 신애와 바뀌게 되면서 운명의 장난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남한에서 이처럼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바뀐 경우가 있었나요?
[ 김헌식 ] 드라마에서는 어린 시절 윤준서가 산부인과에서 이름표를 떨어뜨리게 되면서 바뀌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요. 드물긴 하지만 현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1981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쌍둥이 아빠가 둘째 딸 민경이를 이발소에 데리고 가는데, 이발소 종업원이 친구의 딸과 닮았다고 해서 쌍둥이 아빠는 "친구 딸 좀 데리고 오라"고 얘기합니다. 그래서 확인하니, 이발소 종업원 친구의 딸인 향미(가명)와 쌍둥이 아빠 딸의 첫째 딸인 민아가 바뀐 것이었다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1980년에도 수원시의 한 산부인과 간호사로부터 아이를 넘겨받은 후 40년 넘게 친자를 알고 부양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주로 상위층과 저소득층의 아이가 뒤바뀌는 일이 많은데요. 그렇지만 소득별로 거주 지역과 이용하는 산부인과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확률은 굉장히 낮다고 합니다. 다만 실제 부잣집에서 자랐던 아이가 가난한 집으로 돌아간 뒤에 도저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갈등이 심해져 부유한 부모 측에서 아이들을 다 기르게 된 사례가 있습니다. 사실 가을동화에서도 가난한 부모님이 은서가 성인이 됐을 때 "은서를 다시 입양해 달라"고 얘기하는 대목이 있기도 합니다.
[ 기자 ] 드라마에서 가장 슬펐던 장면 중 하나는 은서가 키워준 엄마를 따라 미국에 가지 않고 친엄마에게 달려오는 장면이었는데요. 은서를 14년간 키워줬던 양엄마 경하는 차마 은서를 친엄마인 순임에게 보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경하는 순임에게 친딸인 신애와 함께 은서도 미국으로 데려가서 잘 키우겠다며 보내달라고 애원하는데요. 국밥집을 운영하며 어렵게 살던 순임은 가게 손님이 은서에게 추태를 부리는 장면을 보고 결국 마지못해 은서를 보내주기로 마음먹습니다.
[ 윤은서 ] 엄마 , 엄마 !
[ 이경하 / 최신애 친모 ] 은서야 , 은서야 !
[ 김순임 / 윤은서 친모 ] 엄마라네요 . 얘는 진심이 아니면 엄마라는 소리 하지도 않는 애예요 . 저한테는 아직 한 번도 , 한 번도 엄마라는 소리 하지 않았습니다 . 맞아요 , 맞습니다 . 저한테 있어봤자 식당 일만 죽도록 하면서 험하게 살 거예요 . 하고 싶은 것 하나도 못 하고 , 공부도 제대로 못 하면서 그렇게 살 겁니다 . 너희 가족 다들 미국 갈 때 너도 가 . 데려가세요 .
[ 이경하 / 최신애 친모 ]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 은서야 . 은서야 , 엄마랑 집으로 가자 은서야 .
[ 윤은서 ] 나 이제 엄마 따라 못 가 . 은서 엄마 딸 아닌걸 . 엄마는 신애도 있고 오빠도 있지만…
[ 이경하 / 최신애 친모 ] 안돼 , 은서야 . 은서야 .
[ 윤은서 ] 난 괜찮아요 . 괜찮아 , 엄마 . 그러니까 하나도 걱정하지 마세요 .
[ 이경하 / 최신애 친모 ] 은서야 . 은서야 . 안돼 . 은서야!
[ 기자 ] 은서는 친엄마인 순임에게 달려갑니다.
[ 윤은서 ] 엄마 , 엄마 , 엄마 , 엄마 ! 엄마 , 제가 잘못했어요 . 잘못했어요 엄마 . 보내지 말아요 .
[ 기자 ] 산부인과의 실수로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진다면 당사자들에게 정말 큰 충격이고 또 비극적인 일일 것 같은데요. 그러면 실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떤 조치가 취해지나요?
[ 김헌식 ] 법원 판례에 따르면 산부인과 측에서 책임을 지고 가족들에게 배상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40여 년을 모른 채 살았던 가족에게 산부인과가 총 1억 5천만 원을 배상해야 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를 들어서 '타인의 신체나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과 고통을 가한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 배상해야 된다'고 해서 정신적 충격 및 고통 등에 따른 배상을 판시했습니다. 의료인이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데 산모와 출생아를 확인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소홀히 했다는 건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딸을 찾는 거죠. 그래서 이 의사한테 "산부인과의 당시 분만 기록을 공개하라"고 얘기했는데 병원 측에서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왜냐하면 의료법에는 따로 규정된 특별한 법 외에는 의료, 조산 또는 간호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바뀐 아이의 실제 가족 사항을 알려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심에서는 이를 공개 못하게 했는데, 2심에서는 기지를 발휘해서 법원은 문서 소지인에게 비공개로 문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조항(344조 등)을 들어서 재판부에만 분만 기록을 제출하도록 했는데요. 그런데 당시 병원에서 태어난 여자아이가 금란 양을 포함해서 2명이었다는 결정적인 단서를 파악하고 그 사실만 넌지시 알려주게 되면서 수소문 끝에 산부인과에서 같은 날 출산한 다른 아동 부모를 만나게 되고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친자식을 찾게 되었습니다. 요즘에 이런 일은 흔치 않습니다. "아기에게 인식표를 붙이게 되는데 자르려 해도 잘리지 않고 특수 도구로 잘라야 하기 때문에 자녀가 바뀌는 사고는 없다"고 병원 측에서는 얘기하는데 사람의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안심하면 안 되겠습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음악 듣고 올까요?
( 가을동화 OST)
[ 기자 ]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성인이 된 은서의 직업이 생소한데요. 호텔 종업원이지만 실제 고객을 상대하지 않고 전화교환실에서 전화로만 응대하는 직원입니다. 극 중 호텔 재벌 진일 그룹의 막내아들로 등장하는 한태석은 호텔에 머무는 동안 전화교환원으로 일하는 송혜교에게 종종 주정을 부리곤 했습니다.
[ 한태석 ] 야 , 이 방은 환기가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
[ 윤은서 ] 네 , 손님 죄송합니다 . 제가 객실 담당에게 연결시켜드리겠습니다.
[ 기자 ] 은서는 매번 추태를 부리며 반말을 하는 태석을 골탕 먹일 방법을 생각해 내는데요.
[ 윤은서 ] 환기가 안 된다고요 ? 그럼 수동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 우선 욕실로 가세요 . 욕실로 가셔서 왼손으로 샤워기를 빼서 머리 위로 드세요 . 그리고 밑에 버튼 보이시죠 . 그거 눌러주세요 .
[ 한태석 ] ( 샤워기에서 나온 물을 맞으며 ) 야 !
[ 윤은서 ] 너 왜 반말이야 ? 보아하니 애 같은데 너 몇 살이니 ? 나 서른일곱 살에 애가 둘이다 .
[ 기자 ] 실제 은서의 극 중 나이는 스무 살이었는데요. 어쩌면 당시 전화교환원으로 일하던 호텔 직원은 손님을 직접 볼 일이 없어서 이런 행동이나 거짓말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호텔 전화교환원은 어떤 일을 했던 건가요?
[ 김헌식 ] 전화교환원은 시내∙시외 또는 국제간 사이에 회사 내부의 전화 통화를 연결하는 담당을 했는데요. 그래서 고객이 문의하는 상호 또는 인명을 듣고 컴퓨터에 연결된 단말기를 통해서 번호를 안내하거나 통화를 연결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호텔에 투숙한 고객에게 전화상으로 의견 사항을 접수받거나 전달하기도 했고요. 또 불편 사항을 처리하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과 많이 접촉하는 호텔의 교환원이나 또 국제 전화교환원 같은 경우에는 외국어를 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추고 있어야 될 정도였는데요. 전화 교환뿐만 아니고 실제로 이 드라마처럼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역할까지도 약간은 했었습니다만 개인 비서처럼 부릴 수는 없었습니다.
[ 기자 ] 그런데 지금은 이런 호텔 전화교환원이 없죠?
[ 김헌식 ] 공식적으로는 없습니다. 전화교환원이 사라지게 된 이유는 복합적인데요. 전자동 전화기로 바뀐 데다가 스마트폰으로 휴대전화가 바뀌면서 더욱더 전화교환원의 역할이 줄어들게 됐고요. 2010년대 이후로는 공식적으로 채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텔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는데요. 모든 특급 호텔에서 각종 문의를 원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로 처리를 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문의와 요청 사항을 즉시 처리하는 일을 하는 직원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고객이 모닝콜을 신청하면 다음 날 아침 원하는 시간에 상냥한 목소리로 깨워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날씨 안내까지 해주는 서비스도 있는데요. 공식적으로는 전화교환원은 없어졌지만 전화교환원이 일부 하던 일을 흡수해서 일반 직원이 하고 있습니다.
[ 기자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추억의 드라마 가을동화의 줄거리와 현재와 다른 과거 모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드라마의 공간적 배경과 파급력 살펴보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