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가을동화, “드라마 보다 조퇴까지”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4.04.09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가을동화, “드라마 보다 조퇴까지” 2000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가을동화’. 송혜교.
/연합, KBS

[기자]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한국 방송 채널 KBS 드라마 ‘가을동화’를 살펴보는 마지막 시간으로 드라마의 국내외 영향력 알아보겠습니다. 2000년 9월부터 11월까지  16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는 송승헌, 송혜교, 원빈, 한채영, 한나나 배우가 주연을 맡았는데요. 어린시절 친남매로 자란  남녀가 청소년기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가운데 주인공인 윤은서 (송혜교)를 좋아하게  한태석 (원빈)이 나타나 “사랑?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돼?”라는 명대사를 남겼죠. 오늘도 김헌식 교수님과 함께 합니다.

‘가을동화’의 인기는 어느 정도였나요?

 

[김헌식] 최고 시청률 42%를 기록했고요. 당시 KBS 드라마국 윤흥식 주간은 “극 중에 나오는 속초의 구멍가게까지 떴다”고 말했습니다. 출연진, 무대, 배경, 음악, 대사 모두 인기를 끌었던 것이죠. KBS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이 너무 많이 접속해서 난리가 났습니다. 수만 명이 토론을 벌였고 심지어  대학생은 “‘가을동화’ 대본을 강의 중에 인터넷을 통해 보면서 엉엉 울다가 교수님이 들어와서 몸이 아픈 것으로 잘못 생각해서 조퇴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국내뿐만이 아닙니다. 오스트리아의  유학생은 컴퓨터를 통해서 ‘가을동화’를 보다가 컴퓨터가 고장 나서 서울 집에 연락해서 전화로 드라마 내용을 들었다고 합니다. ‘(드라마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심지어 드라마에서 은서가 골수암에 걸려 죽는 것으로 되어 있는 내용을 바꿔 은서를 살려 준서와 결혼 시켜달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이 ‘내용을 고칠까’ 하다가 결국에는 비극적인 결말인 은서가 죽는 내용을 그대로 만들어서 시청자들이 원성을 터뜨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배경음악 CD도 30만 개나 판매됐습니다. (배경음악 목록은) 정일영이 부른 ‘기도’, ‘꿈속에서’  인데, 이로 인해 신인 가수 정일영이 일약 스타가 됐고요.  송혜교, 송승헌은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는  배우가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드라마의 시청률 결정하는 연령층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오락 프로그램이나 가요 프로그램은 10대, 드라마는 30대 여성이 시청률을 좌우했는데,  드라마 때문에 10대가 시청률의 순위를 결정하는 연령층으로 부상했고요. 심지어 (30~40대 연령층도) 드라마 <아줌마>에서 등을 돌리고 자녀들이 보는 ‘가을동화’에 눈길을 주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중국의  포털사이트에서 2019년 보도에 따르면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장 감동을 받은 드라마로 중국인들이 (가을동화를) 꼽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 ‘가을동화’에서 주인공 윤준서 역을 맡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송승헌 배우가  드라마에 출연하지   뻔했다는데요. 한국방송 채널 tvN의 ‘인생술집’에 출연해 관련 일화를 공개했습니다.

 

[송승헌/윤준서 ] 제가 사실 부정교합이 있어서 왼쪽으로 씹는     가지고 치과를 운전하면서 가는데, 매니저 형이 전화가  거죠. (매니저 형이) “너 정말 (가을동화 촬영)   거야?”라고 해서 제가 (작품은) 괜찮은데 어차피 치과 가면 1년에서 1 반은 쉬어야 하지 않을까?”고 했어요. (매니저 형이) “정말 괜찮은  같은데, 그래? 네가  그러면 어쩔  없지”라고 했어요. 치과  주차장에 주차하는데 매니저 형이  전화가  거예요. “너 정말   거야? 빨리 지금 대답해, 전화 드려야 하니까. 다른 배우가  수도 있으니까” 해서 제가 “형 그러면 할까?”라고 치과 앞에서 (답했어요). 치료를 나중에 해야지 생각하고  작품이 ‘가을동화’에요. 만약  치료를 했으면 제가 ‘가을동화’를 못했겠죠.

 

[기자] 만약 ‘가을동화’를 출연하지 못했다면 남한뿐 아니라 북한 시청자 분들께도 이름을 알리지 못했을  있겠는데요. 그런데 송승헌의 윤준서 역뿐 아니라 다른 배역들도 다른 배우에게  뻔했죠?

 

[김헌식] 그렇습니다. 그래서 원래 송혜교의 배역 ‘은서’는 김현주, 김희선 배우에게 제의가 갔다고 합니다. 김현주 배우는 다른 드라마 일정이 잡혀 있어 촬영할  없어서 고사했고요. 김희선 배우 같은 경우에는 드라마 찍는 일정은 없었습니다만 당시 영화 촬영에만 전념하겠다면서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카이스트>로 한창 인기를 끌었던 허영란 배우가  번째로 섭외가 됐지만, 역시 다른 작품의 촬영 계획이 겹치면서 합류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송혜교 씨가 은서 역할을 하게 됐는데요. 그런데 이때만 해도 송혜교 배우는 청소년 연기자 이미지가 굉장히 강해서 성인 연기자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을동화’를 통해서 성인 연기자, 특히 최고의 여성 연기자로 발돋움했습니다. 당시에 허영란과 송혜교 배우의 인지도와 인기는 그다지 차이가 없었는데  작품 이후로 완전히 뒤집어져서 허영란 배우에게는 아쉬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송승환 배우가 맡았던 ‘윤준서’ 역시 차태현, 류시원  여러 남배우한테 제의가 갔습니다만 드라마 촬영 일정이 겹치면서 결국에는 송승헌 배우에게 돌아갔던 것이고요. 지금은 비교할  없는 스타가 됐습니다.

 

[기자] 그럼 송혜교, 송승헌  주연 배우의 근황은 어떻게 되나요?

 

[김헌식] 송혜교 배우를 먼저 보겠습니다. 2023년에 KBS가 창립 50주년을 맞아서 ‘KBS를 빛낸 50인’을 뽑았는데, 여기에 송혜교 배우가 들었고요. 2023년 3월 20일 아르헨티나의 유명 일간지 라나시온지가 선정한 ‘꼭 알아야  배우 10명’ 중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에는 <더 글로리>가 종영하고 절친인 박솔미, 신현지, 박효주, 최희서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올렸고요. 2012년부터 세계 곳곳의 기념관, 박물관, 미술관 등에 한국어 안내서를 비롯한 홍보물 제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송혜교 씨는) 특히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올해 3·1절을 맞아서 우리나라  여성 의병장 윤희순 의사를 소개하는 다국어 영상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송승헌 배우는 지난 1월에 SNS에 스키를 즐기면서 찍은 여행 사진들을 올렸는데 여전히 짙은 눈썹 보여주었습니다. 하반기 영화 <히든 페이스>로 돌아오고 조여정, 박지현과 함께 출연한다고 합니다. 조여정 씨는 <기생충>에서  사장의 부인 역할을 했었죠. 그리고 제1회 ‘아시아 스타 엔터테이너 어워즈 2024’(ASIA STAR ENTERTAINER AWARDS, ASEA)가 4월 10일에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데, 여기에 송승헌 배우가 시상자로 참여하게 되고요.  최근에는 강남에 빌딩 투자를 잘해가지고2022년 KBS2 '연중 라이브'에서는 '악 소리 나는 빌딩 투자의 귀재' 연예인 10인을  1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기자]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렸던 원빈, 한채영 그리고 한나나 배우의 작품 활동과 근황도 궁금한데요.

 

[김헌식] 원빈 배우는 15년 전에 영화 <아저씨>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드라마뿐 아니고  영화를 통해서 톱스타 반열에 올랐고 그전에 영화 <마더>에서 지적장애인으로 출연했습니다. <기생충>, <아저씨>, <마더>의 감독을 맡은 봉준호 감독은 (원빈 배우에게) 사과한 적이 있습니다. “원빈 배우는 <아저씨>에서 연기한 것처럼 멋있게 나올  있었는데 영화 <마더>에서 (성범죄자로) 그려져서 미안하다”고 했는데요. 원빈 씨는  이후에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간간히 커피 광고에는 나왔었던 적이 있는데 현재 농사를 지으며 시외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소식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원빈 씨의 부인이 배우 이나영 씨인데요. “원빈-이나영 부부가 직접 기른 아로니아즙을 오랜만에 운동하고 나서 받았다”, “매우 써서 생즙으로 섭취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음료를 마시면 이나영처럼 아름다워질  있는지”라는 글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라왔어요. 원빈 씨는 이렇게 농산물을 나눠주면서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빈 씨의 아내인 배우 이나영 씨는 지난해 6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심히 대본을 보고 있다”, “한국 영화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서 그런 다양한 시도를 하는 영화 시나리오를 보며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원빈 씨는 스타로 성공한 후에 부모님을 위해서 2층짜리 대저택을 지어드리고 넓은 땅도 선물했다고 하는데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를 해서 상도 받았다고 하는데 부모님은 여전히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합니다.

한채영  같은 경우는 최근 <신상출시 편스토랑>이라고 하는 KBS 예능 프로그램에서 결혼 18년 차의 생활을 공개했습니다. “아들이 11살이고 아들을 위해서 요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07년 사업가 최동준 씨와 결혼을  상황이고 밥솥 김치찜, 밥솥 치즈 케이크를 만들어서 아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보여줬습니다. 한편 2007년 결혼 당시에 시가  60~ 70억 원의 신혼집을 시댁에서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집은 서울에서  60km 떨어진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1층부터 4층까지 이루어진 단독주택인데 1층은 마당과 연결돼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있는 안식처라고 합니다.

한나나 씨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고등학생 때까지는 발레리나를 꿈꿨지만 교통사고로 인해서 포기했는데요. 1999년 미스코리아 ‘선’에 입상했고, 1999년 영화 <연풍연가>로 데뷔하면서 2000년에 KBS 드라마 <가을동화>에 출연해 주목받았습니다.   드라마 <로비스트>로 복귀하려 했지만 해외 로케이션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서 무산됐고, 지금은 교통사고 이후 근황이 알려진 바가 없어서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기자] ‘가을동화’ 드라마의 배경음악 듣고 올까요?

 

 

(가을동화 OST)

 

 

[기자]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가을동화’로 유명해진 배우라고 하면  배우를 빼고 말할  없죠. 바로 문근영 배우인데요. 송혜교가 연기한 윤은서 아역으로 등장해 남한에서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보통 아역배우로 데뷔했어도 성인 배우로까지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은데요. 문근영 배우는 이후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죠?

 

[김헌식] 그렇습니다. 2003년 영화 <장화, 홍련>, 2004년  <어린 신부>가 크게 인기를 끌면서 ‘국민 여동생’ 별명을 갖게 됩니다. <어린 신부>는 무려 315만 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면서 문근영 배우의 국민 여동생 자리를 확실하게 만들어줬고요. 2005년 영화 <댄서의 순정>에서는 순수한 연변 아가씨 역을 맡아서  솜씨, 연변 사투리 실력도 함께 보여줬습니다. 2008년에는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남장 여자 ‘신윤복’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고 이때 연기 대상을 받았습니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 문근영 배우보다 어린 여배우가 연기대상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2012년에 <청담동 앨리스>로 다시 복귀했고, 2013년에는 <불의 여신 정이>라는 사극으로 활약했습니다. 2015년에는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에 출연했고요. 2017년 영화 <유리정원> 이후로는 활동이  뜸하다가 2019년에 <은밀하고 위대한 동물의 사생활>이라는 다큐 예능의  고정을 맡기도 했었고, 2019년 <유령을 잡아라>의 주요 ‘유령’ 역으로 복귀하기도 했었는데요. 최근에는 단편 영화를 연출해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드라마 ‘가을동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관전 요소 말씀해 주시죠.

 

[김헌식] 전반적으로 아이(은서와 신애)가 바뀐 이후에 달라진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면서 준수와 은서가 사랑을 이어가려고 하지만 불치병 때문에 좌절되는 내용인데요.  가운데에서 순수한 사랑, 가족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도 읽을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인권 정서에 맞지 않는 내용들도 있어요. 특히 어린 시절 부분에서 여성에 대한 성희롱 차원으로   있는 대목이 있는데 이런 점은 걸러서 보면 좋을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열심히 살려고 하는 은서를 계속 응원해 줬으면 좋겠고, 또다시 재창작 드라마가 나온다면 행복한 결말로 끝나면 좋겠습니다.

 

[기자] 네,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헌식]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기자]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가을동화’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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