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이태원 클라쓰, 청춘을 향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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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불합리한 현실 속에 청춘들에게 소신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오늘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영화 제작사 쇼박스가 콘텐츠지음과 합작해 처음 제작한 드라마인데요. 한국 채널 JTBC와 유료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드라마는 청춘들의 열기로 가득하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결집한 한국 이태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서준 배우가 연기한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밤톨 머리 청년’ 박새로이는 이곳에서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포차 즉, 요식업 가게를 차리는데요.

교수님, 왜 이 드라마는 서울의 다른 많은 동네 중 이태원을 배경으로 설정했을까요?

[ 김헌식 ] 이태원은 청춘의 공간으로 서울에서 가장 이름 높은 곳이고 또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문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 이태원은 조선시대 때 역참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말을 통해서 국가의 중요한 소식을 전하기도 했었는데, 대한민국이 시작되면서 이태원은 해외 문물이 들어오는 곳이 됐습니다. 해외에서 이태원으로 외국인이 많이 오고 이국적인 문물도 많았기 때문에 술집이나 식당은 물론이고 각종 가게나 상점들도 해외에서 온 유행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까 유행에 민감한 청년들이 모이게 되었고 그 청년들이 드나드는 식당, 카페, 가게, 상점 등은 자영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꿈꾸는 공간이 됐고, 이 때문에 (드라마의 배경을) 이태원으로 선정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드라마 예고편 함께 들어볼까요?

당신이 있는 무릎 꿇고 죗값을 받는 것뿐이고 , 내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 소신의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 지금만 , 마지막으로 , .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 포기하고 적당히 , 무리입니다 . 안될 거라고 미리 정해놓고 그래서 하겠어요 . 해보고 판단해야지 . 고집 , 객기 제대로 부려줄게 . 인생 이제 시작이고 . 나는 원하는 이루면서 거야 . 저는 더욱더 강해지겠습니다 .

[ 기자 ] 사실 박새로이가 이렇게 이 악물고 사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요. 교수님, 주인공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거죠?

[ 김헌식 ] (박새로이에게) 곡절이 있습니다. 사실 박새로이 스스로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감옥에 가는 처지가 됩니다. 줄거리 앞부분은 주인공의 시련과 고난을 의미하고, 주인공의 이후 행보의 가치와 의미를 부각해 주는데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린 시절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박새로이는 전학 간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고 있는 친구를 구해주려다가 오히려 퇴학당하는 봉변을 당합니다. 게다가 학교 폭력을 가하던 동급생 장근원이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 '장가'의 사장 아들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도 20년간 몸담았던 회사에서 해고됩니다. 설상가상으로 장근원은 새로이의 아버지에게 뺑소니 사고를 내서 아버지가 그만 목숨을 잃고 맙니다. 박새로이는 아버지의 죽음에 이성을 상실하게 되죠. 그래서 그 원인을 제공한 장근원을 찾아가서 분노로 때리기 시작합니다. 돌로 내려치려던 순간 박새로이는 경찰들에게 제지당하고 감옥에 수감됩니다. 그렇게 박새로이가 감옥에 갇히기는 했지만 자신의 원칙과 신념은 바뀌지 않고 더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치고요. 출소 후에는 웬만한 고난과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박새로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기자 ] 수감된 감옥에서 박새로이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드는데요. 그 중에 같은 방을 쓰던 최승권과 마주하게 됩니다.

[ 박새로이 ] 저한테 있습니까 ?

[ 최승권 ] 아니 , 맨날 책만 읽길래 책인가 궁금해서 .

[ 박새로이 ] 알고 싶은 많아서요 .

[ 최승권 ] 알아서 합니까 ? 우리같이 가진 없이 태어난 것들 공부해 봐야 어디 데도 없고 .

[ 박새로이 ] 가진 없이 태어났어도 원하는 많아서요 .

[ 최승권 ] 전과자니까 어디 회사에서 주지도 않을 거고 .

[ 박새로이 ] 가난해서 , 배워서 , 범죄자라서 된다고 안될 거라고 정해놔서 하겠어요 . 해보고 판단해야지 .

[ 최승권 ] 말에 가시가 있네 . 나한테 하는 말인가 ? 같잖게 설교하는 거냐고 .

[ 박새로이 ] 설마요 . 논리를 나한테 납득시키지 말라는 거야 .

[ 최승권 ] , 말하는 본새가 띠껍네 . 뭐가 그렇게 잘났어 ? 너도 인생 쫑난 전과자잖아 .

[ 박새로이 ] 그래서 ? 인생은 쫑났냐 ? 자기 값어치 헐값에 매기는 호구야 .

[ 최승권 ] 씨부려봐 . 읽고 나가서 건데 ? 노가다 , 원양어선 ?

[ 박새로이 ] 공부 , 노가다 , 원양어선 그렇게 시작하면 . 필요한 거야 . 가치를 네가 정하지 . 인생 이제 시작이고 , 원하는 이루면서 거야 .

[ 기자 ] 2년 후 박새로이는 출소해 막일을 하고, 원양어선에서 어업을 뛰어 돈을 악착같이 모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요. 그렇게 7년의 세월이 흐르고 박새로이는 이태원에 '단밤'이라는 가게를 차려 예전 감방에서 같이 지낸 사람들을 개업식에 초대합니다.

[ 최승권 ] 아따 우리 사장 . 이게 얼마 만이고 ? 포차 차린다더니 진짜 차리뿠네 . 못해도 몇억은 할낀데 .

[ 최승권 ] ( 독백 ) 분명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

[ 박새로이 ] 지냈어 ?

[ 최승권 ] ( 독백 ) 하지만 그와 나의 시간은 농도가 너무나도 달랐다 .

[ 기자 ] 날마다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던 최승권과 달리 본인의 말한 바를 이뤄낸 박새로이를 보고 최승권은 지금까지 살던 것과는 다르게 살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렇게 박새로이 가게를 돕기로 하는데요. 그런데 요식업뿐 아니라 장사에 일가견이 없던 둘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미숙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손님 무리가 가짜 신분증을 들고 가게를 찾아옵니다. 최승권은 가게에 파리만 날리던 상황에서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붙잡아 보려 모른 채하고 미성년자 손님들을 받게 되고 결국 누군가의 신고로 가게가 영업정지에 놓일 상황이 됩니다.

교수님, 미성년자 학생들이 가짜 신분증으로 작정하고 속이려 한 건데도 왜 가게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건가요?

[ 김헌식 ] 관련법이 있기 때문인데요.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수원에서 한 통닭집에 손님 3명이 들어왔어요. 통닭집은 대개 소주와 맥주를 팔기도 하는데 이날 마지막 손님으로 3명이 들어왔는데 손님들이 통닭과 함께 술을 시켰습니다. 미성년자한테는 술을 팔지 못하게 돼 있는데, 통닭만 시켰으면 상관이 없지만 어려 보이는 손님이 술을 시키니까 신분증을 요구했어요. 그러자 신분증을 찍은 휴대전화 사진을 내밀더라는 겁니다. 신분증의 얼굴과 이름이 일치하니 이상 없어 보여서 통닭과 술을 내놨는데, 잠시 뒤에 경찰이 들어와서 신분증을 다시 조사하니까 가짜 신분증이라는 것이 들통났습니다. 한국에 식품위생법이 있는데요. 그 법에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어기면 6개월 이내로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으며 횟수에 따라서는 최대 영업 허가 취소 처분도 내리게 됩니다. 실제로 이 통닭집은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영업정지를 피하려면 벌금 400만 원을 내야 합니다. 이 재판에 임하게 되면 술을 판 가게 주인이 '손님이 미성년자인지 정말 몰랐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거든요. 그래서 식품 접객업자 즉, 식당 주인이나 아니면 술집 주인이 '손님이 청소년인 사실을 몰랐다' 아니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영업정지라든지 영업허가 취소를 면제받을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판 과정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영업정지 처분을 수용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이태원 클라쓰 OST)

[ 기자 ] 다시 박새로이와 최승권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던 그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박새로이는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받으려던 중 경찰서에서 아버지를 죽게 했던 장근원을 다시 만납니다. 가짜 신분증을 들고 박새로이의 술집에 출입한 미성년자가 박새로이의 원수인 장근원의 동생이었던 겁니다. 이런 박새로이에게 장근원은 적선하듯이 권력으로 경찰을 구슬려 도와주려 하는데요. 박새로이는 이 도움을 뿌리치고 나옵니다. 조사를 받으며 이를 지켜본 조이서는 박새로이의 행동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아 쫓아가는데요.

[ 조이서 ] 저기요 제정신이에요 ? 그러는데 ? 이대로 가면 영업정지라잖아요 ? 사람이 도와주면 피할 있는 일이잖아 . 도와준다는데 뭐가 문제야 ? , 자존심 그런 건가 ? 가게 닫고 망하더라도 그깟 자존심이 중요하다 ?

[ 박새로이 ] 뭔데 ? 생뚱맞게 시비야 ?

[ 조이서 ] 어이가 없어서요 . 장사하는 사람이 숙일 줄도 알아야지 . 이래서 무슨 장사 하겠다고 그래 ? 지금 번만 참고 넘어가면

[ 박새로이 ] 지금 ! 지금만 , 마지막으로 , . 순간에 편하겠지 . 그런데 말이야 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

[ 기자 ] 이 장면 정말 인상 깊었는데요. 높은 지능에 화려한 말솜씨 그리고 혹할 외모까지 갖춰 세상이 따분했던 조이서는 이를 계기로 박새로이에게 흥미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박새로이의 이런 단단하고 소신 있는 면모를 보여준 장면들이 속속들이 많았는데요. 또 어떤 장면들이 있었죠?

[ 김헌식 ] 모든 아이들이 외면하는 왕따 학생 즉,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을 구해준다든지, 장대희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는 정말 소신 있는 꿋꿋한 모습, 그리고 사랑하는 오수아가 (박새로이의 원수인) '장가'로부터 장학금을 받는데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응원하는 장면 등이 있습니다. 박새로이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면∙배제당하는 아이를 사람으로 보듬어 주고, 무릎을 꿇지 않는 것도 사람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에 대한 대항이라고 볼 수가 있겠고요. 장학금을 받아들인 오수아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는 것입니다. 박새로이는 사람 자체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면모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 기자 ] 네, 다음 시간에는 박새로이의 단밤 포차가 어떻게 성공해 나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설정과 배경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한국의 요식업 장사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