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살펴보겠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영화 제작사 쇼박스와 콘텐츠지음에서 제작한 드라마로, 현실이라는 틀에 맞추지 않고 소신껏 사는 청년 박새로이가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현실과 부딪히는 내용입니다.
지난 시간에 다뤘듯이 그런 모습에 반한 아이큐 165이자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조이서가 그를 돕겠다고 나섰는데요. 조이서는 앞서 전단지 돌리던 박새로이를 만났을 때, 이렇게 전단지를 돌려 가게를 홍보하는 방법은 구식이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 장근수 ] 어디 가게 하시나 봐요 ?
[ 박새로이 ] 이태원에서 작은 포차하고 있는데 홍보가 시급해서 .
[ 조이서 ] 요즘 시대에 누가 인형 탈 쓰고 전단지 돌려서 홍보해요 ?
[ 박새로이 ] 그러면요 ?
[ 장근수 ] 죄송해요 . 얘가 사회부적격자라 사장님이 조금만 참아주세요 .
[ 박새로이 ] 그건 알고 있고 . 정말 궁금해서요 . 요즘 시대에는 어떻게 홍보합니까 ?
[ 조이서 ] 온라인 광고가 훨씬 효과적이죠 . SNS 광고나 블로그 홍보 , 뭐 이런 거 .
[ 박새로이 ]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겁니까 ? 업체를 쓰는 건가 ?
[ 조이서 ] 인터넷 검색하면 다 나와요 . 기본적으로 가게가 괜찮아야겠지만 .
[ 기자 ] 이후 조이서가 박새로이 가게의 매니저로 영입된 후 조이서는 소셜미디어에 박새로이의 '단밤 포차'를 홍보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러자 머지않아 사람이 물밀듯이 몰리기 시작하죠?
[ 김헌식 ] 박새로이 입장에서는 참 어리둥절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단지를 돌리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젊은 세대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서 정보를 취하죠.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젊은이들은 전단지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공유를 합니다. 최고로 잘 나가는 유행의 대상은 SNS를 통해서 알게 되고, 또 자기가 아는 것을 홍보하는 도구로써 사회관계망서비스가 굉장히 유용하죠. 특히 젊은 세대 같은 경우에는 소자본으로 창업하기 때문에 전단지 만드는 것도 굉장히 큰돈이라고 여겨질 수 있겠죠. 이런 여러 가지 면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는 대면 홍보나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보다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홍보하는 것입니다. 또 전단지는 나무를 베서, 종이를 만들고, 인쇄 물감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시킨다는 차원에서 친환경적인 SNS 홍보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 기자 ] 단밤 포차의 요리사인 마현이는 처음에는 요리가 형편없어서 조이서에게 타박받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요리 실력을 한껏 끌어올리는데요. 그러던 중 '최강 포차'라는 요리 대회에 출연하게 됩니다. 교수님, 실제 '최강 포차'와 같은 요리 대회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리고 단밤 포차가 이 프로그램 출연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실제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이 가게 홍보 효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요?
[ 김헌식 ]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사실 아직도 한국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강한 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예전에는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다뤄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게 홍보가 돼서 많은 분이 찾게 됐어요. 그리고 소개된 프로그램은 방송 내용을 액자로 만들어 가지고 가게 안에 걸어 놓기도 했었는데요. 그런데 이런 사례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까 어떤 음식점이 정말 좋은 것인지 알 수가 없을 만큼 혼돈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음식 맛이 좋다고 홍보되는 가게들이 너무 많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이 요리 달인, 자영업자들이 서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요리 대회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 사실상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게 되니까 방송국뿐만이 아니고 인터넷에서도 크게 화제가 돼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유명한 집이 되는 것이죠.
[ 기자 ]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단밤 포차의 마현이가 장가 포차 요리사와 결승전을 벌여 이목을 끌었는데요. 장가 포차는 단밤 포차를 견제하기 위해 마현이가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을 전환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세간에 폭로합니다. 결승전 직전 이를 폭로 당한 마현이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데요. 박새로이와 조이서는 각자의 방식으로 마현이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 마현이 / 단밤 요리사 ] 단밤 이름 걸고 나왔어요 . 도망치지 않을게요 .
[ 박새로이 ] 도망쳐도 돼 . 아니지 , 도망이 아니지 . 잘못한 게 없잖아 . 저딴 시선까지 감당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야 . 네가 너인 것에 다른 사람을 납득시킬 필요 없어 . 괜찮아 .
[ 조이서 / 단밤 매니저 ] 오늘 아침에 시집을 하나 읽었어 . 언니가 떠오르더라 . 지금 이 상황에 언니한테 이 시를 들려주는 나는 나쁜 년이야 . ' 나는 돌덩이 . 뜨겁게 지져봐라 . 나는 움직이지 않는 돌덩이 . 거세게 때려봐라 . 나는 단단한 돌덩이 . 깊은 어둠에 가둬봐라 . 나는 홀로 빛나는 돌덩이 . 부서지고 재가되고 썩어버리는 섭리마저 거부하리 .'
[ 기자 ] 그렇게 마현이는 결승전에 참여하러 돌아옵니다.
[ 마현이 / 단밤 요리사 ] 단밤 요리사 마현이 . 저는 트랜스젠더입니다 . 그리고 저는 오늘 우승하겠습니다 .
[ 조이서 / 단밤 매니저 ] ' 살아남은 나 , 나는 다이아 .'
[ 기자 ]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이와 같은 트랜스젠더 이야기가 등장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 김헌식 ] '트랜스'라는 것은 옮긴다 혹은 바꾼다라는 뜻이고, '젠더'는 남녀 성별을 말합니다. 그래서 트랜스젠더는 남녀 성별을 바꾸는 것을 말하는 건데요. 한국은 아직 이런 부분에 있어서 유연하지 못하고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이태원은 약간 다국적이죠. 해외 문물도 많이 들어오고 다문화적인 특징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즉, 성별을 바꾼 사람들도 같이 방문하고 식당이나 술집 종업원으로 활동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죠. 또 남녀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절대적으로 나누지 않는 것이 요즘 젊은 층의 모습입니다. 이 같은 것들이 허용되는 공간이 이태원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가 드라마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은 차별을 하지 않아야 하죠. 사람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폄훼하거나 비난해서는 곤란하고 인간의 가치를 보장해줘야 되겠죠.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배경음악 들으면서 쉬어가겠습니다.
( 이태원 클라쓰 OST)
[ 기자 ]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장가 포차의 사장 장대희는 동네 구멍가게만 한 단밤 포차가 슬슬 거슬리기 시작하자 단밤 포차의 건물을 사버립니다. 건물의 주인이 된 장대희는 곧바로 박새로이를 내쫓아 버리는데요. 박새로이와 단밤 포차 식구들은 결국 작은 변두리로 가게를 옮기게 됩니다. 소셜미디어 홍보 등 전력을 다하지만, 변두리라 찾아오는 손님들은 뚝 끊겼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박새로이는 날마다 주변 가게들을 손봐주기 시작합니다.
[ 김순례 할머니 ] 아이고 뭔 일이고 . 손님이 있네 .
[ 옆집 가게 주인 ] 없으면 어떡해 . 저기 단밤 총각네가 마케팅이랑 이것저것 도와줬어요 .
[ 김순례 할머니 ] 저 밤톨이가 ?
[ 옆집 가게 주인 ] 테이블이랑 메뉴판도 만져주고 . 어디 우리뿐인가요 ? 요즘 단밤 총각네가 여기저기 신경 많이 써줘요 .
[ 김순례 할머니 ] 전보다 쪼매 낫다 .
[ 옆집 가게 주인 ] 젊은 사람이 싹싹하니 아는 것도 많고 , 얼마나 기특해요 .
[ 김순례 할머니 ] 재미있네 . 언 놈이 생각이 나네 .
[ 기자 ] 아무리 손님이 없어도 본인 가게 돌볼 시간에 다른 가게를 돌보는 박새로이를 조이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데요. 이에 박새로이는 "죽어가는 상권에서 우리 가게만 잘돼서 답이 없다"며 "거리를 살려야 한다"고 답합니다. 실제 한국에서도 그 거리 자체가 유명해져 덩달아 다른 가게들까지 유명해지는 경우가 있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이태원동에는 경리단길이 있습니다. 국군재정관리단에서부터 하얏트 호텔까지 이어지는 회나무 거리인데, 그 주변 골목을 경리단길이라고 합니다. 이곳도 음식, 카페 등 다양한 가게들이 많고요. 또 강남 신사동으로 가면 가로수길이 있습니다. 현대고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신사동 쪽 도산대로와 삼거리까지 뻗은 도로인데 여기도 패션이면 패션, 음식이면 음식∙카페 등의 명소가 많습니다. 인사동길은 서울 종로구 종로 2가와 송현동 및 안국동 사이를 일컫는 길이죠. 여기는 한국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한식을 비롯해서 맛있는 집이 많은 동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특정 음식점만이 아니고 그 거리 자체가 명소가 많고 가볼 만한 곳일수록 많은 분이 찾아오고요. 특히 찾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기 때문에 한 곳만 찍어가지고는 다양성이 좀 부족하죠. 그래서 거리를 살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박새로이가 이를 직접 실천하고 공동체를 더 생각하고 나보다는 남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려고 하는 모습이 공감을 많이 불러일으켰습니다.
[ 기자 ] 실제 한국에서도 카페에 간다고 하면 경리단길에 가서 그 근처에서 놀고, 옷 구경을 하러 간다고 하면 가로수길에 가는 것처럼 한 주제를 가진 동네들이 한국에 참 많은 것 같아요.
[김헌식] 네, 그렇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앞으로 계속되지 않을까 싶고요. 또 요즘에는 젊은 세대들이통시장을 많이 갑니다. 그래서 전통시장에도 새로운 명소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 기자 ] 네, 이렇게 단밤 포차는 요리대회에서 우승을 따내고 주변 상권을 살려 결국 100억 원의 투자까지 유치해 내는데요. 아직 단밤 포차를 노린 장대희의 방해 공작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계속된 방해로 박새로이는 장가 포차와 정면 승부에 나서는데요. 다음 시간에 이 내용 다뤄보겠습니다.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한국의 요식업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이태원 클라쓰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