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일타 스캔들, 사교육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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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사의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일타 스캔들은 학원 강사와 조카의 교육을 책임지는 반찬가게 여사장의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인데요. 대한민국의 교육열을 낱낱이 묘사하며 대학 입시를 향해 달리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희로애락을 잘 담아냈습니다. 오늘은 드라마에서 엿볼 수 있는 한국의 사교육 현주소에 대해서 짚어보려 하는데요.

교수님, 우선 지난 시간에도 다뤘던 ‘의대 올케어반’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 김헌식 ] '의대 올케어반'이란 의대 진학 준비반이라고 보면 되겠는데요. 의대를 목표로 한 상위권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해 주는 특별반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 의대 올케어반에 남해이가 정당하게 시험을 통과해서 들어갔지만, 다른 학생들의 엄마들이 짜고서 남해이 학생을 학원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는 의대 올케어반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최치열이 남해이의 보호자인 남행선과 친해지게 됩니다. 특히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그가 남행선의 음식만 소화할 수 있었고, 남해이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돼서 비밀리에 과외를 하게 되는데요. 이걸 알고 다른 엄마들이 분노하게 되는 내용들이 펼쳐집니다.

[ 기자 ] 그런데 이 '의대 올케어반' 프로그램 진행이 학원의 자체적인 결정이 아닌 방수아 학생의 학부모인 조수희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요.

[ 조수희 / 수아 엄마 ] 차별화가 되려면 의대올케어반을 이번 여름 방학으로 땡기면 어때요 ?

[ 프라이드 학원 원장 ] , 그런데 그거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닌데 . 왜냐면 아시다시피 저희 선생님들 스케줄이 픽스가 이미 있어서…

[ 조수희 / 수아 엄마 ] 추진만 해주신다면 다음 시즌이랑 여름 방학 특강까지 엄마들 여론 몰이 제가 확실하게 해드릴게요 .

[ 프라이드 학원 원장 ] , 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

[ 기자 ] 이렇게 결국 의대 올케어반은 조수희의 바람대로 앞당겨 시작하게 됩니다.

[ 이미옥 / 단지 엄마 ] 어머 , 올케어반 공지 떴어 , 지금 . 진짜로 땡기려나봐 . 지금 바로 접수받는다는데 ?

[ 조수희 / 수아 엄마 ] 그럴 거랬잖아 , 내가 . 원장이 엄청 혹하더라니까 .

[ 이미옥 / 단지 엄마 ] , 멋지다 , 언니 . 어떻게 학원 수업 하나를 통째로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나 . 추진력 하나는 진짜 끝내줘 .

[ 조수희 / 수아 엄마 ] 이거는 나의 힘이라기보다는 수아임당의 영향력이라고 있죠 .

[ 기자 ] 수아 엄마인 조수희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카이맘점넷'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아임당'인데요. 이 커뮤니티의 정체는 뭔가요?

[ 김헌식 ] 커뮤니티는 영어 단어인데요. 원래는 '대면 모임 공동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주로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모임 공동체를 커뮤니티라고 합니다. 커뮤니티는 대게 맘 카페 (엄마들의 모임) 혹은 다양한 취미 관련도 있습니다만, 드라마에서는 교육에 관련된 엄마들의 커뮤니티 "스카이맘점넷"에서 엄마들이 사교육과 관련된 필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치열한 신경전을 보이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조수희는 학부모 커뮤니티 스카이맘점넷의 인플루언서 그러니까 영향력이 있는 인사로서 자부심이 있고, 외동딸 방수아의 의대 진학 목표를 위해서 열정적으로 뜁니다. 그렇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곳이 수평적인 관계로 대등하게 정보 공유나 의견 여론 수렴이 되는 것이 아니고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 혹은 소수가 좌우한다는 점 때문에 교육의 공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기자 ] 말씀하신 것처럼 드라마에서 학부모의 입김이 공평해야 할 아이들의 교육 기회를 박탈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학생 방수아는 경쟁자라고 느끼던 같은 반 남해이가 본인과 함께 의대 올케어반에 합격하자 엄마인 조수희에게 불만을 토로하게 됩니다. 심지어 또 다른 학부모는 성적이 부족해 떨어진 자녀를 합격시키고자 뇌물을 건네는데요. 결국 당당히 성적으로 합격한 남해이를 편법으로 올케어반에서 떨어트리고 다른 학생을 대신 합격시키는데요. 이를 두고 볼 수 없던 남행선은 학원을 찾아가 원장을 만났지만, 남행선을 피하려던 원장은 택배들과 부딪히게 됩니다. 학원 원장은 이를 빌미로 남행선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데요.

[ 최치열 ] 댁의 따님 올케어뿐 아니라 다른 수업도 수강 해요 , 이제 .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요 , 알아요 ? 학원에 그런 없겠어요 . 별별 학부모 별별 학생이 있는데 .

[ 남행선 ] 그러니까 우리 해이가 이제 그냥 선생님 수업도 듣는다고요 ? 내가 오늘 이런 짓을 해서 ? , 진짜 무서운 사람들이네 . 아무리 학원이래도 그래도 애들 가르치는 덴데 사람을 들었다 놨다 그러고 납득시켜 달랬더니 블랙리스트 ? 너무한다 , 너무해 , 진짜 .

[ 기자 ] 학원에 찾아온 학부모 남행선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하는데, 블랙리스트란 어떤 건가요?

[ 김헌식 ] 영어 그대로는 '검은 목록'이라는 뜻입니다. 원래 영어 단어로는 살생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널리 쓰는 단어가 됐는데, 이는 부정적인 의미이고요. 거꾸로 블랙리스트에 적혀 있지 않은 것들은 부정적인지 않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에 관련된 명부', '수사기관 등에서 위험인물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목록'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우리말로 옮기면은 '감시 대상 명단', '요주의자 명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목록에 있는 사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가 알면은 매우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겠죠. 남행선의 경우에는 자신의 딸이 배제해야 될, 경계해야 될 인물로 설정이 된 것에 대해서 불쾌한 감정을 표한 것입니다. 어쨌든 뭔가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기자 ] 네, 그럼 잠시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배경음악 듣고 올까요?

( 일타 스캔들 OST)

[ 기자 ] 주인공 최치열의 직업인 일타 강사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한국에서 일등 스타 강사의 인지도와 월급은 어느 정도인가요?

[ 김헌식 ] 일타 강사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내는 수강료가 1회당 주 8만 원에서 7만 원 정도 되는데요. 월 30만 원 정도로 따지면, 보통 매월 여덟 개 이상의 강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면 월급이 한 3억 6000만 원 연봉이 30~40억 원 정도로 추정을 할 수 있는데요. 한 남자 강사 같은 경우는 연봉이 한 100억 원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한 여성 강사는 130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개 이 경우에는 굉장히 잘 나가는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요. 더군다나 요즘에는 강의만 하는 게 아니고 유튜브에서 진행도 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부수입까지 더하면 실제 받는 연봉은 더 높을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기자 ] 그럼 100억 원~130억 원 정도 수준이면 환율을 따지자면 거의 1천만 달러 정도 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 기자 ] 드라마상에서도 일타 강사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사생팬이 집에 무단침입하는가 하면 몰래 찍은 사진으로 사귀는 사이라는 헛소문까지 퍼뜨리죠. 팬이 있으면 안티팬도 있기 마련이죠.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어 내는 악플러들도 있는데요. 실제로도 한국에서 일타 강사정도면 연예인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요.

[ 김헌식 ] 실제 일타강사 삶이 연예인과 비슷하다는 평가들이 많습니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웬만한 재벌이나 연예인이 부럽지 않은 특급 유명 인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또 요즘에는 방송에도 일타 강사가 많이 나오데요. 교육 관련 프로그램뿐만 아니고 교양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얼굴을 비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튜브 방송을 하면 수백만 명의 구독자 수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또 그들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데요. 그렇지만 약간 문제가 되는 발언은 사회적 영향력·파장 때문에 사과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미있으라고 한 농담이 누군가한테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이 때문에 안티팬 즉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강의실보다는 인터넷에서 강의할 때는 용어를 잘 가려서 구사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 기자 ] 그래서 드라마상에서 최치열도 행동을 굉장히 조심하는데요. 앞서 의대 올케어반에서 부당하게 내쫓긴 남해이 학생을 두고 볼 수 없던 최치열은 결국 비밀과외를 시작하기로 합니다.

[ 최치열 ] 수업합시다 . 따님 수업 다시 시작하자고요 . 나랑 따로 수업해 봅시다 , 개별적으로 .

[ 남행선 ] 개별적이라면 우리 해이 개인 과외를 준다고요 , 선생님이 ?

[ 최치열 ]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

[ 남행선 ] 조건이요 ?

[ 최치열 ] 철저한 비밀 유지 . 사교육계의 영향력이 그쪽이 짐작하는 것보다 아주 , 훨씬 너무나 대단한 사람이에요 . 최치열이 개인과외를 한다 ? 알려질 경우 대한민국 입시판이 발칵 뒤집어진다고요 . , 동거 가족까지야 어쩔 없지만 그쪽 친구분한테 절대 발설하지 마요 .

[ 기자 ] 실제 학원의 일타 강사가 한 학생을 개인 교습하게 되면 문제가 되나요?

[ 김헌식 ] 학원 강사가 따로 개인 과외를 하는 것을 직접 금지하는 법률은 없습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개인 과외 고습을 하려면 주소지 관할 교육감에게 교습자의 인적 사항이라든지 교습 과목, 교습 장소, 교습비 등을 신고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일타 강사가 개인 교습을 하는 경우에 다른 학생이나 학부모의 원성과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약간 다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결국에는 일타 강사는 많은 학생을 동등하게 대해줘야 하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기자 ]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일타 스캔들을 통해 대한민국 사교육의 현주소를 짚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도 일타 스캔들과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