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한국 드라마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는 시간,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서울에 있는 문화평론가인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와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스튜디오 드래곤 제작사의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일타 스캔들은 유명한 학원 강사와 조카의 교육을 책임지는 반찬가게 여사장의 스캔들을 다룬 드라마인데요. 지난 시간 동안 일타 스캔들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교육열과 사교육에 대해 짚어봤죠. 오늘 이 시간에는 실제로 있었거나 있을 법한 일들을 잘 보여준 장면들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우선 남자주인공인 최치열이 오랜 시간 고통 받아왔던 ‘시험지 유출 사건’에 대해서 조명해 보겠습니다. 최치열은 유명 스타 강사가 되기 전 정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 조교로 아르바이트했는데요. 그중 정수현이라는 학생이 그를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어른’이라고 칭할 정도로 존경하고 따르게 됩니다. 항상 밝은 성격이던 정수현은 어느 날 풀이 죽은 채로 최치열 앞을 지나가는데요.
[ 최치열 ] 어 , 수현아 . 수현아 , 왜 그래 ? 기말고사 망했어 ?
[ 정수현 / 학원 수강생 ] 선생님…기말 전에 엄마가 풀어보라고 준 문제지가 있는데요 . 시험 때 풀다 보니까 너무 똑같아서… 일단 풀어서 내긴 냈는데 제가 , 제 , 제가 너무 무서워서요 . 저 어떡해요 , 선생님 ?
[ 기자 ] 정수현 학생의 어머니가 학원 선생의 공모 하에 시험지를 빼돌렸습니다. 최치열은 영문도 모르고 그 학교의 교무부장 연락처를 전달했습니다.
[ 최치열 ] 그래서 저한테 거기 교무부장 연락처 물어보신 겁니까 ? 접근해서 문제지 유출 받으시려고요 ?
[ 강사 ] 내가 유출 받은 거 아니다 . 난 그냥 수현이 어머니 부탁 받고 다리 놔 준 거지 .
[ 최치열 ] 저랑 제 친구가 그 다리가 됐고요 .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 이건 중범죄예요 , 이건 . 애도…수현이도 지금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아세요 ? 대학 입시는 과정이지 목적이 아니잖아요 , 대체 왜 !
[ 강사 ] 아 , 듣자 듣자 하니까 건방지게 누굴 가르쳐 ! 일 좀 잘한다고 오냐오냐해 줬더니 눈에 뵈는 게 없냐 ?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해 줘 ? 내가 ?
[ 최치열 ] 아무리 협박하셔도 아닌 건 아닌 겁니다 . 바로 잡으세요 .
[ 강사 ] 너 나가 . 해고야 . 숙소에서도 당장 짐 싸고 .
[ 최치열 ] 네 , 나가긴 나갈 건데요 . 선생님이 바로 잡지 않으시면 제가 신고할 겁니다 .
[ 강사 ] 신고 ? 그래 , 해봐 .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은데 ? 이미 물은 엎어졌는데 , 뭐 ? 애 성적 빵점 처리되고 , 엄마 감방 가고 , 기사 도배되고 , 애 인생 망가지고 . 그게 네가 바라는 거냐 ?
[ 기자 ] 차마 한 집안을 망가트릴 수 없었던 최치열은 해고를 받아들이고 지방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수현 학생은 유출한 시험지를 받았다는 자괴감과 존경하던 선생님까지 본인 탓에 해고당하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끝내 자살하게 되는데요. 학생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최치열은 10여 년 가까이 자살한 정수현 학생의 환영을 보고 악몽을 꿉니다.
교수님, 그런데 실제로도 시험지 유출 사건이 한국에서 기사로 보도된 바 있죠?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2017년 숙명여고에 입학한 쌍둥이 여학생의 사례인데요. 성적이 2학년이 된 2018년 1학기에 갑자기 1학년 때와 달리 성적이 급등합니다. 두 학생은 1학년 입학 당시에 성적이 각각 문과 121등과 이과 59등에 머물렀습니다만, 갑자기 문·이과에서 전교 1등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살펴보니까 2017년과 2018년 중간·기말고사 문제의 답을 네 차례나 그 학교에 같이 근무하고 있던 교무부장인 아버지가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2020년에도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가 사회·문화 과목 기말고사 가운데 일부 문항을 시험 문제 교재에서 출제하고 한 학생에게 이메일로 시험 문제를 그대로 유출한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 기자 ] 실제로 시험지를 유출하게 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 김헌식 ] 일타 스캔들에서는 재판 결과 어머니 장서진이 시험지를 유출했지만, 벌금형 1천만 원에 그쳤습니다. 단지 유출만 했지 실제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에게는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서울의 한 외고에서 교사와 학원장이 중간고사 시험 문제를 유출했던 사례도 있었는데요. 이때는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죄명은 학교의 정상적인 성적 관리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에 해당이 된다는 건데요. 그렇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벌이 가볍다고 해서 이른바 '스카이캐슬 법'을 만들어서 현행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업무방해죄보다 2배 정도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었습니다.
[ 기자 ] 시험지 유출은 본인과 주변인들뿐 아니라 정당하게 시험에 임한 동급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범죄이다 보니 엄중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겠죠.
[ 김헌식 ] 네, 그렇죠. 특히 대학 입시를 포함해서 청년들의 미래 진로 지도에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죠. 더군다나 교육 현장에서 부정한 시험지 유출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 세대 지도와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일벌백계하고 무겁게 책임을 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기자 ] 그럼 잠시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배경음악 듣고 오겠습니다.
( 일타 스캔들 OST)
[ 기자 ] 또 한편, 남해이의 엄마 역할을 자처한 남행선이 대외적으로는 유부녀로 알려져 있다 보니 미혼인 유명 강사 최치열과의 염문설이 사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즉, 둘의 사이를 불륜 관계로 의심하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진 건데요. 화젯거리를 쫓아다니는 한 인터넷 방송인 '핵인싸맨'이 이를 놓치지 않고 취재하러 나섰습니다.
[ 핵인싸맨 ] 웰컴 투 핵인싸 월드 . 일타 스캔들 상대 여성을 최초로 밝혀내며 진실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저 핵인싸맨이 오늘 드디어 추락 불륜 일타 최치열을 직접 만나 소감을 들어보려 합니다 . 최정상을 달리다가 지하 던전으로 추락해 버린 지금의 심정을 들어보고 그래도 아직까지 그 유부녀를 사랑하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저는 핫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 드리는 핵인싸맨입니다 . 웰컴 투 핵인싸 월드 , 음 .
[ 최치열 ] 핵인싸맨 ?
[ 핵인싸맨 ] 여러분 , 최치열 님이 저를 아시네요 . 강사님과 더 프라이드 학원 계약이 쫑 났다는 게 사실인가요 ? 정상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지금의 심정이 어떠십니까 ? 아 , 답변을 못 하시네요 . 그럼 다른 질문 . 자 , 지금 그 유부녀분과의 감정은 어떠세요 ? 희대의 불륜 스캔들로 불리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
[ 기자 ] 이렇게 화젯거리를 직접 찾아 다니며 휴대전화로 생중계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많은데요. 이들은 '사이버 렉카'라고 불리죠.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은 무엇이고, 왜 사이버 렉카라고 불리는 건지요?
[ 김헌식 ] 일단 '핵인싸맨'부터 보겠습니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에서 왔는데 '중심 안쪽의 사람'을 뜻합니다. 그리고 핵은 핵심 할 때 그 핵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통상적으로는 학교나 직장, 단체 조직에서 대인 관계가 원만해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사람을 바로 '핵인싸'라고 합니다.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인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사이버렉카' 중 '렉카'는 견인차를 뜻합니다.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빨리 교통사고가 난 차를 다른 쪽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렉카, 견인차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사이버 렉카'는 특정 사건이 생길 때마다 그 사건과 관련해 정보를 빨리빨리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일들을 말하는데요. 그렇지만 그 정보가 부실하고 어떤 경우는 왜곡돼 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사이버 렉카는 조회수를 통해서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문제점이 많다 보니까 요즘에는 이런 행위에 대해서 규제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기자 ] 네,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방송하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정보를 잘 걸러 들을 필요도 있겠네요.
[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너무 빠르게 전달되는 정보들은 일단 주의를 하셔야 될 것 같고요. 또 특히 자극적인 문구나 제목들 같은 경우도 조심해야 하는데요. 요즘에는 유튜브 같은 곳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기자 ] 그리고 극 중에서 남행선과 최치열이 가볍게 다툰 후 본인이 고심 끝에 보낸 문자에 최치열이 답장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데요. 사실 문자가 전송됐지만 누군가 이 문자를 삭제해버렸습니다. 요즘에는 휴대전화에서 문자를 삭제하는 게 쉽다 보니 실제로도 이런 일이 있을 법한 것 같아요.
[ 김헌식 ] 한국에서 스마트폰 전화기 대화 수단으로 카카오톡(카톡)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95.8%에 이르는 사람이 카톡을 사용합니다. 메신저에서는 사진, 문자, 동영상도 보낼 수 있는데요. 어떤 경우에는 잘못된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한 분하고 제3자를 얘기하고 있는데 무심코 대화 중에 제3자에게 안 좋은 말을 전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를 삭제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카톡에서 2018년부터 보낸 문자를 삭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또 함부로 지우다가 지우지 않아야 될 걸 지우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렇듯 한쪽에서는 좋지만, 반대쪽에서는 좋지 않은 경우도 있죠. 결론적으로는 스마트폰 대화 서비스가 끊임없이 많은 분이 이용하는 방향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 기자 ] 저도 삭제 기능 관련해서 꽃 사진을 보내려고 했는데 저를 찍은 사진을 잘못 보낸다든가 해서 당황스러운 적이 많았는데요.
[ 김헌식 ] 네, 맞아요. 상대방은 어떤 의미인지 몰라 당황하게 되죠.
[ 기자 ] 그래서 삭제 기능이 생겼을 때 좋았는데 또 막상 상대방이 문자를 삭제하면 그 내용이 궁금해지다 보니까 새로운 기능이 생겨도 양날의 검인 점도 있네요. 오늘 이 시간에 다룬 시험지 유출사건과 최치열∙남행선 간의 이뤄질 듯 말 듯 한 관계 외에도 최치열을 둘러싼 쇠구슬 살인사건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죠.
[ 김헌식 ] 그렇습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학원 풍경이 그려지기도 하고,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연애 이야기 등으로 사랑스럽고 밝은 분위기와 희망도 담아냈습니다. 일타 강사인 인 최치열과 반찬가게 사장인 남행선의 알콩달콩한 상황도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증을 일으키는데요. 비슷하게 입시경쟁을 보여준 드라마인 <스카이캐슬>은 상위층의 부유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일타 스캔들에서는 서민 가정의 일반 고등학생들의 일상사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찬가게를 중심으로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의 삶도 볼 수도 있고요. 또 등장인물 중에 학부모님들 많은데 '과연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한국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인간애 가득한 드라마가 되겠습니다.
[ 기자 ] 김헌식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헌식 ] 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기자 ] 드라마 알고 봐야 재밌다, 오늘은 일타 스캔들에 등장한 실제 일어날 법한 상황들 살펴봤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일타 스캔들의 국내외 영향력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