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간부 숙청 처형설의 내막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9.06.10
kimyongcheol_back-620.jpg '강제 노역설'이 나왔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붉은 원)이 지난 3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 개막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
전수일: 최근 한국 언론에서 미북 2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 협상을 이끈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강제노역형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6월 3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에 김정은과 군인가족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실렸습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근신하고 있다는 설이 있었지만 그 역시 다음날 김정은 부인 이설주 옆에 앉아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관람하는 사진이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비핵화 협상 실무 대표였던 김혁철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아직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는데요, 처형설과 숙청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와 실제 상황이 다르다는 얘긴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강철환 대표: 현재 한국 내 한 언론에서 보도한 숙청설들은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김영철과 김여정은 북한 매체 보도 사진대로라면 건재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다만 처형설의 당사자인 김혁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수용소에 수감됐다고 보도된 통일전선부 정책실장 김성혜와 김여정의 측근으로 알려졌고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영어통역의 생사여부는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보도가 섣부른 측면이 있지만 아직 그 진실 여부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영철의 경우에도 당부위원장으로 명함을 받고 있지만 통전부장에서 물러난 상태이고 내부적으로 어떤 처벌이 내려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김여정의 근신설은 그가 아무리 큰 잘못을 했다고 해도 김정은이 매우 아끼는 친동생이기 때문에 그를 처벌하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여정은 누적된 과로로 한동한 휴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여정은 북한에서 김정은과 국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주인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는 김정은을 단순하게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모든 것을 함께 결정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에게 가지 못하는 많은 문제를 김여정을 통해서 해결할 정도로 권력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의 처형설 보도에 대해 최근 ‘확인 중에 있다’고만 논평했습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대답인데요, 김혁철이 처형됐을 것이라는 일부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강.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의 공사도 김혁철이 이번 북미회담을 전략적으로 주도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혁철은 외무성에서 체계적으로 경력을 쌓은 인물이지만 필요에 의해 통전부로 옮겨져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영철이 김혁철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 참모와 실무진들과 주로 협상을 했기 때문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패에 대한 누군가의 책임을 묻자면 김혁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혁철은 오랜 해외 생활을 했기 때문에 외국 정보기관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도 그가 정상회담 준비와 전략에 실수했다고 처형까지는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처형을 할 때에는 구체적으로 적대국과 내통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나와야 가능할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김성혜 통전부 통일책략실장과 김정은 위원장 통역의 수용소행 가능성은 얼마나 현실성이 있습니까?

강. 통전부와 대외 공작부서들은 큰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곤욕을 치르곤 합니다. 김정은이 나라의 명운을 걸고 미국과 싸움을 하는 자리이고 그것이 실패로 끝났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 통역이 그 어떤 잘못으로 수용소까지 간다는 것은 통역 자체의 실수라기 보다는 다른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성혜 실장의 경우에도 북미관계보다는 대남관계를 주도했기 때문에 그가 수용소에 갈 일이 있었다면 북미관계보다는 대남관계 속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 과거에도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처형됐다는 보도에 올랐다가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는 오보 소동이 없지 않았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과거 현송월 사건이 대표적 일입니다. 현송월은 은하수 악단 처형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형자 명단에 올라 사실상 처형됐다고 북한내부에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현송월 처형설은 외부에 알려졌고 그것을 단독보도한 언론은 특종을 했지만 그가 얼굴을 내밀자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처형설은 그가 살아나오기 전에는 사실이었습니다. 은하수악단의 모든 일에 현송월이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당연이 죽어야 할 상황으로 인식되었고 그것을 처음 입수한 국내외 언론들도 확신을 가지고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사태가 급반전되어 현송월이 살아나왔기 때문에 그 이후 사건전개는 묻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알려진 바로는 현송월의 목숨을 건진 것은 리설주라고 합니다. 은하수 악단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많은 단원들을 막아주고 잘 돌봐주었기 때문에 현송월과 리설주는 아주 막역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가 처형자 명단에 오르자 당연히 리설주가 직접 나서 그를 구명했고 구사일생으로 처형자 명단에서 빠질 수 있었습니다.

전. 한때 처형설이 나돌았던 리영길 인민군총참모장 사건도 그와 비슷한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리영길은 인민군 총참모장직을 수행하면서 강원도에 있는 1군단 지역을 시찰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급 간부들이 총참모장의 방문을 과도하게 준비하면서 도로를 통제하고 1호 행사를 흉내 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통보과를 통해 바로 김정은에게 보고됐고 격노한 김정은이 리영길을 당장 잡아들여 총살할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인민군 총참모장의 총살설은 북한내부에서 나돌게 됐고 외부에 알려져 국내 언론에 소개됐습니다. 사실 그가 죽은 것은 기정사실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그가 또 얼굴을 내밀면서 사태가 반전됩니다. 그래서 리영길의 처형설은 거짓이라고 공격받았지만 사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던 리영길은 당시 직속 상관이면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했던 최룡해와의 인연이 있어 최룡해가 김정은을 설득하면서 결국 처형을 면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갑잡스러운 사태반전과 실제 내용은 알려질 새도 없이 처형설은 거짓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내막은 묻히게 된 것입니다.

전. 하지만 한국에서 처형됐다고 보도된 인물들이 실제 처형돼 사망한 경우도 적지 않지요.

강. 그렇습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 알려진 많은 처형사건들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송월과 리영길과 같은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사실로 알려졌습니다. 리용호 총참모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 군부에서 내로라하던 간부들이 처형됐다는 보도는 모두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외부와 극도로 고립된 북한의 내부 상황 실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한 두 명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단정 보도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