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한류와의 전쟁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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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반주음악실(노래방)에서 북한의 젊은 남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화면반주음악실(노래방)에서 북한의 젊은 남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요즘 북한에서는 비사회주의 현상을 소위 ‘짓뭉개는’ 보안기관들의 통제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올 들어 남북관계는 계속 훈풍이 불고 최근 고위급 회담에서는 제 3차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열기로 합의까지 했는데 정작 북한주민들은 냉풍을 맞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보통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 사회의 대남 분위기도 부드러워져야 할 것 같은데 그 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강철환: 과거 김정일 시대부터 현재까지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한내부는 반 남한 화 투쟁이 강력하게 전개되어 왔습니다. 오히려 남북 관계가 냉랭한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부 때에는 한류에 대한 통제가 지금처럼 강력하지는 않았습니다. 북한당국에 의해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인민들은 자연스럽게 남한에 대한 환상이 높아지고 남한을 관대하게 보려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그러한 현상은 강력한 흡수력을 갖고 있는 남한에 대한 초긴장 상태를 초래하게 됩니다. 민심이 남한으로 향하는 것만큼 북한정권에 위협이 되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전. 남북한 간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남북정상이 처음 만난 2000년 이후 아니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하지만 교류가 본격 시작되면서 북쪽에서는 다양한 대남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김정일 정권 때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을 시행하게 되는데 그때에도 김정일은 ‘저팔계전략’ ‘햇볕정책 역이용 전략’으로 대응해왔습니다. 저팔계 전략은 남한과 부드럽게 이것저것 하다가도 한번은 무자비하게 물어뜯는 전략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평해전 등이 있습니다. 햇볕정책 역이용 전략은 북한에 필요한 현금과 식량, 물자는 최대로 흡수하되 남한에서 들여오는 사상이나 문화는 일체 차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에도 불구하고 계획경제가 붕괴되면서 시장화가 급속하게 진행됐고, 한류는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내부에 뿌리 깊게 퍼져 나갔습니다. 물론 이것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전. 북한사회의 비사회주의 현상이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에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까?

강. 우선 지금은 주민들의 의식이 과거보다 많이 변해 있습니다. 시장화가 20년째 진행되면서 시장을 통한 기본적인 정보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권이 아닌 장마당을 믿는 인민들이 대세가 됐습니다. 노동당 보다 장마당이 더 좋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여기에 3대째 이어지는 세습독재에 대한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습니다. 도무지 변하지 않는 폭압체제와 주민들이 알아서 먹고 사는 것도 못하게 하고 통제만 하는 지긋지긋한 체제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여기에 대한 반항심도 지속적으로 높아져 지금은 그 정점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유엔제제로 인한 경제 붕괴가 더 한층 비사회주의 현상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직장생활 자체가 붕괴되고 각자 도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정권이 하려고 하는 조직생활 자체를 거부하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경제적 붕괴는 통치 집단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들 자신의 생활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민들을 못살게 해봐야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국가보위성 숙청사건으로 보위성이 위축되면서 일선 보위성 요원들의 활동도 예전처럼 악착스럽지 못하게 된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전. 예전에도 109 상무조라는 것을 만들어서 주민들의 외부정보를 막아왔는데 근래에는 다른 상무조가 조직된다는 소식이 있다면서요?

강. 그렇습니다. 최근 북한전략센터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7.27 상무조가 작년부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그것도 제대로 먹히지 않자 더 센 상무조를 또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7.27 상무조는 109 상무조와는 달리 군대까지 포함된 상무조입니다. 비사회주의 현상과 한류 현상이 민간을 넘어 군대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민간부분만 통제해서는 그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 7.27 상무조가 군대와 민간을 모두 통제하는 권한을 가졌다면 북한 군 내에서도 비사회주의 현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강. 단순히 존재하는 것을 넘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저희 대북소식통의 말입니다. 북한에서 군인들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20세 이전에 군에 입대해 10년간 복무하게 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장을 통해 성장한 요즘 젊은이들은 국가보다 부모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시장 친화적입니다. 그래서 군대에 오기 전부터 한류에 노출되어 있고 북한의 사상교육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세대가 된 것입니다. 군대는 젊은 집단이고 분대, 소대 단위로 젊은 청년 군인들이 소형기기를 통해 집단적으로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볼 경우 상부에 보고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소위 의리라는 것이 있어서 잘못 보고했다가 왕따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대 내에서는 같이 나쁜 행위를 해도 연대적 책임을 지고 같이 시치미를 떼는 현상들이 많기 때문에 군인들의 일탈 행위가 더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일반 사회에서도 강도 높은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는데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강. 최근 충격적인 통제 사건은 북한 전역에서 노래방을 모두 폐쇄 시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호텔이나 국가에서 지정한 대형 식당을 제외한 모든 노래방이 당국의 폐쇄조치에 아연실색하는 모습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노래방은 기관, 기업소 소속으로 명의는 되어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개인 자금이 대부분 투입되어 일정한 수익을 나누는 형식으로 영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북한당국은 노래방을 다 없애는 이유로 간부들이 낮 시간부터 일도 하지 않고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고 자본주의 퇴폐현상을 노래방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다고 트집을 걸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래방에서 북한노래를 부르는데 남한 노래 창법으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돼 한류의 확산을 조장하고 있다는 허황한 구실까지 잡아서 노래방을 없애고 있습니다.

전. 예부터 한민족은 노래와 가무를 좋아하고 즐기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노래 부르는 것까지 통제한다는 건 언어도단이 아닐까요?

강. 물론입니다.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가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더 개방된 사회로 지향하지는 못할망정 인민들의 노래 부르는 것까지 막아나서는 것은 너무나 포악한 처사라는 반응입니다. 겉으로는 우리민족끼리를 부르짖으면서도 남쪽 동포의 문화에 철퇴를 가하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행태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는 속 빈 강정이고 가짜라는 것이 더 북한 인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남북한 간 대화가 진척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반 남한화’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이제는 한국 정부도 북한 정권에 남북화합 분위기에 걸 맞는 문화개방을 촉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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