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여동생의 방남

워싱턴-전수일 chuns@rfa.org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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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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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일: 지난주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평창겨울철올림픽의 북한 고위급 대표단 일원으로 남쪽에 간 소식이 한국과 그밖의 세계 언론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김정은이 왜 자신의 혈육을 남한에 보냈을까 에 대한 분석과 의미가 신문과 방송에서 크게 다뤄졌습니다.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북한이 권력 2인자인 최룡해를 대표단 단장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했었는데요, 김여정을 보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 것 같습니다.

강철환: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에는 김씨 직계 일가가 남한에 온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에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이 직접 올 가능성은 낮게 잡고 있었습니다. 장성택이 경제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김일성의 사위였지 김씨 일가 구성원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김씨 지도자의 일가가 직접 한국을 찾은 일은 아직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김여정이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일단 최룡해 보다는 더 강력한 카드이고 김정은의 직접적인 생각과 행동이 그대로 옮겨지는 실세가 온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이번 대표단의 방남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김여정은 현장에서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방한하는 기간 웬만한 문제는 매듭짓고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그들이 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 그렇다면 김여정의 방남으로 김정은이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요?

강. 지금 북한이 가장 시급한 것은 체제유지입니다. 체제유지 가운데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본다면
첫 번째는 김정은의 위상을 세우는 일입니다. 수령 우상숭배 체제에서 지도자의 위상이 무너지면
그 체제는 위험해집니다. 현재까지 김정은은 해외정상회담을 한 번도 못한 지도자입니다. 그래서 그는 국내에서 인정받을지 몰라도 대외적인 인정이 전무하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내부에 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김정은의 대외 정상과의 회담을 미룰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문재인-김정은 정상회담 마련을 통해 김정은의 위상을 올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 백성 수백만이 아사하면서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추락했던 김정일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만나면서 그 위상을 회복한 것과 같은 비슷한 효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를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지금 전례 없는 전 세계적인 제재로 북한은 심각한 내부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김정은 자신이 유발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 자신이 풀지 못하면 내부 불만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내세운 배경은 무얼까요?

강. 사실 김영남은 명목상 북한 권력 서열 2위 이지만 실제권력은 100위권도 들지 못하는 허수아비입니다.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원 앞에서도 인사해야 할 처지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김씨 일가의 가장 충직한 허수아비 역할을 지금껏 잘해오고 있습니다. 아직 북한 대표단이 다른 나라 정상들과의 회담이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김영남을 보낸 것은 그가 누구든 남한 정부가 주선해주면 만나서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을 주도하는 한편 또 다른 한편에서는 김영남에게 현장에서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상이기 때문에 그런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 북한 세습 2대를 통해 지도자들의 여동생의 위상이 사뭇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과 아버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각각 오빠의 국정 운영에 얼마나 영향을 행사했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강. 김정일과 김정은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지만 행동은 많은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김정은이 여동생을 자신의 국정 동반자로 활용해왔다면 김정일은 과거 김경희를 전혀 내세우지도 않았고 한정되고 보잘것없는 직책을 주며 그의 역할을 축소했습니다. 물론 김경희는 직책보다는 직계 동생이라는 위상이 주는 권력이 크고 무서운 것이었지만 김정일은 철저하게 국정 관리에서 여동생을 배제시켜 온 것입니다. 김경희가 맡은 노동당 경공업부는 사실 노동당 안에서도 한직이고 김정일이 방치한 인민생활을 아무런 현금 동원력도 없이 명색만 남아있는 그런 부서였습니다. 김경희는 남자들의 연회에도 배제됐고 남편 장성택이 김정일 요정파티에 다니면서 버려진 사람이 됐다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여정은 김경희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노동당 행사부장이라는 직책을 단숨에 얻었고 지금은 노동당 중앙위 1부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남사업 자체를 전반에서 지도할 정도로 위상이 올라간 상태입니다. 김정은이 여동생을 국정의 실제적 동반자로 인정하고 많은 부분에서 동생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김여정의 그 같은 위상이 북한의 국정 운영에 장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북한체제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 측면은 김여정 자신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잔악하지 않다면 김정은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무차별적인 고사포 처형이 막아지지 않은 것으로 봐서 김여정이 김정은보다 착한 마음을 가진 인물로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은 노동당 조직부나 통일전선부 등 전문가 집단의 위축이 더 가속화될 상황이 큽니다. 즉흥적인 결정이 남발되고 김정은, 김여정이 번갈아 가면서 모든 결정을 내린다면 사실 하부구조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할 일은 거의 전무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철없는 결정과 행동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김여정이 김정은의 여동생이고 실질적인 정책 결정을 하는 자리인 만큼 김정은에게 결제 맡기 힘든 것들은 김여정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막강한 권력을 가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입니다.

전. 아랫사람들로서는 김여정을 대하는 것이 김정은 보다는 덜 두려워 좀 더 소신껏 일할 여지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강. 그럴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김여정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있고 민원성 제안들이 쏟아진다고 합니다. 여성이고 김정은보다는 부드럽기 때문에 김정은에게 하지 못하는 제안들을 김여정에게 가져가면 모두 해결된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대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하면서도 김정은에게 잘못 보이면 어떤 화를 당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들이 김여정 때문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어 일하기가 편해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또 김여정이 내린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김정은이 함부로 처벌하지 못하기 때문에 김여정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좋은 방패를 얻고 다니는 것처럼 안전한 상황이 된다고 합니다. 여하튼 앞으로는 김정은 못지않게 김여정의 행보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을 김여정이 처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김여정이 김정은의 독단을 막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지금까지는 그런 조짐이 안보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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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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