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정상회담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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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건배를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건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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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지난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과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김정은 집권 8년만에 처음입니다. 각자 바라는 것이 있어서 만났을 텐데요. 강 대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철환 대표: 지금까지 다 아시다시피 김정은이 오랜 고립에서 벗어나 활발한 대외활동을 시작한 지 일 년이 지나서야 가장 늦게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주변 4강서 러시아는 강대국이고 북한이 무시할 만한 나라가 아니지만 이렇게 늦게 김정은이 러시아를 찾은 것은 어떻게 보면 푸틴에 대한 결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시간도 서로 늦어가면서 서로의 위신만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러시아의 관점에서는 김정은이 러시아를 너무 홀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을 가졌다고 봅니다. 유엔제재의 어려움 속에서 유독 러시아가 북한을 도와주고 있고 수만 명에 가까운 북한 인력이 러시아에 잔류하고 있으므로 북한은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도 통제 가능한 북한의 싼 노동력에 대해 현지 기업들에 의해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므로 일방적인 북한의 이득이라 보기도 힘들지만, 현재 북한 근로 인력이 대규모로 남아있는 나라는 러시아뿐입니다. 하지만 유엔 대북제재에 따르면 러시아 내의 북한 노동 인력은 모두 북한에 돌아가야 할 상황입니다. 북한이 러시아를 홀대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뿐 아니라 대북제재로 막힌 연유를 거의 러시아를 통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을 압박하면 사실상 생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현재 러시아에 있는 북한 근로자들의 숫자를 조작해서 지속적으로 북한 노동 인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봅니다.

전. 일단 회담 결과에서 주목되는 것은 푸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방안으로 6자회담 형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러시아가 포함되는 6자 회담을 가리키는 것인데요.

강.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뒤에 숨겨진 두 가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푸틴이 북한식 핵 문제 해결을 지지하면서 6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김정은이 거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원래 6자회담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한 두 개 국가도 상대하기 힘든데 5개국을 함께 상대하면 북한이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러시아가 소외되는 것을 막기 위해 6자 회담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북한과 남한을 잇는 가스, 철도 연결에 관심 있지만, 이 문제는 유엔제재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피상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안은 바로 군사적 협력 문제입니다. 리영길 총참모장이 이번에 김정은과 동행한 것은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무기는 거의 러시아 제입니다. 특히 공군기, 함선 등은 러시아에서 수입했거나 러시아 기술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경제난으로 부품공급이 안 되고 중국에서 지원 실패한 최신형 전투기에 대한 북한 반입을 러시아 측으로부터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러시아는 북한이 진 엄청난 빚을 못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상, 외상 지원은 더 이상 할 수 없지만, 현금이나 그에 준하는 물물교환 품목이 있으면 언제든지 군사적 협력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구체적으로 북한으로서는 러시아로부터 어떤 군사적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을까요?

강. 북한은 평북 방연, 구성 지역에 전투기 조립공장을 만들고 미그 29 조립을 목표로 공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 조립은 최첨단 경제의 산물이기 때문에 기초경제가 붕괴된 북한에서 전투기를 조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현재 북한의 주력기인 미그 29기의 부품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미그 29기의 상위 기종인 수호이기 계열의 신형 전투기에 대해 북한은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전투기 젠 10을 시작으로 젠 30까지 개량, 발전시키면서 미국 전투기들을 위협하고 있지만 북한에는 그것이 그림에 떡에 불과합니다. 김정일 시대 때부터 중국 전투기의 북한 도입을 끊임없이 매달리며 요구했지만 중국 측이 거부했습니다. 중국도 주지 않는 전투기와 그 조립기술, 그리고 부품공급에 대해 러시아도 중국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북한이 개발 중인 SLBM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에 대해서도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완성되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필사적으로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요구할 수밖에 없지만, 문제는 러시아의 태도가 북한의 의도처럼 적극적이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공유하면서 북한의 양다리 외교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봅니다.

전. 이번 정상회담은 내용 못지않게 의전 면에서 양 정상이 신경전을 벌인듯한 모습을 보여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사실 김정은은 현재 푸틴에게 납작 엎드려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지각 대장 푸틴이 30분 늦게 나오는 정보를 알고 그보다 30분 더 늦게 나타나 푸틴의 체면을 훼손했습니다. 나이도 아들뻘인 김정은을 30분이나 기다리는 것은 푸틴으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문제였을 겁니다. 푸틴은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에 대한 원칙적인 이야기를 했고 그것은 중국과 공유하는 부분이라는 점을 김정은에게 분명하게 인식시켰습니다. 다만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단계적, 또는 부분적 방식을 주장하는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원론적 말뿐이었습니다. 푸틴은 귀한 손님을 불러놓고 잠깐 회담한 이후에는 중국의 시진핑을 만나러 떠났고 혼자 남은 김정은은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예정보다 7시간 먼저 평양으로 떠났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푸틴과 김정은과의 회담이 원만하지 못했다는 것 외에도 상호 개인적인 호감이 결여돼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전. 그렇다면 어렵사리 성사된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에서 양쪽에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강. 그렇습니다. 현재 김정은이 러시아로부터 북한 노동자 수용과 원유 수입 등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필요성 때문에 교류하는 것이지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푸틴으로서도 지금까지 김정은이 미국, 중국, 한국 정상과는 수 차례 만나 회담을 하면서도 러시아를 등한시 해온 것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누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전통적인 우방으로서, 또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당사국과 관련국으로서 두 지도자가 서로 한 번은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반적 기대를 충족시킨 것 이상의 성과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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