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에 대한 안과 밖의 엇갈린 시각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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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날리기 위해 휴전선 근처에 모인 탈북자들이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속지 말자"라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날리기 위해 휴전선 근처에 모인 탈북자들이 "북한의 위장 평화 공세에 속지 말자"라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ASSOCIATED PRESS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국 일반인들 사이에 김정은에 대한 혐오감이 줄어드는 한편, 한반도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여론 조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실제 살았던 탈북자들은 대체로 김정은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보입니다. 특히 비핵화에 대해서는 남측이 기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북측이 동상이몽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이 나옵니다. 탈북자사회가 한국 주류 사회의 시각과 크게 다른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강. 북한을 잘 모르는 남한 사람들과 북한을 경험한 탈북자들이 김정은에게 느끼는 호감도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3대 세습 독재자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현상은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입니다. 이런 건 한국 젊은이들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바로 보여주는 실례가 되는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이 생각하는 평화는 북한 주민도 자유롭게 사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평화이지 현재와 같은 폭압 체제를 용인하고 그들의 삶을 내버려 두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평화는 김정은의 핵무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확신하고 북한 정권이 평화적으로 개혁 개방으로 정책전환이 가능할 때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아직 말만 늘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평화의 시작으로 단정 짓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한반도의 비핵화도 사실 김정은이 노리는 전략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사실 남북 정상이 만나서 의논해야 할 것은 북한 핵 문제이지 한반도 핵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의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포함해서 함께 감축하는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지 북한 자체의 핵을 완전하게 해체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많은 탈북민들도 같은 시각이라고 저는 봅니다.

전. 북한은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미국과 관계를 맺어 김정은 체제의 장기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 시각도 있습니다.

강. 사실 저는 정전 협정을 종전협정 혹은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지금까지 약속을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바로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120만 인민군대를 무력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지 않고는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김정은 정권의 가장 급한 불은 바로 체제유지입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유엔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숨통을 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표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이제 김씨 왕조의 영구화를 위해 미국과 거래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과 수교를 하는 것인데 그 경우 북한 내부 자체에 장애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이 체제보장을 하면 체제붕괴 위험성은 줄겠지만 반세기 넘도록 백성들에게 반미 반제국주의 교육을 해온 북한에서 그 주적이 사라지면 역설적으로 그 또한 북한의 체제유지에 적지 않은 장애가 조성될 수도 있습니다.

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강. 북한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 그 자체를 엄청난 사건으로 선전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전 뒤에는 엄청난 위험과 위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실천은 진짜 미국과 친구가 되어 핵을 없애고 북한을 자유화시키는 일인데 그렇다면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결국 미국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남북정상회담에서처럼 적당한 말로 얼렁뚱땅 넘기는 전략을 쓴다면 북한은 진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란 말로만 미국과의 대화를 끌어나가려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도 있는 일입니다. 확실한 비핵화의 실현 조치들을 정해진 날짜 안에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그 다음으로 나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않을 경우 미국이 계속해서 유효한 선택지로 강조하는 군사적 해결 방안을 쓰게 된다면 김정은 정권은 멸망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전. 미국의 군사적 선택은 사실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그것이 북한체제에 어떤 위협이 될까요?

강. 사실 북한은 거북이 등처럼 딴딴한 껍데기만 남고 내부는 텅 빈 체제입니다. 그 껍데기만 깨면 내부는 폭삭 무너지는 체제입니다. 일제 말기와 유사한 상황입니다. 누구나 일본제국이 망한다고 다들 예상은 했었지만 망하게 하는 내부 동력이 없어 그만큼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미국과 구 소련 등 외부의 공격을 견디지 못해 결국 백기를 든 상황이 현재의 북한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선택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미국의 군사력이 어떠한지는 김정은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강대한 척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전. 한국사회 전반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사회도 그만큼 높은 기대를 하고 있는지, 또 북한 지도부의 핵포기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 북한전략센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들이 핵을 포기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당국도 당연히 그렇게 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김정은 본인도 아무런 대가도 없이 핵을 없앤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대가를 줘도 없애지 않을 핵무기인 것은 북한에서는 상식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짐작한 그대로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핵 감축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이루며 그 전에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되고 평화가 정착되는 것을 보여줘야 북한도 핵무기를 포함한 전략 무기들을 감축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지도부가 유엔제재 압력에 못 이겨 핵무기와 전략 미사일들을 없애겠다는 항복 문서를 할 것 같다는 유언비어가 돌기도 하지만 당국은 그런 소문의 진원지들을 찾아내 처벌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소식입니다.

전. 북한 고위 간부층이나 해외에 파견돼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외교관이나 무역일꾼들의 경우는 일반 북한 주민들 보다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강. 사실 북한 내 고위 간부층이나 해외 출장자들은 해외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진짜로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은 절대로 유엔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며 한국도 아무리 도와주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하는 선전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이번 핵위기가 쉽게 넘어갈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났지만 지원금 한 푼, 쌀 한 톨도 북한에 들어오는 것이 없는 것만 봐도 그리 생각할 것입니다. 북한 내부에선 핵 감축 논리를 선전하고 있지만 미국에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고 미국이 잠깐 속을 수는 있지만 결국 나중에 북한이 거짓말을 하거나 핵무기를 숨기려 했다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지도부가 생각하는 대로 비핵화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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