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기개발에 밀려난 기반시설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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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인근 고속도로 모습.
개성 인근 고속도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올 들어 평창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 등을 치르면서 남북한 간 평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남북경제협력에 관한 당국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남북간 철도 연결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판문점에서 남북철도협력 분과회의가 있었고 남북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해 공동연구 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북측이 남측의 철도 도로 협력 사업 계획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 합니다. 이미 경의선과 동해선은 2003년과 2005년 각각 군사분계선까지 완공하고 시험운행도 했었지만 그 이후는 북측이 협조하지 않아 지금까지 중단돼 오지 않았습니까?

강철환: 그렇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대에는 관심도 없던 인프라 투자에 대해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북한의 철도, 도로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는 일제 강점기와 전후 복구 건설 이후에 거의 투자가 되지 않아 너무나 열악한 상황입니다. 특히 철도의 경우 일본 강점기에 놓았던 침목이 지금 바꾸는 침목보다 더 좋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레일이 닳아도 교체하지 못하고 지반이 무너지고 침목들이 썩어나가도 교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철도 침목을 교체하는 원목을 채취하는 작업에 동원된 적이 있었습니다. 침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소나무를 베어서 임시방편으로 쓰는데 일 년도 못 가 망가지고 또 교체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침목은 결이 강한 이깔나무를 말려서 기름에 삶아 말리기를 몇 차례 해서 완성됩니다. 썩지도 않고 굳기도 고정해 반영구적 침목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침목을 대충 나무를 잘라서 교체하니 열차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철도는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전락하고 만 것입니다.

전. 철도 못지않게 도로 사정도 매우 열악하다고 들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거치면서 건설한 고속도로는 개성-평양, 평양-묘향산,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입니다. 도로공사에 필요한 건설기 자재 대신 인력을 총동원해 건설된 이 고속도로들은 부실공사가 만연해 누더기처럼 변했고 경제난으로 제대로 보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철도와 도로를 나라의 동맥과 같다고 주장해왔지만 그렇게 중요한 기간 산업에 거의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북한 대부분 도로는 비포장도로이고 장마를 겪고 나면 이 도로들 역시 누더기가 됩니다. 북한 주민들은 도로공사를 연중행사처럼 진행합니다. 김 씨 지도자가 어떤 지역에 행사라도 나오게 되면 주민들은 밤낮으로 동원돼 도로공사에 매달립니다. 도로가 열악하다 보니 자동차들이 빨리 망가질 수밖에 없고 그런 경제적 손실이 계속 악순환 되고 있습니다.

전. 한 나라 경제에 가장 중대한 기반 시설 건설과 정비에 북한 지도자들이 무관심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경제협력으로 확보한 자금이나 광물자원 수출, 또 노동자 파견 등으로 벌어 들인 외화의 일부라도 이 같은 기반 시설에 투자했었더라면 지금같이 철도와 도로가 열악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 사실 막대한 현금을 동원해 핵과 미사일을 만들었고 1백만이 넘는 인민군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씨 3대 세습 통치 70년 동안 기간 사업에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제에 정말 무관심하고 무능력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북한은 김씨 일족을 우상숭배하고 위대한 수령으로 칭송하지만, 그들은 인민들의 기본적이고 소박한 꿈도 이뤄주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국가나 한 집안의 가장도 경제적 지탱능력이 없으면 국가나 가정을 유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적 관념이 있어야 국가와 가정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국가의 지도자가 경제를 내팽개치고 무능력한 상태에서 3대에 권력을 이어오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인 것입니다. 그것은 지도자의 업적이 인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로 평가 받아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김정일 시대에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수조 원의 막대한 현금과 식량을 지원할 때에도 철도, 도로를 비롯한 기간 산업 재건에 무관심했고 김정은 정권 들어서 7년간 한 일은 핵과 미사일, 그리고 사치성 건축물 밖에 지은 그것이 없습니다.

전. 그렇다면 지금 김정은 정권이 철도와 도로와 같은 기간 산업 재건에 나서려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강. 김정은은 집권 초기부터 다른 나라의 슈퍼마켓 [대형 상점]에 가면 없는 것이 없는데 왜 조선에는 아무것도 없냐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2012년에는 전국의 경제학자와 관련자들을 모아놓고 어떤 방식이라도 죄를 묻지 않을 테니 깊이 있는 논의를 해서 경제 회생의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를 했습니다. 그나마 선대 수령보다 경제발전에 관심이 있거나 획기적인 경제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젊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체제를 경험한 노련한 사람들은 김정은의 저런 내심이 오히려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무덤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고 적극적인 의견을 내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국식 개혁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는데 결국 장성택 사건이 터지면서 경제변화를 주장했던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완성하고 난 이후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늘 주장하였지만 사실 진전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국가의 기간 사업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선대 수령들보다는 평가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런데 남북철도연결 사업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는 계층별로 그 반응이 다르다면서요?

강. 그렇습니다. 한국의 지난 진보정권 10년간 막대한 현금과 물자 혜택을 보았던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노동당 간부들은 자신들에게 현금이나 물자가 차려지지 않는 철도, 도로공사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눈앞에 자기의 이익만 생각할 뿐입니다. 하지만 일반 북한 주민들은 남북 철도에 대해 아주 큰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에서 유일한 교통수단이 철도이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교통수단이어서 북한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끊이지 않는 열차사고로 언제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북한 기차를 타는 것은 고역 중의 고역입니다. 그래서 만약 남조선이 새로운 기차를 북한에 놔준다면 인민들 처지에서는 엄청난 혜택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가 걸 수밖에 없습니다. 도로 현대화의 경우, 아직 개인용 차나 운송수단이 없어서 일반 인민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없지만 철도는 확실하게 북한 동포들이 가장 원하는 대북 투자로 보입니다.

전. 김정은 정권 권력층에서는 철도 도로 협력 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원하는 바는 아닌 것 같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강. 그렇습니다. 사실 김정은 정권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현금과 식량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엔제재 때문에 아무리 북한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한국정부라고 해도 아무것도 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은 유엔제재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 없고 현금이 들어가는 문제가 아니고 철도와 도로는 북한군사력에 전용될 우려가 없는 만큼 한국정부가 부담스럽지 않는 문제이고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도 이 입장을 받아들여 철도, 도로 연결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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