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말협상 기선제압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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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뉴멕시코 집회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뉴멕시코 집회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AP Photo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2년전 김정은을 조롱하며 지칭했던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북핵협상 진전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답한 것인데요, 연말 시한을 앞두고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강철환 대표: 저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많았습니다. 탈북자 지성호씨를 백악관에 불러 그를 치켜세우며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시켰고 전 세계에 북한의 김정은 독재 권력을 비판했습니다. 2년전 김정은과는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까지 몰고 가며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180도로 변해 김정은을 추어올리자 사실 저는 물론이고 탈북자 사회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작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김정은을 압박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김정은의 위상만 올려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2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예상을 뒤집고 김정은의 핵 협상 카드를 무시하고 자신이 요구하는 진짜 핵 보따리를 내놓고 해결하라고 압박했습니다. 김정은은
빈 손으로 평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내내 술을 마시며 행패를 부렸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개인적인 감정은 매우 좋으며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고 덕담을 주고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판문점에서 세 번째 깜작 만남에서는 대화로서 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기대를 주기도 했지만, 북한의 입장을 보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믿을 수 없는 것이어서 트럼프의 선택에 항상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전. 북한으로서는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뒤집기 전략이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스스로 자신을 믿게 만들어놓고 회담장에서 허를 찌른 것은 김정은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지도부와 김정은은 당시 하노이 회담을 통해 반드시 김정은이 트럼프를 이기고 핵 강국과 경제 강국을 동시에 이루는 역사적 위업을 달성할 것이라고 떠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자신한 것은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가 김정은 자신의 행동양식을 좋아하고 서로가 통하는 것이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직접 만나본 김정은에게 호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온 역사를 볼 때 협상을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도 있고 그것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처음부터 제대로 이야기했으면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은 불가능했습니다. 김정은이 트럼프를 설득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요란한 선전을 하면서 하노이로 향한 것입니다. 김정은은 당시 회담에서 실무회담을 통해 논의할 의제가 다 정해졌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내용을 제시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강한 미국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알아낸 북한의 진짜 핵시설과 핵물질에 대해 요구를 했을 때 김정은 본인은 사색이 될 정도로 할 말을 못 했습니다. 허를 찔린 김정은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애꿎은 간부들만 숙청했습니다.

전. 숙청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다음에 김정은이 대미 담당 고위 간부들을 많이 숙청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강. 저도 봤습니다. 원래 회담 자체는 김정은 본인이 승리를 장담하고 간 회담이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었던 회담입니다. 다만 트럼프가 취득한 북핵 정보를 놓고 그것이 회담 의제로 나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은 정상회담에 임하는 최고 지도자 김정은 본인이 했어야 할 문제였습니다. 실무자들은 말 그대로 실무를 논의하는 게 임무이기 때문에 실무회담에서 선정된 현안 이외의 항목이 나오는 것은 지도자들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트럼프와 직접 만나서 협상해 본 사람은 김정은 본인이기 때문에 그 스스로가 이런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트럼프의 변심으로 문제의 핵심이 거론되고 김정은이 본인이 망신당한 것은 자신에게서 그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아래 간부들이 정보를 흘렸거나, 그런 것들을 예측하지 않고 김정은을 잘 모시지 못했다는 식으로 모든 잘못을 아래 간부들에게 돌려세웁니다. 그래서 5명의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관리들이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처형사건으로 하노이 회담이 총화 지어졌다고 합니다. 꼭 사람을 죽여야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김정은의 사고방식과 김씨 세습정권의 잔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전. 트럼프 대통령이 2년만에 처음으로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발언한 배경은 최근 북한의 대미 압박에 대한 기선 제압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강.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놀랍게도 김정은에게 많은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대선까지 김정은이 대화로 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본인은 혹시 그런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절대로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진짜 김정은과 대화를 통해 기적을 만들어보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12월을 기준 삼아 미국이 성의 있는 제안을 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제 12월이 됐고 얼마 안 있으면 연말입니다. 이런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말로 안 되면 군사적 채찍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북한을 압박한 것입니다. 김정은의 허를 찔러 먼저 압박함으로써 연말 기한을 정해놓고 중대결심 운운하는 김정은에게 기선제압을 한 것입니다.

전. 북한과 미국의 대치 상태가 더 악화될 경우, 북한 정권과 인민들에게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강. 지금 북한 내부는 유엔제재가 언제 풀리나에 쏠려있습니다.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트럼프 할아버지’를 만나고 와도 이제 북한 인민들은 전혀 감동이 없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북한에 대한 유엔제재를 풀어서 자신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인민들의 최우선 관심사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본인이 자초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인민 경제가 붕괴하고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놓여 있다면 그 문제는 김정은 스스로 풀어야 하는데 무책임하게 그것을 미국에 떠 넘기는 선전은 이제는 더 인민들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지금 김정은 정권 그 자체를 지키는 자금줄도 막혀있고 하부조직으로 갈 수록 자금난은 너무나 심각합니다. 이제는 더 자력갱생 허무한 구호만으로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선택을 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군사적 긴장을 높여 북한을 지속해서 압박할 경우 북한 정권은 견디기 힘든 처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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