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찾는 북한 대남부서들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7.06.05
kim_yanggun_b 2015년 12월 숨진 김양건 전 통전부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한국에서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의 대남공작 부서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하던데, 무슨 얘깁니까?

강철환: 일단 북한의 대남공작부서들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 남북대화를 주도했던 통전부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구 대외연락부의 후신인 225국이 다시 문화교류국이라는 명칭을 달고 노동당에 다시 재 편입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225국이 내각소속으로 있었는데 그것은 대남공작의 실체를 숨기기 위한 위장전술이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225국은 대남공작의 본산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적화통일 제 1선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화교류국 국장으로 윤동철이 임명됐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윤동철은 노련한 공작원으로 대남공작으로 잔뼈가 굵은 공작 전문가라고 합니다.

전. 225국은 숨어서 공작하는 부서이고 통일전선부는 한국의 진보 정권 때는 대놓고 공작했던 부서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보수정권 10년 가까이 북한 통전부 핵심 간부들이 많은 수난을 당했다죠?

강. 그렇습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 북한의 통전부는 또 다른 진보적 인물인 정동영 후보가 당선 될 것을 예상했지만 실제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그 책임을 물어 수뇌부는 통전부의 주요간부들을 처형하거나 수용소에 보냅니다.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을 비롯한 핵심간부들이 김정일의 분노를 사 처절한 최후를 맞습니다. 우리가 알만한 통전부 노련한 간부들이 그때 모두 자취를 감춥니다. 북한지도부의 철저한 감찰로 그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위축된 후 10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통전부가 한국에서 진보정권이 집권하자 다시 기지개를 펴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 통일전선부는 원래 힘이 없던 기관이었지만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때문에 중요 부서로 부상하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원래 통전부는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사실상 유령 조직 비슷했습니다.

각종 위성정당이나 사회단체, 종교단체들을 만들어놓고 상징적인 인물들을 임명하고 형식적인 관리나 해오며 명맥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쟁쟁하던 노동당의 공작부서들이 자금난에 허덕이며 휘청거리자 북한의 대남공작은 현금 수입을 누가 더 잘하는가가 공작의 평가 기준으로 바뀌게 됩니다. 국가의 현금고갈을 막고 체제를 수호하는데 공작부서가 앞장서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통전부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갑자기 구성 인원이 폭증하고 형식적이던 통전부 산하 사회단체도 얼마간의 구성원도 갖추게 되고 위성정당도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특히 종교국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졌는데 대외선전과 지원확보의 수단으로 위장된 기독교와 불교를 활용한 현금 수입이 가장 컸기 때문입니다. 통전부가 부상하면서 김일성대학의 종교학과가 가장 인기 있는 학과로 부상하기도 합니다. 종교학과를 졸업하면 100% 통전부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과 북한방문 신청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6.15 남북공동행사를 위해 남측 공동선언실천위원회가 대북 팩스 접촉 신청을 한데 대해 통일부가 승인했습니다.

강. 사실 북한문제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는 그 누구도 유엔제재 결의 이행 의무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입니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핵 위협의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해 대화나 접촉을 먼저 승인하는 모양새는 북한에 나쁜 신호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압력에 물타기 하려는 북한에게 탈출구를 제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압박 수단 자체를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 지금 통전부장인 김영철은 정찰총국 출신의 군인이지 않습니까? 민간분야를 총괄할 역량이 되는 인물인가요?

강. 사실 김영철은 정찰총국장으로 있을 때부터 김정은에게 밉보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신뢰받던 인물이라 지금껏 살아남았었고 한국의 보수 정권 집권 기간에는 한직인 통전부장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김영철은 정찰총국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통전부 중심으로 대남공작을 주도하려고 했지만 국가보위성과 마찰을 빚으며 그의 계획은 차질을 빚기도 했습니다. 사망한 김양건 전 통전부장은 명민한 판단력과 언변으로 김정일과 김정은에게 신뢰를 얻었고 사실상 대남공작을 주도할 만큼 역량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영철은 김양건에 비해 상당히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현재 남북관계를 맡을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김영철도 여러 가지 이유로 통전부장을 오래 맡아 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전. 북한이 전례 없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속에서 한국의 신 진보정권에 힘을 실어주자면 미사일 도발을 자제했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그 강도와 빈도가 더 높게 도발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강. 저는 그 배경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북한의 전략적 의사소통 과정이 마비되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대남, 대외관계는 외무성, 통전부, 정찰총국 등 전문부서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종합해 지도자에게 보고되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은 이런 실무그룹의 의견을 존중했고 많은 의견 가운데 최선의 방안을 선정해서 그것을 정책화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전문가 그룹의 의견보다 자신의 결정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김정은의 잘못된 의견을 반박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가 결정한 미사일 도발은 심각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정부를 길들이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과거 10년 전과는 많은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한국정부 길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새로 집권한 진보정부가 과거 보수정부들처럼 북핵과 미사일도발 중단을 전제로 한 대화나 지원 정책을 답습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마 김정은은 이런 내부의 견해가 자신의 구미에 맞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미사일 세례를 잇따라 퍼부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 한국의 새 정부가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대북정책을 전개해 나간다는 과제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과의 교류나 지원도 제대로만 하면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 운영만 해도 북한 근로자 개인에게 월급을 직접 주고 북한 당국의 통제나 간섭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면 북한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로 국제사회가 인내심을 잃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대북압박에 통일전선을 펴고 있는 상황이라서 지금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 교류를 재개할 시점이 아니라고 봅니다. 국제사회에 발을 맞춰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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