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정상화는 핵포기 없이 불가능하다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0.09.28
kim_inspect_food_fac-620.jpg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부대용 기초식량 생산공장인 525호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경제정상화를 위한 몇 가지 조치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2년 4월 6일 발표한 ‘4·6담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담화에서 김정은은 첫째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건설에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 둘째로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 셋째로 ‘전력·석탄·금속·철도 부문을 앞세워야 한다’, 넷째로 ‘경제사업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의 통일적 지휘에 따라 풀어가야 한다’

대체로 이 네 가지가 주요 지시였습니다. 그런데 그 후 8년 동안 여러분 당은 무엇을 했습니까? 지난 9월 태풍과 집중호우로 검덕, 대흥, 룡산, 갯바위 등 함경남북도의 광산이 수몰되었습니다. 또 2000여 세대의 주택과 수십 동의 공공건물이 파괴되고, 45개소 6만 미터의 도로와 59개의 다리, 31개 총 3500미터 구간의 철길 노반, 2개소 1130 미터의 레일이 유실되었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북한 경제가 무너졌고 이 사실은 여러분 당이 분명히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것을 입증하는 자료가 여러분 문서에 다음과 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째, 국가세입에 비해 지출이 많은 적자재정 때문에 사회총생산액이 장성하지 못했다. 1980년대 까지는 사회총생산이 계속 성장했는데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적자재정으로 돌아서 경제생산과 경제건설 또는 봉사부문에서 정체현상이 일어났는데 그 원인은 예산 부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로 전후복구를 마친 후 40년간에 걸쳐 상당한 생산잠재력을 건설했는데 이 경제 생산잠재력 흔히 말하는 ‘경제인프라’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전력, 석탄, 강철, 화학비료, 시멘트, 일반 천 등 생산잠재력이 상당히 건설되었는데 이것을 사용하지 못했다. 주체화·현대화를 실현했더라면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할 수 있었는데 구축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경제조직사업을 못했다.

셋째로 인민경제부분별 총생산액에서 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산림업, 수산업, 정보산업부문의 발전이 뒤떨어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공업생산이 총생산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즉 농업생산부분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그 비중이 급속히 떨어졌다. 공업부분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음을 입증한다. 넷째로 인민경제부분별 중요 기술·경제적 지표의 수준이 낮아지고 중요공업제품 생산단위당 동력, 원료, 자재소비가 높아졌다. 화력발전의 경우 석탄소비가 늘어났고 1인단 연간 채탄량도 줄었다. 과거보다 많은 동력과 원료를 쓰면서도 생산량은 줄어들었다.

다섯째로 경제발전을 앞장서서로 이끌고 나가야할 기간산업부문이 주저 앉아 경제성장을 추동하지 못하고 있다. 전력, 석탄, 시멘트의 생산량이 1980년대보다 낮아졌다. 증산이 아니라 감산했다. 기간산업, 원료자재생산이 퇴보했으니, 이에 수반하여야 할 경공업부문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여섯째 대외경제가 죽어버렸다. 1980년대 비해 대외무역이 현저히 줄었을 뿐만 아니라 무역거래국가도 중국, 러시아 등 몇 개국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수출총액에서 차지하는 공업제품보다 원료, 자원수출이 늘어나고 반면 수입은 완제품이 늘어났다. 외국기업과의 합작으로 외자도입을 늘려야 하는데 겨우 중국과의 합작으로 몇 십 개의 소규모 공장유치에 불과했다. 외국의 대기업 선진·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좋은 기업, 우수한 기업은 단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다.

일곱째 나라의 자원, 지하자원 뿐만 아니라 인력, 노동력 또는 바다와 산림 등 자연조건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는 공업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수가 1980년대에 비해 감소했다. 많은 각종 지하자원 중에서 일부만 캐냈을 뿐이었다. 남녀 노동력을 제대로 동원하지 못하여 생산과 건설이 크게 위축되었다.

이상 일곱 가지 원인을 지적하면서 1980년대에 비하여 1990년대 이후 2000년대에 들어와 전반적으로 경제성장이 퇴보했다고 자아비판하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왜 이처럼 경제성장이 퇴보하게 되었는가? 김정일이 정권을 장악한 1990년대 이후 북한 경제는 인민경제가 아닌 군수경제, 선군정치를 위한 선군경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제1경제인 인민경제보다 제2경제인 군수산업, 이에 더하여 제3경제인 김정일 통치를 위한 39호실 경제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경제가 나락으로 함몰된 원인은 바로 핵·미사일 개발에 모든 자금, 자원, 외화를 투입했기 때문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수십만이 굶어죽고 수백만이 영양실조로 사망의 골짜기로 떨어질 때 김정일은 1억 달러면 100만 톤의 옥수수를 수입하여 죽어나가는 근로자, 어린이, 노약자를 구해낼 수 있는데 나 몰라라 외면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오늘도 여러분은 태풍과 수해로 무너진 가옥과 공장, 광산철도, 도로, 복구에 진땀을 흘리고 있을 줄 압니다. 김정은 자신이 경제건설 5개년 전략목표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경제파탄의 근원인 핵·미사일 개발에 전념하자는 당 최고수뇌부의 결심이 바뀌지 않는 한 무슨 여유로 인민경제를 일떠 세울 수 있겠습니까? 당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소집되어 이병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옆자리에 앉아있는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수해복구의 우선순위는 무너진 주민의 가옥복구나 인민경제건설을 위한 생산 공장의 복구가 아니라 무너진 핵개발 시설, 동해안의 미사일 발사기지의 시급한 복구에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핵개발 포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계속될 것이고 코로나19바이러스가 계속 번지고 있는 한 국경봉쇄를 풀 수 없을 것이고 이런 조건하에서도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인데 무슨 여력으로 경제재건을 기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금년도 북한경제의 성장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8% 이상이 되리라는 판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이 앞장서서 청소년 돌격대의 독전을 촉구한다 하더라도 기아선상에 있는 이들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손쉽게 필요한 기자재와 건설자금을 지원받을 국내외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 길은 성의 있는, 실천이 확실한 핵 폐기 조건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세계는 여러분 당의 새로운 핵 폐기 방침이 나온다면 언젠가 협상에 응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건설기자재와 북한인민의 기아, 굶주림에서 구해내기 위한 식량지원에 나설 것입니다. 이것이 무너진 북한경제의 재건, 정상화의 유일한 길임을 재삼 강조하는 바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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