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노동을 강요하는 ‘80일 전투’로 경제가 나아질 수 있나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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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gan.jpg 북한이 내년 1월 8차 당대회를 앞두고 각 산업현장에서도 '80일 전투'에 전념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순천 시멘트연합기업소. 기업소 시설물 외부에 80일전투 선전 문구가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0일 전투가 시작된 지 2개월이 되었으니 지금 간부 여러분에게는 더없이 긴장된 시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당 중앙에서는 이 80일 전투기간 안에 간부 여러분의 “수령과 당 그리고 이른바 혁명에 대한 충실성을 검증하는 계기가 된다”고 못 박았으니 자칫하다가는 이 규정에 위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당 간부 여러분! 경제건설은 모든 나라의 일상적인 일입니다. 자본주의사회는 국가가 책임지고 경영하는 경제사업보다 민간 기업이 담당하는 경제생산건설이 주가 되지만 치열한 경쟁에 이기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전투하는 식으로 경제건설에 임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경제건설사업을 전투장으로 나아가 당에 대한, 영도자에 대한 개인 충실성의 징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당의 문건은 공공연하게 “사회주의 건설사업을 떠난 당 사업이란 있을 수 없으며 경제 사업에서의 실질적 성과를 떠나 당 사업을 바로 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으로 간부여러분은 경제건설사업에서 당과 수령에게, 혁명투쟁에서 충실하고 있다는 이른바 성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까? 경제건설사업을 속일 수 없습니다. 그 성과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체로 나타납니다. 제품이나 건물로 직접 보여줘야 합니다. 자재와 자금, 기술이나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는데 보이는 경제생산물이나 건설결과가 나타나겠습니까? 지금 여러분도 경험을 통해 투자 없이 건설결과 생산물이 나올 수 없음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김일성과 김정일이 생존하던 1980년 제6차 당대회에서 결의했던 ‘10대 경제전망목표’를 40년이 지난 지금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5년 전 제7차 당대회에서 결정했던 ‘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조차 물 건너가고 향후 몇 년 후 달성할지 알 수 없는 형편이 아닙니까? 2014년에 비해 2020년에는 1.6배의 장성계획을 세웠던 5년 전의 계획이 지금 현재 성장은커녕 반대로 마이너스 10%가 되지 않았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2016년~2020년 국가경제전략, 문건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나라의 부강번영과 인민대중의 복리증진을 위한 경제발전은 국가가 당의 노선과 정책에 기초하여 과학적인 경제발전전략을 세우고 나라의 자원과 모든 경제력을 최대한으로 동원,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과 법률적 환경을 마련하여 생산의 끊임없는 장성과 경제의 전반적 균형을 보장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성과적으로 이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옳은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입니다. 80일 전투에 대한 로동신문의 논조는 “사상에 의하여 혁명의 명맥이 지켜지고 사상의 힘으로 혁명이 전진한다”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거리낌 없이 쓰고 있습니다. 1968년 김일성이 ‘사회주의 경제의 몇 가지 이론문제’를 논하면서 “물질적 자극이 경제를 추동하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 의식과 열의가 경제발전을 추동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지금 80일 전투 현장에서는 “수령에 대한 충성심, 당과 혁명에 대한 충성심이 경제발전의 추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지난주 남한, 일본, 호주, 뉴질랜드, 중국과 아시안 10개국 합 15개국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에 15개국 정상들이 서명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협력협정이 아니라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협정입니다. 이 RCEF(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참가한 15개 아시안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26조 달러이고 이 협정 참가국 전체인구는 23억 명입니다. 연간 무역규모 5조 달러, 세계교역량의 30%를 차지하는 세계최대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 RCEF가 아시아지역국가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제발전에 유리한 국제기구,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에 북한만은 제외되고 있습니다. 왜 제외되는가? 한마디로 끼어줄 대상이 못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고로 나쁜 경제 체제라고 심판받는 중앙집권적 명령경제체제, 고루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이런 개방적인 자유무역대상국이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외톨이로 제외한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아직도 소련의 1930년대, 지금부터 90여 년 전 스탈린이 제창했던 ‘스타하노프운동’을 지금도 노력경쟁방식으로 채택한 여러분 당을 세계 그 어떤 나라가 상대하겠습니까? 자력갱생이니 자립적 민족경제니 과학화 현대화니 떠든다고 어떤 나라가 여러분과 경제협력을 하겠습니까? 여러분은 핵개발을 이유로 한 미국을 비롯한 적대국가의 경제제재 때문에 여러분 당이 추진하는 경제건설이 곤란하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핵·미사일 개발 때문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경제제재를 결의한 결과 북한에 대한 경제협력이 제한받게 되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지 못했다는 것 즉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이미 역사적 심판으로 최악의 경제체제임이 입증된 중앙집권적 명령경제체제, 인간을 노예노동에 내모는 사회주의 통제체제, 총동원 노력경쟁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노동신문은 8차당대회가 무슨 큰 기적을 낳을 듯이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분 당의 선전선동을 믿는 북한인민이 얼마나 될까요? “고깃국에 이밥, 기와집에 비단옷”을 약속한지 70년이 지났습니다. 김일성이 제4차 당대회 때 한 말입니다. 그 후 북한인민은 어떤 생활을 해왔습니까? ‘고난의 행군’이라는 기아와 빈곤으로 3백만이 굶어죽거나 영양실조로 죽어나갔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식량이 모자라 1000만여 명이 마땅히 섭취해야할 최소한의 영양도 섭취 못하고 있다는 유엔식량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평가가 나왔습니다. 왜 세계가 북한인민의 어려운 식량사정을 덜어주기 위해 지원하겠다는 식량지원마저 김정은은 거부하는가? 수령으로서의 체면유지 때문인가? 참으로 한심한 작태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제는 더 이상 일신의 안위, 숙청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독재자의 압제에 굴종하는 치졸한 태도를 버릴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11월 18일 유엔제3위원회는 북한인권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북한의 인민 탄압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송치해야 한다는 결의가 나온 상태입니다.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인민의 권리가 침해된 노예국가라는 낙인을 받지 않도록 인민을 위한 진정한 투쟁에 나서야 함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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