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사회주와의 투쟁을 핑계로 숙청의 칼바람이 불 것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0.11.30
비사회주와의 투쟁을 핑계로 숙청의 칼바람이 불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11 16일자 로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모든 보도기관이 일제히 전날 11 15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7기 제 20차 정치국확대회의 개최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우선 눈에 띈 것은 이 정치국 확대회의에 정치국성원 뿐만 아니라 도당위원장, 사회안전상, 국가비상방역부문 성원들 등 권력기관 책임자들이 참가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대책회의가 아니라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위한 대책회의라고 보입니다.

비사회주의에 대한 문제는 북한인민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미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뇌물 괴는 것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비사회주의를 말할 때는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개최된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비사회주의 전형집단으로 교육기관 특히 평양의과대학이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로동신문 보도는교육기관들과 사회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 행위에 대하여 분석한 자료가 통보되고 이를 결정적으로 뿌리뽑기 위한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었다. 회의에서는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한 평양의과대학 당위원회와 이에 대한 신소처리, 범죄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범죄를 비호, 묵인, 조장시킨 당중앙위원회 해당부서들, 사법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 태만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그리고 과학적으로 자기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의사와 보건간부를 양성하는 북한 최고의 의과대학인 평양의과대학 당위원회가 바로 비사회주의 범죄를 감행한 범죄집단으로 낙인을 찍혀 도마 위에 올려 세웠으니 그 외 수백 개의 다른 교육기관과 공장, 기업소 또는 사회단체에서 일제히 칼바람이 일어날 것입니다.

당중앙위원회 해당부서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니 각도당 위원회, 각급 당조직에서 반당적 반인민적 비사회주의를 뿌리뽑기 위한 투쟁이 전개될 것입니다. 특히 법기관들에서 법적투쟁의 도수를 높여 사회정치, 경제, 도덕생활 전반에서 사회주의 미풍이 무너지지 않도록 이제부터 얼마나 칼바람이 거세게 불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은 우선 지금 당중앙이 비사회주의를 뿌리 뽑으라고 엄명을 내릴 시기인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까? 왜 지금 비사회주의를 논하며 반사회주의와의 투쟁과 사회주의 미풍수호를 강조하는가? 한마디로 북한인민 모두가 심각한 경제적 난관에 직면해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압록강, 두만강 국경이 봉쇄되고 몇년 째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조치가 의연히 계속되는데다가, 여기에 지난 여름 세 번에 걸친 태풍과 홍수로 북한 경제전반이 최악의 상황으로 떨어졌고, 식량과 생활필수품 부족으로 인민생활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당간부들의 부정부패 뇌물수수 행위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평양의과대학뿐입니까? 김일성대학, 김책공과대학은 어떻습니까? 공정한 경쟁으로 입학하고 있습니까? 무상교육한다는 북한의 각급학교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깨진 유리창 하나도 수리할 여유가 없어 학부모들이 학교교사 수리비를 담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차표 한 장 구하려 해도 뇌물없이는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을 당 간부 여러분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정치국회의결의에는 평양의과대학 당위원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비사회주의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추측컨대 의학용 실험기자재를 외국 것을 구입했다던가 특히 남한 것을 구입했다거나 무상지원을 받았다거나 또는 입학생을 뽑거나 의사자격시험을 잘못 관리하여 무자격의사를 대거 배출했거나 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는 학원 내 학생들의 풍기문란 사건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과거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에서붉은 귀족에 대한 인민대중의 치열한 비판이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붉은 귀족, 붉은 부자, 중국말로 태자당은 지금도 공산당 1당 독재국에는 수두룩합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김정은과 그 일당이 아닙니까? 여러분은 이들이 입고 있는 옷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그들이 차고 있는 시계가 몇만 달러 짜리인지 알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비판했다는비사회주의’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당간부가 일반 인민대중에서 뇌물을 받았다? 또는 국영공장기업소 또는 병원에서 사용해야 할 물자를 횡령했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김정은이 지적한대로 해외를 쳐다보지 말고 우리 것으로 자력갱생하라. 한 톨의 식량이나 한 봉지의 의약품, 한 개의 의료기기도 외국의 지원을 받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는데 이를 어겼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공공연하게 또는 마음속으로 당에 대한 비판을 했다는 얘기입니까? 지금 당정치국이 내린 결정은 반당적 반인민적 반사회주의적 행위 전반을 말하는 것 같은데 이런 주장이야 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30년 전만 하더라도 아래로 보며 깔보았던 중국이 개혁개방후 미국과 맞장 뜨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북한의 근로자들 특히 여성근로자들이 압록강 건너 만주에 가서 중국공장기업에서 싼 노동력을 팔며 일하게 된 것을 개탄하지 않습니까? 이런 소리마저 여러분은 반당으로 몰고 있습니다. 일부 지식인과 경제실무일꾼들이 사회주의 중앙집권적 경제체제를 비판하며 체제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해도 곧 반당분자, 반사회주의 분자로 규정합니다. 이러다보니 여러분 당이 말하는 비사회주의니, 반당이나 반사회주의니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개념조차 애매모호합니다. 이런 애매모호한 개념에 따라 이른바 법집행을 강행하고 있으니 인권탄압이란 국제적 비난을 모면할 길이 없는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금년에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11 18일 여러분당의 반인권행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습니다. 벌써 16년째 계속 결의되는 규탄성명입니다. 이 결의문은고문, 성폭력, 자의적 구금, 정치범 강제수용소, 조직적 납치, 종교 표현 집회의 자유제약, 송환된 탈북자에 대한 엄벌등을 지적하며오래전부터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 책임있는 인권탄압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하고 엄벌할 것을 건의한다고 했습니다. 해외에서 북한을 보는 관찰자들은 이번 당정치국 확대회의 결의로 과연 얼마나 센 칼바람이 불지 깊은 관심을 쏟으며 앞으로도 계속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자가 늘어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지금 전개되고 있는 80일 전투 자체가 노예노동인데 더 이상 무슨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반당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인민대중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자신들도 비사회주의분자, 반사회주의, 반당분자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언동에 조심하리라 보입니다만, 역사의 교훈은 이런 압제정치가 인민대중의 저항을 진압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권고하는 바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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