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노동당 위기의식 느껴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4.11.13
[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노동당 위기의식 느껴야 사진은 지난 7월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 모습.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848년 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체제는 계급적 모순의 누적으로 필연적으로 붕괴되고, 계급이 없는 공산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역사적 발전을 기할 것이라고 한 예언서 『공산당선언』을 발표한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상주의적 예언에 현혹된, 과격하고 급진적인 공산주의 신봉자들이 유럽 각국에서 반자본주의 공산혁명을 시도한 바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60여 년이 경과한 191710, 봉건적 농업왕조국가인 러시아에서 레닌이 주도하는 볼셰비키공산당이 무력으로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인 전체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했습니다. 레닌의 후계자인 스탈린은 사회주의 사회건설을 명분으로 농업의 집단화, 광공업의 중앙집권적 명령 경제 체제를 구축하면서 2000여만의 무고한 지주, 부농, 자본가와 반공산주의 지식인을 숙청하거나 처형했습니다.

 

그 결과 극소수의 공산당 간부들이 특권계급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비밀경찰과 사회전반의 인민 상호간의 감시, 고발 체계를 구축하여 인간 기본적 권리의 말살을 시도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함께 소련군이 점령한 동유럽과 그 영향을 받은 아시아 지역에선 이 소련식 사회주의 체제가 이식되어 수백만의 무고한 인민들이 공산당에 의해 숙청, 처형되었고 민족간의 분열로 국토가 분단되어 상이한 2개 체제가 형성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 민족입니다. 그러나 이 반인륜적 공산당 1당독재와 전체주의적 경제사회체제는 누적된 내부 모순으로 인해, 1990년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의 모든 사회주의 국가가 일거에 붕괴되었고 그나마 과감한 체제개혁에 착수한 중국과 베트남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원리의 도입으로 유연한 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스탈린주의적 1당 독재체제를 계속하고 있는 여러분 당은 누적되는 정치, 경제, 사회적 모순을 지닌 채, 인민대중은 빈곤과 기아, 정치·경제·사회적 탄압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세습적 왕조체제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각종 구호와 강제노동에 동원된 인민대중 특히 청년과 인텔리 지식인들의 불평 불만을 여러분도 듣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입니까? 외부 적대세력의 침공이라고 떠들면서 인민대중의 관심을 외부로 돌릴 것입니까? 현대전의 기본상식도 없고 그런 훈련도 받아본 적 없는 어린 인민군을 러시아의 용병으로 내주고 그 대가를 받아 핵미사일을 개발하며 군사강국건설을 이룬다고 하여 인민대중의 저항을 잠재울 수 있는 문제입니까?

 

당 간부 여러분! 최근 몇 개월 동안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은 개인숭배고취 기획기사와 정론을 비롯한 장문의 논설, 사설을 읽으면서 참으로 한심함을 아니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1029일자 기사 조선로동당의 성스러운 혁명위업은 위대한 믿음의 철학으로 필승불패할 것이다”… 이런 글이 80년 역사를 지녔다는 조선노동당의 당보, 노동신문 전면에 실리고 있으니, 이게 현실의 심각성을 인식한 당선전일꾼들의 글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하기야 이런 글 이외 다른 글을 게재할 수 없겠지요.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진심으로 여러분 당이 인민대중을 하나의 뜻과 의지로 단결시키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 당에 대한 인민의 믿음이었다고 생각합니까? 한때는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을 발표했던 그 시기 즉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자본주의적 경제·사회적 모순이 누적되던 시기였기에 공산주의자들 특히 급진적인 반자본 반체제 지식인들의 선전선동에 근로자들이 속아서 반자본주의적 사회주의 혁명에 동조한 바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소련의 사회주의 체제, 특히 스탈린의 1당독재체제가 몰고 온 반인민적 반인권적 탄압, 전체주의적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반경제원리, 비경제적 실태를 알게 되자 비판 이론이 쏟아져 일어나 각국의 공산주의운동조직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소련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이 정상적인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급기야 자본주의 국가와의 경제성장에 비해 턱없이 뒤지는 현상을 보면서, 중앙집권적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모순을 지적하는 당내 여론이 비등했으며 나아가 공산당 1당 독재기간에 형성된 당내 특권 계급이 인민대중이 생산한 경제적 부를 독점하는 노멘클라투라 즉 붉은 공산당 귀족집단의 정체를 알게 되자 반사회주의 1당 독재, 전체주의적 사회체제의 개혁을 주장했습니다. 이런 근로인민대중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혁명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실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조선노동당의 내일은 어떨 것인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21세기의 문명은 여러분 당이 말하는 믿음의 철학이 작동할 여지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20년간 수십만의 외화벌이 노동자들은 해외에 나아가 자본주의 국가의 건설회사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하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간의 정치·경제·사회적 차이 특히 근로대중의 복지와 인민대중의 경제적 풍요를 보장함에 있어서 두 체제간의 발전 격차를 비교해보며, 반자본주의 체제의 결함을 뼈저리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달부터 인민군 장병 1만여 명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작전의 총알받이로 내몰아 1인당 2,000달러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는데 이 피의 대가까지 김정은의 39호실 구좌로 빼돌리는 현실을 보게 될 때, 과연 여러분 당에 대한 믿음, 신뢰심이 일어나겠는가? 당 간부 여러분은 지금이야 말로 여러분 당이 위기에 직면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과연 살 길이 무엇인가? 세습체제의 붕괴,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체제개혁으로라도 새판을 짜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임을 명백히 인식할 것을 권고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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