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인민군은 노예노동자가 아니다

0:00 / 0:00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방발전 20*10정책’이 발표된 지 1개월이 지났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에게는 이중의 과업이 덮친 격이 되었으니 더욱 바쁘리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2월 28일 지방발전 정책 실현을 위한 첫 행사, 성천군 지방공업공장건설 착공식에서 한 김정은의 얘기인즉 “시, 군들의 지방공업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노력, 시멘트와 강재를 국가에서 전부 보장하며 건설자재의 수송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도 적절히 대처하도록 한다”고 했지만 그동안 대형 건설 과제를 실현함에 있어서 북한 당국이 필요한 모든 자재를 전담해준 적이 있었던가를 생각하면 지방발전을 위한 공장건설 역시 해당 시군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특히 해외에서 김정은의 연설을 들은 우리 북한 관찰자들은 성천군 지방공업공장 건설 착공식에 참가한 ‘인민군 124연대 장병’에 주목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지방발전 20*10정책의 주력 담당자도 역시 인민군 장병들임이 명백해졌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이 착공식 연설에서 “어렵고 영예로운 이 혁명과업을 사회주의 우리 국가의 제일가는 수호자이고 창조자들이며 관철자들인 인민의 군대가 떠맡아 안은 것은 그 승리를 확신케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성천군 지방공장건설을 담당한 집단은 바로 인민군 제124연대라는 얘기지요.

당 간부 여러분! 세계 190여 개 국가 중 군대가 경제건설의 임무를 떠맡은 나라는 비상사태가 발생했거나 전쟁기간이 아닌 한, 없습니다. 한 나라의 군대는 어디까지나 국방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집단입니다. 공장을 세우거나 댐을 건설하는 등의 경제건설은 어디까지나 내각의 경제건설 부서나 민간기업이 건설근로자를 모집하여 임금을 주면서 건설과업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당의 경우 인민경제계획 중 가장 중요한 대형 건설공사는 거의 인민군이 전담해왔습니다. 60년대의 대표적인 대형공사였던 남포갑문 건설공사를 시작으로 수많은 수력발전소 댐(언제) 건설, 간석지를 막는 제방공사, 산간 오지의 도로건설공사, 심지어 최근에는 농장의 온실농원 건설공사까지 인민군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이처럼 인민경제계획에 포함된 경제건설, 공장, 농장건설까지 인민군이 동원되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명백합니다. 무임금인 데다가 가장 노동력이 센 청년들을 집단으로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인민군 동원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최첨단 과학 병기인 각종 미사일, 방사포, 무인드론 등 효능 높은 군장비로 무장한 인민군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보다 몇 배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세계 190여 개 국가 중 현대적인 작전 장비를 가진 상위 50여 개국의 경우 대체로 인구비례로 보면 군병력은 1% 이하입니다. 남한은 인구 5000여만 중 군병력은 50만여 명 정도 즉 1%에 불과합니다. 일본의 경우 인구 1억 2000만 중 군병력은 30만 정도,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중국조차 군병력이 300만 명 내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경우 인구 2,300만 내외인데 군병력이 130만 명이니 다른 나라보다 몇 배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남북관계로 보나 주변 국제정세로 보나 여러분 당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한 이 한반도에서 전면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실제로 지난 70여 년간 휴전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데 어찌하여 여러분 당은 전시와 마찬가지로 130만 이라는 대병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까?

그 이유는 이 거대한 병력을 경제건설에 동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건설용 중장비를 동원하면 1~2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는 건설공사인데도 북한 당국은 필요한 장비 동원 대신 인민군의 노동력으로 그 공사를 담당하게 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인민군은 국방을 담당하는 집단이 아니라 무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예 노동력이 됐습니다. 김정은의 얘기인즉은 “영예로운 혁명과업을 사회주의 우리 국가의 제일가는 수호자, 창조자, 관철자”라고 치켜세웠지만 따지고 보면 ‘너희들이야 말로 무상으로 국가가 먹이고 입히고 있으니 그 대신 인민경제계획의 주요 건설과제를 무임금으로 맡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김정은의 얘기인즉 필요한 자금과 노력, 시멘트와 강재는 국가가 보장해준다고 하더라도 동원된 이들 연대 규모의 인민군 일상생활을 위한 대책은 어떻게 보장하는가? 그동안 식량 부족으로 인민군 병사들이 가까운 이웃 농장에 몰려가서 식량지원을 요청하거나 뜻대로 안될 때에는 탈취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과연 이들 연대 규모의 병력이 먹을 식량도 국가가 제대로 보장해줄 것인가? 그렇지 못할 경우 해당 시군 주민과 동원된 인민군 전사들 간의 불상사가 발생할 것이 명백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래저래 시군당위원회의 간부 여러분에게는 더없이 큰 임무가 부과된 셈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오늘날 북한의 경제수준으로 볼 때, 더 이상 인민군 전사들을 봉건시대의 둔전병(屯田兵)처럼 국방 임무와 경제건설의 두 임무를 감당시키는 체제에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인민군을 무임금 중노동 종사자로, 심하게 말하면 노예노동자로 부려먹을 작정입니까? 인간의 인생 중 가장 귀중한 시기가 바로 청년 시절입니다. 각자가 자신의 장래에 대한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울 때입니다. 이런 귀중한 시기를 무임금 노동자로 허비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당도 첨단병기와 장비로 인민군을 무장시킬 정도가 되었으니 이제는 이들 인민군 전사들도 무거운 병역의무로부터 해방시켜 떳떳한 사회 민간인으로 자기 갈 길을 가도록 해방시켜야 합니다. 사회주의 건설을 인민군 전사의 노동력을 갈취하여 이뤄내려는 반인간적, 반윤리적 정책을 하루 속히 중단해야 함을 지적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