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100일 전투 배경•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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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이 지난 22일부터 새로운 노력총동원 운동인 100일 전투를 개시했습니다. 100일 전투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알아봅니다. 북한이 제대군인들을 사회적 기피대상인 탄광과 농촌에 무리로 배치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민들의 근로의욕을 발양시킬 목적으로 파격적인 입당조치를 취했지만,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MC:

22일부터 북한이 100일 전투를 선포하지 않았습니까? 근 다섯 달 동안 150일 전투를 벌이느라 숨 가쁘게 달려온 주민들이 올해 연말까지 또 고생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 100일 전투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정영:

북한은 2012년에 고(故) 김일성 주석 생일 100돌과 김정일 위원장 70돌을 맞아 근 30년 동안 열지 못한 당 대회도 열고, 후계자를 추대하는 행사도 벌여야 하는데 모든 조건이 여의치 않습니다.

북한이 100일 전투를 벌이는 이유는 간단하게 2가지로 분석됩니다. 하나는 북한 경제성과가 당초 목표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농사도 망했지, 주민용 전기도 공급하지 못하지, 열차수송도 잘 안되지 하니까, 이를 봉창(봉합)하려면 또 다른 노력동원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2일 자 노동신문 사설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젖힐 2012년까지는 몇 해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점령해야 할 목표는 비상히 높고 주어진 기간은 짧다”며 100일 전투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인민들과 약속한 강성대국을 건설해야 되는데 시간이 짧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내부 결속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지금 대외적으로 미국과 핵문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의 대외강경 정책은 항상 내부 결속이라는 주민통제와 병행해서 진행되어 왔습니다.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제가 안정되자면 주민들이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게 자율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묶어두고 다른 생각을 못하게 긴장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MC:

얼마 전 북한이 150일 전투를 승리했다고 선전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경제가 어려워 다시 100일 전투를 벌인다는 말입니까.

정영:

노동신문은 18일 “승리자는 마지막에 나타난다”면서 “100일 동안 뒤쳐진 단위가 앞선 자들을 따라 잡으라”고 독려했습니다.

외면상 보기에는 150일 전투 계획을 미달한 단위들이 100일 전투에서 보충하라는 소리로 들리는데 사실 북한의 내부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강성대국은 국민소득을 2,500달러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국민의 연간소득 2만 달러 수준에 비하면 10배가량 차이나지만, 그래도 북한의 상황으로 보면 상당한 수준입니다.

북한은 이 목표를 달성하려고 150일 전투를 벌였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2012년까지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 발전소들은 발전량이 부족해 주민용 전기도 공급하지 못합니다. 희천 발전소요, 어랑천 발전소요 하면서 건설하고 있는데 아직 건설하자면 멀었습니다.


MC:

북한이 강성대국을 건설해도 남북한 국민소득차이가 거의 10배라고 하셨는데요, 지금과 같은 인력전으로 과연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는지 의문이 되는데요?


정영:

북한에서는 경제건설도 전투식으로 합니다. 무슨 공격전, 돌격명령 등 군사용어들을 써가면서 벌이는 노동집약형 인력전인데요, 한국에서는 제조업 같은 노동집약형 산업들이 모두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이주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아직도 기계가 힘든 일을 대신하지 못하고 순수 인력으로 땅을 파고, 질통으로 지고 나르는 중세기적인 노동방법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북한이 아무리 대규모 전투를 벌인 다해도 대외개방을 하기 전에는 자체 경제건설이 어렵다는 이야기군요.

제대 앞둔 군인들 무리배치 준비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제대를 앞둔 군인들을 조사해 탄광, 광산, 농촌으로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얼마 전 북한군 부대들에서 제대를 앞둔 군인들을 모아놓고 “강성대국 건설의 어렵고 힘든 부문으로 자원 진출하자!”는 내용의 북한군 총정치국 지시문을 전달했다고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홈페이지를 통해 전했습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이번에 제대 되는 군인들은 모두 탄광, 광산, 농촌에 무리 배치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군인들을 대학에 입학시키는 비율이 예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군대 대열과(인사과)에서는 “사회에 나가서도 얼마든지 공장대학에서 배울 수 있으니 당이 부르는 곳에 가라”며 제대군인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합니다.

MC:

탈북자들의 말에 의하면 과거에도 제대군인들을 탄광, 광산에 많이 보냈다고 하던데요.

정영:

북한에서는 노동력의 가치, 그러니까, 인건비가 사실상 거의 공짜나 다름없습니다. 그 중에서도 군인들이 건설이나 농사에 제일 많이 동원되는 데, 이들은 제대 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탄광, 농촌에 배치됩니다.

이런 무리배치는 매년 있는 게 아니고, 어떤 해에는 1만 명, 2만 명씩 제대시켜 검덕광산, 대흥광산, 안주탄광 등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배치된 군인들이 다른 곳으로 일탈하지 못하게 북한은 그들이 제대되어 배치지에 갈 때 후보당에 입당시켜 보냅니다. 당적(黨籍)으로 묶어 두기 위한 것입니다.

MC:

남한으로 말하면 일종의 3D업종과 비슷한 곳으로 강제 배치된다는 소린데, 군인들의 불만이 크겠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제대군인들을 탄광, 광산에 무리 배치하는 것은 일종의 인권유린 행위입니다. 군인들이 한창 배워야 할 나이에 10년 동안 수령을 위해서 총폭탄이 된 것만도 분한데, 제대돼서도 탄광에 강제로 보내지면 청년들은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완전히 박탈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민들, 입당보다는 돈 더 중시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근로의욕을 발양시키기 위해 노동당 입당자들을 늘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떤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까.


정영:

북한이 이번 150일 전투기간에 입당대상자를 평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렸다고 합니다. 함경북도 김책제철소의 한 직장에는 한 해에 기껏해야 2~3명의 입당 대상자가 나오곤 했는데 이번 ‘150일 전투’때는 갑자기 6명이나 내려왔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특히 생산 현장의 근로자들이 많이 선정되었는데, 이는 앞으로 100일 전투에서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발양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입니다.

MC:

그런데 이제는 세월이 달라져 주민들이 별로 노동당 입당을 반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주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정영:

지난 시기 북한에서 노동당 입당은 사람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과 같았습니다. 입당하면 앞날이 보장된다는 말로 남한으로 따지면 지급이 보장되는 ‘보증수표’와 같은 격인데요,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주민들 속에서 금전주의 의식이 확산되면서 노동당에 입당하려는 열의가 식어졌습니다. 주민들 속에서 노동당에 입당하는 것보다 시간을 얻어 돈을 벌겠다는 사상이 생겼습니다.

입당하면 생활총화요, 강연회요 하면서 시간을 뺏기기 때문에 주민들은 “차라리 높이 올라가지 못할 바에는 입당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습니다.

MC:

결국 북한 당국은 주민 동원을 위해 입당 대상자를 늘리려고 하고, 반대로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은 이를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엇박자가 생기고 있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여러분, 오늘 <북한들여다보기> 시간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 시간 뵙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