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개발이 인도, 파키스탄과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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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오늘 대담에 북한 전문가로 남한 국민대 교수이신 안드레이 란코프 박삽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이어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관해 좀 더 살펴보지요. 교수님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로 억제수단, 협박외교, 체제 결속이라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요. 또한 북한은 사실상의 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지적하고, 두 나라가 북한과 달리 처음부터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과 달리 원래 핵확산금지조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맞습니다. 인도든, 파키스탄이든 이스라엘이든 1968년도에 핵확산금지조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 조약을 체결하지 않음으로써 핵무기를 개발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결국 핵무기를 개발하였습니다. 북한은 다릅니다. 북한은 1985년 12월 핵확산금지조약을 체결한 덕분에 구소련 등에게서 핵 기술을 많이 얻었습니다. 하지만 1993년 3월 북한은 이 조약에서 탈퇴했습니다. 결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보았을 때 이 점은 상당히 위험한 전례가 되었습니다.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 국가로 인정을 받는다면 북한처럼 조약을 체결하고 핵 기술과 자료를 많이 얻은 다음, 나중에 조약에서 탈퇴하는 국가들이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선 북한을 핵 보유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세계 질서를 불안전 하게 하는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에 대한 요구를 결코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위 관리들은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하는 하급 관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할지라도 못 들은 것처럼 합니다.

변: 그렇군요. 바꿔 말해서 미국 고위 관리들은 범세계적인 핵 무기 확산을 큰 위험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를 그대로 요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북한이 앞으로 계속해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핵 실험을 감행한다 해도 미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을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미국 고위 관리들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상 미국 대통령이나 고 위 관리들은 힘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핵확산금지조약은 너무 중요한 조약이기에 그들의 임의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런 결정은 무조건 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만 합니다. 문제는 미국 국회의원들은 압도적으로 한반도 정책을 모를 뿐만 아니라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비핵화 문제만큼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 대부분은 북한을 사실상 핵 보유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상당히 반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입장에서 이것은 핵 확산의 길을 열어주는 위험한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변: 다시 말해 미국의 하급 관리들은 비핵화가 불가능한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실제론 대북 정책에 많은 영향력을 끼칠 수는 없다는 말이죠?

란코프: 어느 정도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과 관련한 이런저런 전술적인 문제, 그리 중요하지 않는 문제는 중, 하급 관리들의 선에서 해결됩니다. 하지만 핵무기와 같은 문제는 정말 중요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대통령이나 장관처럼 고위 관리들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특별한 문제입니다. 제가 앞서 설명을 드린 바처럼 미국 정부는 사실상 북한을 핵 보유 국가로 전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그대로 비핵화를 강조하는 전략을 실시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변: 문제는 북한은 계속 핵개발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미국의 비핵화 목표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까요?

란코프: 맞습니다. 미국의 비핵화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그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미국의 대북 전략은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고위 정책담당자들은 한편으로 세계전략과 비확산이란 전략 목표 아래 핵무기 확산에 우려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요구를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체제유지, 권력과 특권 유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조건하에서 앞으로 북핵 협상이 열려도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자체가 조금 더 규모가 큰 강대국이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리 중요한 나라가 아닙니다. 미국은 북한 때문에 오랫동안 지켜온 비핵화 목표를 위협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변: 이처럼 북한과 미국이 서로 제 갈 길을 간다면 기대할 것도 없을 텐데요. 뭔가 돌파구는 없을까요?

란코프: 개인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결국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국 정책당국자들은 비핵화에 관한 타협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 정부도 핵개발과 관한 한 타협을 결사반대하고 있습니다. 양쪽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타협점을 찾기도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 이게 문제지요' 오늘 순서에선 북한의 핵개발과 미국의 비핵화 문제에 관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