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김주애 미스테리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4.09.27
[오중석의 북한생각] 김주애 미스테리 북한 관영매체의 지난달 5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인계 인수식 보도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김주애에게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의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한동안 북한 선전매체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김정은의 장녀 김주애가 지난 8 5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지난 5월 이후 80일만에 북한이 개발한 신형전술탄도미사일 무기체계를 군부대에 인계인수하는 군 관련 행사에 김정은과 나란히 등장한 김주애는 자신의 위상이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과시하듯 김정은과 밀착한 채 귓속말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외부 관측자들은 김주애가 80일간 북한 선전매체에서 사라졌다 재등장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김주애가 처음 북한 매체에 등장한 건 지난 2022 12월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입니다. 그 이후 김정은의 정치, 군사 분야 활동에 빠짐없이 동행하고 북한의 중요 기념일 열병식에서 김정은과 나란히 주석단에 올라 사열을 받는가 하면 최고위급 군 장성들이 김주애 앞에서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고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후계자로 낙점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던 김주애가 80일 넘게 북한 선전매체에 모습을 보이지 않자 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난 8월 중요한 군관련 행사와 수해복구 현장 시찰에 김정은과 함께 참석한 사실이 노동신문을 통해 알려진 것입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두 달 넘게 공식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데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세계 언론이 10대 여자 아이 김주애 후계자설에 비판적인 분석을 내놓은 데 대한 부담감 때문일 수도 있고 고급 의류와 긴 생머리 등 화려한 차림새로 인해 주민들의 반감을 불러왔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특히 나이 어린 여자 아이에게 60-70대 군 고위간부들이 굽신거리는 모습이 민심이반이라는 역효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지난 3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주애가 항공육전병 훈련 현장과 강동종합온실 준공식에 김정은과 함께 참석했다고 전하면서 김주애에게 ‘향도’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향도’라는 말은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와 후계자에게만 쓰이는 단어인데 이를 김주애에게 갖다 붙이는 바람에 김주애 후계자설을 더욱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북한도 아직 나이 어린 김주애를 두고 후계자 논란이 지속되는데 부담을 느꼈는지 그 이후에는 향도라는 표현은 없어지고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호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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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처럼 김주애의 후계자 수업 가능성을 두고 이랬다 저랬다 하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북한을 주시하는 외부 세계에 혼선을 주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주애에 대한 주민 반감을 의식해서 선전 수위 및 대외 노출 빈도를 조절하면서 4대 세습구도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정보기관과 미국의 북한 연구자들에 의하면 김정은에게는 2010년에 태어난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아들이 있다면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은밀하고 치밀하게 진행됐던 북한의 후계구도와 비교할 때 김주애의 등장은 일시적인 선전 전략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과거 김일성에서 김정일,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온 후계구도와 비교해보면 김주애의 공개활동은 실로 파격적입니다. 10대 초중반의 아이를 대상으로 후계 수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이례적이고 무엇보다 여성을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자체가 북한답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주애의 행보가 진정한 후계수업인지, 아니면 외부세계에 착시를 일으키기 위한 위장 전술, 심리전 전술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후계과정을 보면 후계자가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고 숨겨놓은 상태에서 장기간에 걸쳐 후계자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후계자로서 자질이 검증된 이후에 공식직함을 받고 화려하게 등장하는 방식으로 나타났고 당의 요직을 차지하기 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후계 수업 기간에는 군사교육을 비롯한 각종 수업을 굉장히 치밀하게 받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보이고 있는 김주애의 활동은 지나치게 공개적이고 보여주기식 행보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정은의 초고도비만이나 심장질환 가능성 등 건강 상태 역시 후계 구도를 서두를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김정은이 중요 행사에 어린 딸 김주애를 동반하면서 노출시키는 것은 한국 또는 국제사회에서 이게 후계구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들어 혼선을 야기하고 4대 세습에 대한 반응을 떠보는 한편 나이 어린 딸을 앞세워 김씨일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주애가 ‘후계자’이든 아니든 김정은이 10대 초반의 어린 딸을 중요 정치·군사 행사에 데리고 나와 최상의 대우를 받게 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고 기괴한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권력자 부녀의 이같은 괴상한 행보가 세계에 던지는 정치·안보적 신호가 강하기 때문에 우리가 못 본 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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